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괴인 vs 조커, 차세대 커리어 왕은?
NBA 현역 선수중 커리어 왕을 언급한다면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판 커리가 첫손에 꼽힐 것이다. 르브론은 누적기록에서 역대 최고에 다가서고 있는 선수다. 파이널 승률 등에서 아쉬움이 남고 있으나 누적 자체만 놓고 따졌을 때는 쟁쟁한 레전드들과 각각의 영역으로 겨룰만큼 엄청난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
역대 최고 슈터로 인정받고있는 커리같은 경우 자신이 장기인 3점슛을 앞세워 리그 트랜드를 바꿨다는 점에서 역사의 한페이지에 남을 전설이 됐다. 단순히 개인 성적만 챙긴 것이 아닌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시카고 불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문구단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르브론과 커리의 뒤를 이을 차세대 NBA 커리어 왕은 누가 될 것인가? 현 시대는 물론 역대급에 속할 선수를 얘기하는 부분인지라 여기에 맞으려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원체 리그 내에 유망주나 특급 선수가 많은 관계로 의견은 조금씩 갈릴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그리고 앞으로의 활약까지 예상해 볼 경우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데토쿤보(28‧ 213cm)와 ‘조커’ 니콜라 요키치(27‧211cm)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슬로베니아에서온 농구 천재 루카 돈치치(23‧201cm)도 충분히 언급될만한 후보다. 앞으로 어떤 성적을 낼지 예측이 안될 만큼 엄청난 퍼포먼스를 과시 중인데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데토쿤보, 요치키와 겨뤄볼만하다. 하지만 수상 경력만 놓고봤을 때는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하다. 역대급 선수로 가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MVP 타이틀이나 우승 경력이 없다.
20대 초중반의 나이를 감안했을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갈길이 멀다. 유럽에서의 커리어야 엄청나지만 이는 NBA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아데토쿤보와 요키치는 비 미국인 출신이라는 부분 외에 플레이 스타일적인 측면에서 희소성이 높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제껏 이런 유형의 선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하다.
아데토쿤보는 빅맨의 몸으로 스윙맨처럼 공격하는 괴랄한 파워포워드다. 4번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때론 다른 포지션 선수처럼 공수 움직임이 가능하다. 요키치는 한술 더 뜬다. 운동능력이 탁월하지 않은 백인 빅맨임에도 특유의 BQ로 자신이 잘하는 부분을 최대한 살려서 센터로서의 경쟁력을 가져가고 있는데 거기에 더해 패싱감각이나 테크닉은 리그 상위권 정통 포인트가드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4년생인 아데토쿤보는 착실하게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퍼스트팀 4회, 디펜시브 퍼스트팀 4회, 올스타 6회, 올해의 수비수 등과 더불어 정규시즌(2회), 파이널, 올스타전에서 모두 MVP를 받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데뷔하고 성장한 밀워키를 이끌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1995년생 요치키 역시 퍼스트팀 3회, 올스타 6회, 정규시즌 MVP 2회로 착실히 커리어가 더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 역시 강력한 MVP후보인지라 만약 래리 버드 이후 처음으로 3회 연속으로 MVP를 받게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커리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우승과 파이널 MVP가 없는지라 아직까지는 아데토쿤보에 밀리고 있다. 팀을 우승으로만 이끈다면 바로 대등해질 수 있다.
아데토쿤보는 높이 뛰기보다 멀리 뛰는 것으로 주변을 놀라게하는 선수다. 워낙 신체능력이 좋은지라 높이도 뛰지만 그와 대등한 혹은 그이상의 선수도 적지않은지라 특별할 것은 없다. 하지만 보폭과 유연성을 앞세운 멀리 뛰는 능력은 다르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않게 조금의 틈만 있으면 무시무시한 속도로 림을 향해 날아든다.
3점라인에서부터 드리블로 수비를 찢고 들어가 덩크슛을 박아버리는 210cm 빅맨으로 돌파에서 마무리만 해도 리그 최고 레벨인데 플레이 메이킹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게 하고 있다. 체격과 어울리지않는(?) 수준급 핸들링은 보는 이들에게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현재 33경기에서 평균 32득점(전체 3위), 5.2어시스트, 11.8리바운드로 맹활약중이다.
‘사보니스의 전성기 버전?’, 리투아니아 출신 빅맨 아비다스 사보니스(58‧221cm)는 역대 유럽 최고 선수 중 한명으로 꼽히는 레전드다. 17세 때부터 프로무대와 국가대표로 맹활약을 떨친 그는 쟁쟁한 명성을 바탕으로 NBA무대에 입성하기는 했지만 준수한 주전 센터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전성기가 지난 30대에 NBA무대를 밟은데다 여러차례의 무릎수술로 인해 운동능력을 상실한 탓이 컸다. 때문에 농구인들 사이에서는 ‘사보니스가 한창때 NBA에 왔으면 어떘을까?’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요키치는 그런 사보니스의 전성기 혹은 업그레이드 버전을 연상케하는 빅맨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NBA에서 활약한 유럽파를 넘어 90년대 4대센터 등 이전 레전드 빅맨들과 비교해도 밀리지않는 기량과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14 NBA 드래프트 2라운드 41순위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했을때 소속팀 덴버 너기츠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로또를 맞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키치의 최대 장점은 상위클래스 센터이면서도 야전사령관 역할까지 어느정도 가능하는 부분이다. 아무리 현대농구가 포지션 파괴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베스트5중에 리딩과 골밑수비를 책임질 선수가 둘은 필요하다. 1번과 5번에 확실한 선수가 있다면 나머지 셋은 3&D유형으로 구성이 가능해진다.
요키치는 혼자서도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포인트 센터다. 골밑을 지키면서 팀원 4명을 지휘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특히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한 패싱능력은 역대 센터중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단순히 빅맨치고 잘하는 편이 아닌 키큰 포인트가드라고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수준을 자랑한다.
큰 신장을 활용해서 코트를 넓게보고 가드들은 주기 힘든 각도로 패스를 뿌리는게 가능하다. 무엇보다 볼소유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헤비 핸들러 유형의 에이스들과 비교해 좀 더 원활한 팀 플레이를 가져면서 플레이한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현재 36경기에서 25.3득점, 9.5어시스트(전체 3위), 10.8리바운드, 1.4스틸로 3회 연속 MVP를 정조준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