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지스함 대만해협 통과에…중, 군용기 57대 띄워 ‘맞불’
“외부세력·대만독립 세력 도발에 반격”
중국 인민해방군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대만 주변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인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5일 미국 이지스 구축함이 올 들어 처음 대만해협을 통과한 데 따른 맞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인민해방군은 이번 훈련에 대해 “외부세력과 대만 독립 세력의 도발 행위에 단호히 반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해협 등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지난 8일 대만 섬 주변 해상과 상공에서 다양한 병종을 조직해 연합 작전 순찰과 실전 훈련을 했다고 9일 밝혔다. 스이(施毅)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번 훈련의 목적은 군의 연합 작전 능력을 점검하고 외부 세력과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결탁한 도발 행위에 단호히 반격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인민해방군이 대만 주변에서의 합동 군사훈련 사실을 공개한 것은 새해 들어 처음이다. 이번 훈련은 미 이지스 구축함이 올 들어 처음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직후 이뤄졌다. 미군 7함대는 지난 5일 이지스 구축함 정훈함(DDG-93)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사실을 전하며 대만해협은 항해의 자유가 인정되는 공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대만해협이 공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높이며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강화해 왔고, 중국은 대만해협에 외국 군함이 사전 허가 없이 다닐 수 있는 공해는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왔다.
중국은 이번 군사 훈련 규모 등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만 국방부는 8월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중국 군용기 57대가 대만 주변에서 활동한 것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가운데 28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이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를 넘어들어왔고 같은 시간대 중국 군함 4척이 대만해협 주변에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이날 대만해협에서 벌인 무력시위 규모는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거래 지원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NDAA)에 서명한 직후 벌였던 유사 훈련 이후 올 들어 최대 규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동부전구가 대만 섬 일대에서의 합동 훈련을 발표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라면서도 “인민해방군은 훈련을 발표할 때 뿐만 아니라 이미 (대만 주변) 군사 훈련을 일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외부 간섭과 대만 독립 세력의 도발이 계속되면 인민해방군은 훈련을 강화해 경고를 할 뿐 아니라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전투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군의 대만해협 군사 활동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거의 일상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한 해 동안 대만 ADIZ에 진입한 중국 군용기는 모두 1727대로 전년(960대)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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