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벽’ 깼다…기상청, 강화도 규모 3.7 지진 관측 9초만에 재난문자
기상청, 처음으로 ‘10초 내 속보’ 성공
9일 새벽 서울까지 진동이 느껴진 인천 강화군 서쪽 해역 지진과 관련, 기상청이 지진 감지 9초 만에 속보를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진원지에서 점차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지진 특성상 일부 지역에선 지진 진동보다 재난문자가 빨랐다. 한밤 중 지진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시민들이 많았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나 재산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28분 15초 강화군 서쪽 25㎞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3.7 지진은 발생 4초 뒤 강화군 교동관측소(GDS5)에서 최초 관측됐다. 최초 관측 이후 9초 만에 지진조기경보시스템 자동분석을 토대로 지진속보가 발표됐다. 곧바로 진앙에서 반경 80㎞ 이내인 수도권에 긴급재난문자가 송출됐다. 지진 속보에서 ‘마의 구간’으로 여겨졌던 ‘10초 벽’을 깬 것으로, 큰 지진보다 오히려 관측이 어려운 규모 4~5 안팎의 지진에 대해 10초 안으로 속보 전송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관측 장비 분석 값에 따라 자동으로 재난 문자가 발송되는 ‘속보’, 기상청 분석관이 파동(波動)을 분석해정밀한 정보를 내놓는 ‘상보’가 순차적으로 발송된다. 이번 지진 역시 최초엔 지진 규모가 4.0으로 추정됐으나 추가분석을 거쳐 3.7로 조정됐다.
지진 재난문자가 ‘속보’와 ‘상보’로 나뉘는 것은, 일단 속보를 보내 시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지진파는’빠르지만 상대적으로 피해는 적은’ P파와 ‘느리지만 진폭이 커 피해는 큰’ S파로 나뉜다. 지진 관측 때는 P파가 먼저 잡히기 때문에 일단 P파를 토대로 속보를 보내 S파가 도달하기 전 대피시간을 버는 개념이다.
기상청은 S파 도달 10초 전에만 경고가 이뤄져도 건물 밖으로 대피할 여유가 생겨 사망자가 90% 줄어들고, 20초 전에경고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상황을 전파하고 함께 대피할 수 있는 시간까지 확보돼 사망자가 95% 가량 감소한다고 보고있다.
특히 이번 지진과 관련한 기상청 대응은, 작년 10월 말 충북 괴산군 장안면 일대에서 규모 3.5, 4.1의 지진이 16초 간격으로 발생했을 당시 속보가 13초 만에 시민들에게 전달된 것과 비교해도 더 빨랐다. 전세계적으로 규모 4 안팎의 지진에대해 속보가 10초 안팎으로 나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진이 많은 일본의 경우 웬만한 규모의 지진이 아니면 오히려 속보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아 규모 4 안팎 지진에 대한 관측 기술은 우리가 더 앞서 있다.
기상청은 작년 4월부터 ‘규모 4.0 이상 5.0 미만’ 지진이 발생했을 때 ‘최초관측 후 5~10초 내’ 지진속보발표를 목표로했다. 규모 5.0 이상 지진 발생 시 지진조기경보 발령 목표 시간과 동일하게 단축한 것이다. 또 속보와 상보의 간격이 짧을수록 인명·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기상청은 그 목표를 ‘5분 이내’로 잡고 있다. 이번 지진의 경우 속보와 상보의 시간차가 5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진은 1978년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81번째로 규모가 컸다. 여진은 오전 10시 30분까지 한 차례(오전2시 36분·규모 1.2)만 발생해 큰 피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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