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 보니 예상 밖 내부 출신 우세…BNK·우리금융 주목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 및 국책은행장 등의 금융권 인사에서 정권과 가까운 인사가 올 것이란 전망과 달리 내부 출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우리금융과 이번 주 중 후보군이 압축되는 BNK금융 최고경영자(CEO) 인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은 현재 6명인 CEO 후보군을 오는 12일 3명 이내로 압축하고 19일에 최종 후보 1명을 결정한다. 후보 중 6명 중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등 4명은 BNK금융그룹 전·현직 임원이다. 김윤모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등 2명은 외부 인사로 이름을 올렸다.
우리금융은 18일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시작할 예정이다.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손태승 회장(64)은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연임에 도전할지를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공개적 압박에도 연임 도전 의지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손 회장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고를 낸 쪽(우리금융)에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발표는 없고 자꾸 (손 회장의 행정) 소송 여부를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 방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최근까지 이어진 금융그룹 최고경영자, 금융공기업과 유관기관장, 금융협회장 등의 선임 결과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신임 인사는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64·행시 26회), 허창언 보험개발원장(64)이다.
이 회장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허 원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로서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2017년 언론인터뷰에서 “기질이 서로 맞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보험담당 부원장보, 금융보안원장을 역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금융위 차원에서 결정된 인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3연임에 도전했던 조용병 회장(66) 후임인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62)이 취임을 앞두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에서 용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정부나 금융당국이 라임펀드 사태 책임론 등을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압박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다른 곳에서는 내부 출신이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공기관(기타공공기관)인 중소기업은행은 김성태 전 전무이사(61)가 신임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애초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62·28회),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57·34회)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3년 만에 내부 인사가 선임됐다.
보험연구원 역시 안철경 원장(60) 후임에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1)가 세평에 올랐으나 안 원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금융투자협회장도 충암고 출신의 여의도 모임 ‘충여회’ 출신인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62)이 출마했으나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61)이 자산운용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당선됐다.
이같은 내부 출신 인사를 두고는 당국이 인사 때마다 불거지는 ‘관치 논란’을 의식했다는 해석과, 내부에서 이미 오랜 기간 금융당국과 손발을 맞춰 교감이 수월한 인물을 수장으로 선출했다는 해석 등이 모두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고에 책임이 있거나 징계를 받은 임원 선임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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