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혈당 괜찮은데"… 고지혈증 방심하면 '불량배 3인방' 몰려온다
[편집자주] [편집자주] 매년 전 세계 17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범이 심혈관 질환이다.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은 혈관이 좁아지는 증상인 죽상경화증으로, 죽상경화증을 일으키는 가장 위험한 유발인자가 바로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이다. 본지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건강 소망인 ▶다이어트 ▶금연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3대 만성질환'의 극복을 위해 각 분야 전문의의 조언을 참고로 새해 건강 설계 전략을 5회 연속 제시한다. 그 네 번째로 '고지혈증 벗어나는 수칙'을 알아본다.
고지혈증은 혈중 총콜레스테롤, 몸에 나쁜 LDL(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한 상태이거나 몸에 좋은 HDL(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이 감소한 상태일 때 진단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혈관에 기름(지질)이 너무 많이 쌓인 것이다. 혈액 속 총콜레스테롤이 240㎎/㎗를 넘거나, LDL 콜레스테롤이 190㎎/㎗ 이상, 중성지방이 200㎎/㎗ 이상이면 고지혈증에 진단된다. '혈관 청소차'인 HDL 콜레스테롤이 40㎎/㎗ 미만으로 낮아도 혈관에 기름이 쉽게 쌓인다.
당뇨병, 심혈관 질환, 콩팥병 등 환자라면 LDL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수치는 낮게,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게 유지할수록 좋다. 고지혈증 기준을 넘지는 않았으나 ▶고지방 위주의 식습관을 장기간 갖고 있거나 ▶고혈압·당뇨병·흡연·비만 같은 심장질환 위험인자를 갖고 있거나 ▶부모가 심장질환 또는 고지혈증 환자이거나 ▶나이가 40대 이상이거나 ▶이미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그중 고지혈증이 고혈압을 일으키는 기전은 다음과 같다. 혈액 속에 많아진 LDL 콜레스테롤은 혈액 속 염증 세포와 달라붙어 혈관 내막에 쌓이고 또 쌓인다. 그 결과 혈관이 좁아지고 혈관의 탄력이 떨어져 혈압이 상승한다. 미국심장협회 저널(2016)에 실린 일본 의과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년 남성 1만4215명 가운데 총콜레스테롤이 가장 높은 그룹(222~369㎎/㎗)은 가장 낮은 그룹(167㎎/㎗ 이하)보다 고혈압 발병률이 28% 높았고, LDL 콜레스테롤이 가장 높은 그룹(138~301㎎/㎗)은 가장 낮은 그룹(20~90㎎/㎗)보다 고혈압 발병률이 27% 높았다.
이렇게 생긴 고혈압은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2015년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연구팀은 40~69세 성인의 혈압 수치를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혈압이 수축기에 140~159㎜Hg, 이완기에 90~99㎜Hg이면 '1단계 고혈압', 수축기·이완기에 160/100㎜Hg 이상이면 '2단계 고혈압'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혈압이 정상인 사람보다 1단계 고혈압 환자의 당뇨병 발병 위험은 1.26배, 2단계 고혈압 환자의 당뇨병 발병 위험은 1.6배 높았다.
당뇨병은 고지혈증을 부른다. 혈당이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김승재 교수팀이 2014~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심뇌혈관 질환이 없는 성인 당뇨병 환자 4311명을 분석했더니 당뇨병 환자의 83.3%에게서 고지혈증이 동반됐다. 특히 여성 당뇨병 환자의 고지혈증 동반율은 88.3%로, 남성(78.1%)보다 더 높았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한국 국내 코호트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 위험요인이 질병 발생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나타내는 분석했더니 한국인의 심뇌혈관 질환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은 남성의 경우 고혈압 > 흡연 > 고지혈증 > 당뇨병 순으로 컸다. 또 이들 네 가지 위험요인을 모두 합했을 때 심뇌혈관 발병에 기여하는 위험도가 64%에 달했다. 여성의 경우 심뇌혈관 질환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은 고혈압 > 고지혈증 > 당뇨병 > 흡연 순으로 많았다. 이 가운데 흡연과 고지혈증은 뇌혈관 질환보다 '관상동맥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컸고, 고혈압은 관상동맥 질환보다 뇌출혈 같은 '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컸다.
LDL 콜레스테롤 농도가 190㎎/㎗ 이상인 경우 고지혈증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 즉 담도폐쇄, 신증후군, 갑상선 기능 저하증, 임신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이차적인 원인이 없는 상태에서 LDL 콜레스테롤 농도가 190㎎/㎗ 이상인 경우 위험 정도와 상관없이 스타틴(고지혈증 치료제) 투약이 권고된다. 고지혈증 치료에 사용되는 스타틴 등 약물은 의학적으로 '매우 안전한 편'으로 입증됐다. 고지혈증 약은 오래 먹어도 중독되거나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지혈증을 치료하기 위해 스타틴을 투여하면 없던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9~13% 더 증가한다고 보고된다. 심지어 고지혈증 환자가 스타틴 용량을 높일수록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더 커진다고 알려졌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스타틴의 심뇌혈관 질환 발생 예방 효과가 이 같은 부작용보다 더 크므로 계속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 그 대신 스타틴을 복용하면서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병행해 당뇨병으로 이행할 가능성을 낮추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200㎎/㎗ 이상으로 높으면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체중 증가, 음주 및 탄수화물 섭취 증가 등 생활 습관 요인을 파악하고 식사조절, 운동 및 체중 조절을 통해 우선 이들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500㎎/㎗ 이상으로 상승하면 급성 췌장염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이 경우 중성지방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이차적인 원인인 체중 증가, 음주, 탄수화물 섭취, 만성 콩팥병, 당뇨병, 갑상선 기능 저하증, 임신 여부 등을 파악해야 하며 지질대사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적 문제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이차적 원인이 없고 생활습관을 교정해도 중성지방 농도가 500㎎/㎗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면 췌장염을 예방하기 위해 피브린산 유도체, 니코틴산, 오메가-3 지방산 같은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에 따르면 고지혈증을 관리하는 목적으로 생활습관을 교정하려면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게 권장된다. 그중 권장되는 식습관으로 주식은 껍질을 벗겨낸 백미보다는 벗겨내지 않은 통곡물이나 잡곡류를 섭취해 탄수화물의 체내 흡수를 줄여야 한다. 채소는 색깔별로 충분히, 생과일은 적정량 섭취해 비타민·미네랄과 식이섬유를 골고루 흡수한다. 비타민·미네랄은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체내 소모를 촉진하고, 식이섬유는 몸속 당분과 결합·배출돼 당분이 체내 흡수되는 것을 억제한다. 결과적으로 몸속 쓰고 남은 칼로리가 지방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아준다. 소고기·돼지고기 같은 육류는 포화지방이 많은 기름기를 떼거나, 가급적 기름기가 없고 담백한 살코기 위주로 골라 섭취한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저항성 운동', '유연성 운동'을 모두 병행한다. 유산소 운동은 칼로리 소모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주5일 이상 실시하되, 체중을 줄여야 하는 경우엔 하루 50분 이상이 권장된다. 이때 대근육을 사용하면서 지속적이고 리드미컬한 동작이 효과적이며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좋은 예다. 저항성 운동은 고무밴드처럼 탄성을 활용한 운동 기구를 사용하거나 중력을 활용한 스쿼트 등 맨몸 운동, 프리웨이트 등이 적합하며 주 2~3일 실시한다. 유연성 운동은 정적·동적 스트레칭을 병행하며 10~30초씩 2~4회 반복한다. 이때 스트레칭을 하는 부위가 당기거나 약간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실시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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