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유니폼, 같은 메시지···“LG 참 열심히 한다” 김정준 코치가 4개월 만에 다시 꺼낸 말
지난해 9월이었다. LG가 정규시즌 선두 경쟁에 뛰어들면서 SSG를 추격할 때다.
두 팀이 잠실 맞대결을 하기에 앞서 현장에 있던 김정준 당시 SSG 데이터센터장은 LG에 대한 느낌을 전한 적이 있다. 전력분석 전문가로 LG 야구의 여러 특징이 보였겠지만, 구체적 장면을 제시하기보다는 함축적 얘기를 슬쩍 꺼냈다. “LG 선수들 참 열심히 한다. 경기하면서 선수들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렇게 보인다”고 말했다.
수비에서의 한걸음, 주루에서의 한걸음 등 기록지에는 올라오지 않는 동작들이 아마도 그의 눈에 여실히 보였을 것이다.
그 얘기를 LG 유니폼을 입고 공개석상에서 다시 하게 될 줄은 그 역시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정준 당시 SSG 센터장은 LG 수석코치로 새해를 맞았다. 그리고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신년하례식에서 입단 인사를 하며 같은 얘기를 했다.
김정준 수석코치는 “2022시즌 상대 팀이었지만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정말 열심히 잘 싸우고 있는 게 보여 정말 멋있다고 느꼈다”며 “언젠가 만나게 되면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결과가 전부인 세상에 살고 있다”며 냉소적이면서도 운명론적인 얘기를 하면서도 “그러나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여러분은 작년에 너무 충실한 과정을 보여줬다”고도 했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바르게 살자’, ‘착하게 살자’처럼 누구라도 쉽게 꺼내는 표현이지만, 그 말 그대로 실천하기는 가장 어려운 것들이다. 이는 구단주의 과감한 ‘투자 한방’이나 지도자의 말 몇 마디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일종의 팀 문화다. 생활로, 습관으로 선수들 개개인에 내재한 뒤에야 밖으로 보이는 것들이다.
김 코치의 말대로 LG는 최근 몇 년간 기록지에 나타나지 않는, 열심히 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구단이 만든 뎁스를 토대로 아주 자연스런 내부 경쟁 구도를 형성했고, 이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한 결과였다.
다만 김 코치가 슬쩍 언급한 대로, LG는 과정만큼의 합당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다만 또 한번 도전을 위해서는 훌륭했던 과정을 지켜가는 게 중요하다.
LG는 2023시즌 결과를 내기 위해 지난해 활발했던 타력을 유지해야 하고, 외국인 원투펀치의 힘도 가져가야 한다. 후반기 비로소 만든 국내파 에이스 김윤식의 페이스도 함께 가야한다. 그러나 LG가 지켜야 할 가장 큰 내부의 힘은, 전문가들 눈에도 보이는 ‘열심히 하는 팀 문화’일지 모른다. 김 코치가 선수들과 첫 공식 만남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부분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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