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세옥 화백은 떠났지만, 재능을 남겼구나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1. 9. 15:09
리만머핀서울 ‘삼세대’展 서세옥 추모 기억 품은 서도호·을호·손주들 작품
서세옥 (1929~2020) 화백은 떠났지만, 그의 예술 DNA는 손주까지 이어졌다.
리만머핀 서울이 지난 2020년 91세로 타계한 한국 수묵추상 대가 서세옥 선생을 기리는 전시 ‘삼세대’를 20일까지 열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의 연결성을 고민한 인간 연작을 선보였던 서 화백은 40여년간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전통과 철학에 기반한 아방가르드 운동을 구축하는데 이바지한 인물로 꼽힌다.
그가 꽃피운 예술적 가풍은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 설치작가 서도호와 건축가 서을호에 이어 손자대까지 이어졌음을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40대 중후반 무렵 선생의 자화상과 생애 마지막 나날까지 부인 정민자 여사와 함께 사용한 수저 한쌍으로 시작한다. 평소 서 화백이 사용하던 탁자 위에는 큰 붓을 들고 작업에 임하는 아버지 모습을 재현한 서도호의 작은 조각과 영상작품이 흘러나온다.
또 할아버지가 읊는 불경(신묘장구대다라니)을 열심히 따라 읽는 어린 손녀의 깜찍한 목소리를 아들 서도호가 영상으로 기록해 귀여운 작품으로 만들었다. 팔순에 맞춰 손녀가 만들어준 오렌지색 종이 조끼를 보면 그 옷을 입고 즐거워했을 서 화백의 미소가 그려진다.
예술적 재능은 감춰질 수 없어 매 작품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모양새다. 지금은 훌쩍 커버린 아이들 그림을 아껴 모아둔 부모 마음에도 공감이 간다. 서도호 부부가 공동작업한 작품 ‘Time pockets’(2021)는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어릴 때는 보물처럼 아꼈던 목걸이와 장난감들을 담는 주머니들이 가득한 옷으로 표현했다.
세계적인 예술인 가족이 일상에서 즐겼던 예술 놀이의 궤적을 따라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세옥 화백의 수묵화와 드로잉 작품 7점 외에는 모두 비매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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