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이하 격추 어렵다더니…' 北무인기 대응 골든타임 놓친 건 인재였나
검열 결과 따라 지휘부 '문책' 가능성… 軍 "예단하기 어려워"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 무인기가 지난달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까지 날아왔을 당시 군의 초동 대응과정에서 부대 간 상황 보고·전파가 줄줄이 지연됐던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그동안 5대의 북한 무인기 가운데 단 1대도 격추 또는 포획하지 못한 데 대해 '양 날개 길이 2m 이하의 소형이어서 탐지·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에 침범했을 당시 현장 부대와 지휘부 등 간에 적시에 상황 전파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결국 그 여파로 초기 '골든타임' 내 대응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달 26일 경기도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에 진입한 북한 무인기를 최초 식별한 육군 제1군단은 이 같은 사실을 수도 서울을 방어하는 핵심부대인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에 즉각 알리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에선 뒤늦게 관련 상황을 보고받긴 했으나 수방사에 전파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합참의 전비태세검열 중간 결과와 국회 보고 사항 등을 종합하면 1군단의 국지방공레이더 운용요원은 사건 발생 당일 오전 10시19분쯤부터 북한 지역에서 날아오던 '미상 항적'을 포착해 추적하던 중 6분 뒤인 오전 10시25분쯤 '특이 항적'으로 판단해 군단 사령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가 1군단으로부터 해당 상황을 보고받은 건 그로부터 수십분이 지난 시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 합참이나 수방사에 대한 상황 보고·전파도 없었다.
군의 작전지침은 북쪽으로부터 남하해온 '미상 항적'이 포착됐을 땐 무인기 판정 여부와 상관없이 즉각 상급부대 보고와 인접 부대에 대한 상황 전파 등을 실행토록 하고 있으나, 이 같은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단 얘기다.
게다가 1군단으로부터 뒤늦게 상황 보고를 받은 지작사가 이를 다시 합참에 보고한 건 오전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고 한다. 그 사이 북한 무인기는 경기도 김포·파주 일대 상공을 지나 서울 북부에 진입했고, 수방사 방공여단은 오전 10시50분쯤 자체 레이더를 통해 '이상 항적'을 포착했다고 한다.
수방사는 이어 오전 11시27분쯤 독자적으로 대응 작전을 개시하면서 합참에 보고했고, 이때서야 비로소 해당 '이상 항적'이 북한 무인기란 사실을 알게 됐단 후문이다. 이에 대해 합참은 "1군단과 수방사 간 상황을 공유·협조하는 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 북한 무인기가 당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부터 3.7㎞ 반경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쪽 끝인 중구 일대를 지나간 사실을 이달 초 합참의 전비태세검열 과정에서 뒤늦게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경호처도 그 전까진 북한 무인기의 P-73 침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P-73 방어는 수방사 제1방공여단이, 그 안쪽의 '경호작전구역' 방어는 경호처에 배속된 수방사 제55경비단 방공대가 담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북한 무인기 침투에 따라 대공 감시태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두루미'가 공식 발령된 시점은 낮 12시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군단 레이더 운용요원의 최초 보고 이후 1시간 반 이상이 훌쩍 지난 시점이다.
이를 두고 '1군단·지작사·수방사 등 육군 부대들은 물론, 공군(공군작전사령부)과도 북한 무인기 대응과정에서 협조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각 군 작전부대를 통합 지휘하는 합참도 그에 따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합참은 "우리 군은 '두루미' 발령 이전부터 남하한 미상 항적을 북한 무인기로 판단하고 대공감시 강화, 공중전력 긴급 투입, 지상방공무기 전투대기 등 필요한 작전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무인기 도발 상황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합참의 전비태세검열 결과를 토대로 책임자 문책을 비롯해 군 지휘체계 개편 등 후속 조처 여부를 종합 판단할 계획이다.
합참은 무인기 도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부터 그 대응 작전에 동원됐던 부대들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포함한 전비태세검열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군 안팎에선 "1분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초기 상황 공유만 제대로 됐더라도 북한 무인기가 P-73까지 날아오기 전에 차단하는 게 가능했을 수 있다"며 검열 결과에 따라 지휘부를 포함해 상당 규모의 문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전비태세검열이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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