"앞으로 금리 안 떨어진다" 경고한 美석학들…우리나라도?

세종=안재용 기자 입력 2023. 1. 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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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사진=블룸버그


미국 경제 석학들이 앞으로 한동안 미국 등 주요국들이 고금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함에 따라 우리나라 금리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극복을 위해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화 후퇴 등 공급측 충격이 지속되고 있어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국채 발행량 증가가 금리 하락을 막을 것이란 게 석학들의 논리다. 우리나라도 재정지출을 통제하지 않는 한 고금리 장기화라는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9일 마켓워치 등 외신에 따르면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23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미국의 실질 중립금리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현재 예측치보다 상당히 높을 것"이라며 "올해는 우리가 이전과는 다른 금리 패턴을 가진 시대로 향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대 초부터 10년 넘게 이어진 저금리·저물가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다. 서머스 교수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바 있다.

서머스 교수가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는 실질 중립금리 수준의 상승이다. 중립금리란 이론적으로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금리 수준을 말한다. 실질금리는 명목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금리다. 실질 중립금리 수준이 오르는 경우 물가가 안정돼도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실질 중립금리가 1%인 경우에는 물가상승률 2%를 유지하기 위해 명목 금리를 3%로 유지하면 되지만, 실질 중립금리가 2%로 오르면 명목 금리가 4%가 돼야 물가상승률 2%를 유지할 수 있다.

서머스 교수는 국가부채 확대를 실질 중립금리 상승 원인으로 지목했다. 서머스 교수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35~40%포인트 오르면 실질 중립금리가 0.8~1%포인트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미 예산관리국에 따르면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19년 106%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 127.7%, 2021년 121.7%로 급등했다. 서머스 교수는 해당 기간동안 미국의 실질 중립금리가 약 0.4~0.5%포인트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서머스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미국 등 주요국들이 재정지출을 늘릴 것이라 예상했다. 서머스 교수는 "2020년대 중반으로 가면서 (세계 주요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훨씬 더 커질 것"이라며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확장재정 규모를 늘렸기 때문에 예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서머스 교수는 "(앞으로도) 미중간 긴장으로 국방비 지출이 늘어날 것이고 친환경적으로 경제를 전환하는 것도 더 많은 (정부) 지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인구증가 압력에 따라 교육, 의료 등에 재정확대 경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완화되더라도 금리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실질금리를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이 밖에도 베리 아이컨그린 UC(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교수는 미중간 패권 경쟁으로 자유무역, 세계화가 퇴조하는 것이 세계경제의 위협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세계는 협력이 어려워지는 신지정학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이전의 도구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 석학들이 경고한 고금리 장기화가 한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억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경우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경기침체)이 일어날 경우 정부는 대개 경기침체를 막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둔다"며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정부가 대출 이자율을 못 올리게 하는 것이 금리인상의 물가상승 억제를 떨어뜨린다"고 했다.

우리나라 역시 미중 갈등에 따른 세계화 퇴조, 에너지 전환 등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진국들이 재정지출을 코로나 때처럼 늘리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 측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에서 재정까지 긴축을 하면 경제가 너무 위축될 수 있다"며 "한국도 어느 정도는 재정확장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세계화 후퇴, 그린 인플레이션, 미중갈등, 에너지 전환 등 공급측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장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산업정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현재는 공급능력 확충을 위해서라도 재정을 쓸 필요성이 생긴 상황"이라고 했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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