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G7 순방 시작···군사력 증강·선제타격 지지 얻어내나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9일 유럽·미국 순방길에 올랐다. 기시다 총리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건 취임 후 처음이다. 그는 오는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지난해 말 개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개 문서에 관해 설명하고 양국의 안보 협력 심화를 확인할 전망이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8일 밤 도쿄 하네다 공항을 떠나 유럽 3개국을 거쳐 캐나다·미국으로 향하는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은 올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국 정상과 개별 회담을 해 의제를 사전 조율하는 것이 목적이다. 9일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영국을 거쳐 12일 캐나다를, 13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최근 일본이 군사력 증강과 선제타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 국가안보전략 개정에 나선 만큼 G7 각국에게서 이에 대한 협조와 지지를 얼마나 얻어내느냐가 이번 순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요미우리신문 보도를 보면, 일본과 영국은 중국·러시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공동훈련 시 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협정 체결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10~11일 영국을 방문해 리시 수낵 총리와 만나 ‘원활화 협정’(RAA)에 서명할 계획이다.
순방의 대미는 13일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다. 기시다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하는 건 취임 이후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2월 개정을 통해 ‘반격 능력’ 보유를 명기한 3대 안보문서 내용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양국은 회담 뒤 공동 문서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 문서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긴밀한 협력 외에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협력, 오키나와·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공동방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중요성 강조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또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일은 우주 공간을 미국의 일본 방위의무 대상에 포함하기로 하는 최종 합의안을 조율 중이다. 미·일 안보조약 5조는 일본이 무력 공격을 당할 경우 미국의 일본 방위의무를 규정하는데, 범위를 기존 육·해·공·사이버에 더해 우주로까지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새로운 안보 및 방위 전략 하에서 미·일 양국이 어떻게 더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NHK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새 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와 이시가키를 포함해 대만과 가까운 남서부 섬에 대한 방어도 강화하고 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할 방침이라고 했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NSC 동아시아 국장은 “이번 순방은 더 강해질 파트너십을 반영해 동맹 구조를 업데이트하고 재고할 기회”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미·일은 평화헌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일본의) 강력한 안보 정책이 중국과의 미사일 격차를 좁히고, 대만 등 이웃국에 대한 중국의 군사 행동을 저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순방 목적에는 G7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올려 지속 하락중인 내각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도 담겨 있다. 히노 아이로 와세다대 정치학 교수는 “G7 정상회담의 성공은 기시다 총리에게 최대의 정치적 순간이 될 것이며, 이번 여행은 그에 대한 준비”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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