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위성 추락 ‘아찔했던 하루’…피해 없이 한반도 지나갔다
경계경보 발령·항공기 이륙 한때 중단도
9일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한 미국 인공위성이 알래스카 부근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낙하 예상 범위에 한반도 인근 지역이 포함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날 오전 국내에 ‘경계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지만, 별 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오후 9시에 배포한 자료에서 “미국 우주군의 발표를 통해 미 위성이 이날 오후 1시 4분쯤 알래스카 서남쪽 베링해 부근 바다에 최종 추락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 지점은 한국천문연구원이 예측한 경로상에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대기권으로 낙하한 미국 위성은 ‘지구복사수지위성(ERBS)’이다. 중량 2.45t의 대형 위성이며, 1984년 발사돼 2005년까지 지구의 열 복사와 오존층 농도를 관찰했다. 2005년 이후에는 임무가 종료된 채 지구 궤도를 돌고 있었다. 발사 39년 만에 추락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ERBS가 오후 12시20분에서 1시20분 사이에 추락할 것으로 보이며, 추락 예측 범위에 한반도가 포함돼 있다고 오전에 밝혔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이날 오전 7시에 경계 경보를 발령했다. 경계 경보는 인공위성 등의 우주 물체가 지구로 낙하하기 전에 발동되는 최고 단계의 대비 조치다.
과기정통부는 제1차관을 본부장으로 한 우주위험대책본부를 이날 오전 9시15분 소집해 관계 부처와 대응책을 논의했다. 또 위성 추락 예상 시간에는 과기정통부 장관 주재로 피해 상황 파악을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는 위성이 낙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각에는 외출에 유의할 것을 설명하는 안전 안내 문자를 국민들에게 발송했으며, 방송 매체 등을 주시할 것을 당부했다.
군은 공군 우주작전대대의 위성감시체제를 활용해 추락 중인 위성을 탐지했으며, 미국과 실시간 공조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인공위성 낙하에 대비하기 위해 이전국 공항에서 이날 오후 12시19분부터 1시19분까지 항공기 이륙을 금지했다.
이날 오후 12시5분 인천공항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출국 예정이던 김하연씨(22)는 비행기에 탑승해 이륙을 준비하고 있을 때 “관제탑 지시로 인해 주기장으로 돌아가게 됐다. 1시간 이내에 다시 출발할 예정이다”는 방송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항공기에 결함이 있는 줄 알았다가 이후에는 오전에 온 재난문자 때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며 “10분쯤 지나자 인공위성 낙하 위험 때문에 인천공항이 ‘올스톱’되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목적지를 경유해서 가는 승객 3~4명은 연결 항공편 시간이 촉박해졌다며 승무원에게 문의를 하기도 했다”고 했다.
일상을 이어가던 시민들도 이례적인 위성 추락 경고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울 관악구 수도방위사령부에 근무하는 군무원 고모씨(27)도 “부대 내에서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야외활동을 하지 말라는 공지가 나왔다”며 “위성 추락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좀 놀랐다”고 말했다.
추락하는 인공위성에 대해선 경보를 내려 대비하는 것 말고 피해를 막을 능동적인 ‘요격 수단’은 사실상 없다. 미사일은 덩치가 수m에서 수십m에 이르지만, 인공위성 등 우주 물체는 대기와의 마찰로 불에 타기 때문에 수십㎝나 그 이하의 소형 조각들로 부서져 흩뿌려지듯 떨어지는 일이 대부분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인공위성은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서 작은 파편으로 쪼개진다”며 “무기처럼 덩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만약 인공위성으로 인해 특정 국가에 피해가 발생한다면 위성 보유국이 피해국을 외면하지 않는 게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이다. 김한택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978년 옛소련이 자국의 인공위성이 캐나다에 떨어진 것과 관련해 금전적으로 책임을 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옛소련의 인공위성 ‘코스모스 954호’가 캐나다 중부의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 인근에 추락했는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소련은 캐나다에 3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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