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기고]탈(脫)中, 감(減)中, 진(進)中을 제대로 구분하자
잘못된 가정은 잘못된 결론을 만든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 위기론, 중국 피크론(Peak China), 차이나 런(China Run)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말 액면대로라면 가만둬도 망할 나라인데 미국이 대통령부터 나서서 중국봉쇄에 모든 우방을 동원하고, 모든 정부 부처를 동원해 중국제재를 한다고 난리를 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위기론, 피크론의 중심에 있는 중국에 대한 유럽의 태도가 묘하다. 미일 입장에선 보면 유럽은 망할 나라인 중국에 계속 투자하고 중국자금 유치에 혈안인 셈이다.
잘못된 가정은 잘못된 결론을 만든다. 중국이 부채비율, 지방부채, 기업부채, 고령화, 출산율, 부동산 때문에 망한다는 것인데 정작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한국의 부채비율, 지방부채, 기업부채, 고령화, 부동산 수치는 중국과 비슷하거나 중국보다 더 높다. 그리고 그간 미국은 QUAD, IPEF, CHIP4 동맹 등을 쏟아 냈지만 제재효과는 별로다.
지난 2022년 부동산과 주가, 가상화폐가 폭락했고 세계경제가 경기하강에 들어갔는데 지난해 11월까지 누계로 중국의 수출은 2021년 3.0조달러에서 2022년에는 9% 포인트 증가한 3.28조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무역흑자 역시 2021년 5772억달러에서 2022년 7989억달러로 사상 최대다.
중국의 대미수출은 2021년 5199억달러에서 2022년은 3.4% 포인트 증가한 5358억달러로 역대 최대였고 대미 무역흑자도 2021년 3575억달러에서 2022년 3741억달러 사상최대였다. 중국전체 무역흑자 중에서 대미 흑자비중은 2021년 62%에서 2022년에는 47%로 낮아졌다. 미국 이외지역의 흑자가 더 크게 늘어났다.
무역수치로 보면 대중국문제에 있어 미국과 세계의 말과 행동은 따로 놀았다는 얘기다. 중국경제를 보는데 감정을 실어서 보면 실수한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중국을 싫어하지만 가성비 좋은 중국산 제품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공급처는 아직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차이나 런(China Run)을 얘기하지만 2022년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은 순유출이 아닌 900억위안, 16.6조원 순유입이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수출도 1조 364억달러로 2018년이후 최대이고 무역흑자도 1558억달러로 최대였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국제관계에서는 피보다 진한 것이 돈이다. 돈 앞에는 장사가 없다. 나토동맹이 있는 유럽의 맹주 독일, 미국의 쿼드 동맹의 주요 멤버인 인도양의 맹주 인도, 오랜 미국의 친구인 중동의 맹주 사우디가 미국의 동맹에 구멍을 냈다.
시진핑 3기정부 출범에 독일의 슐츠 총리가 맨 먼저 축하방문을 하고 선물을 받고 돌아갔다. 이런 독일 행태에 라이벌인 프랑스는 말이 없다. 중국이 에어버스 170대를 구매하겠다고 프랑스에 선물을 던졌기 때문이다. 인도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요청에 콧방귀 끼면서 러시아산 에너지를 계속 구매하고 있다. 사우디는 바이든은 홀대하면서 시진핑은 황제의전을 했다. 사우디는 에너지판매에 위안화 사용, 네옴시티 건설에 중국산 통신장비의 사용을 내비쳤다. 미국을 물먹이는 전략이다.
탈(脫)중, 감(減)중, 진(進)중국 제대로 구분해야?
기술전쟁은 뒤에 오는 자의 발을 걸어 못 따라오게 하는 것보다 상대가 도저히 못 따라오게 먼저 가버리는 것이 답이다. 세계인구의 5분의 1, 연간 대졸자가 1100만명이 나오는 나라, 이미 세계 최대의 핸드폰, 자동차, 반도체, 럭셔리 제품의 소비자인 중국을 주변국 동원해서 봉쇄한다고 봉쇄가 될까?
대부분의 나라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마음은 중국을 봉쇄하고 싶지만 당장 중국돈과 상품이 아쉬워 봉쇄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국에서 이미 핸드폰, 자동차, 소비재에서 경쟁력이 없어져 중국시장을 잃은 한국은 애써 중국을 외면하려하지만 속만 쓰리다.
2022년 한국의 대중무역흑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대베트남 무역흑자가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베트남이 떠올랐다고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찜찜하다. 베트남의 1인당 소득은 3694불로 중국의 1만2550불의 1분의 3이 못되고, 태국의 절반 수준이다. 1인당 소득 3000불 시대 나라에서 흑자가 늘었다는 것은 중국에서 인건비 따먹기가 어려워진 저부가산업의 베트남이전의 결과다.
경쟁은 치열하게 경쟁해서 이겼을 때 생기는 것이지, 경쟁 심하다고 궁둥이 빼서 경쟁없는 지역으로 가서는 경쟁력이 안 생긴다. 2류국가에서 경쟁력 떨어진다고 발 빼서 3류국가로 가서 저부가제품에서 무역흑자에 만족하면 멀지 않아 3류된다. 미국의 테슬라가, 독일의 BMW가 중국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이유가 있다. 바로 시장 때문이다.
투자는 시장 가까운데 하는 것이지 보조금 많이 준다고, 인건비 싸다고 하면 멀지 않은 시간에 공장 멈춰세워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은 중국의 판박이다. 한국은 중국에서 30년 인건비 따먹기 하다가 경쟁력이 밀려 베트남으로 이전했지만 이미 중국을 참고서로 공부를 끝낸 베트남에서 수명은 중국에서 수명의 3분의 1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핸드폰, 자동차,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럭셔리 제품의 최대 시장이 지금 중국이다. 전세계 포춘 500대기업이 모두 진출해 있는 중국에 대해 막연한 공포에 휩싸여 탈(脫)중국해야 한다는 얘기는 좀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인건비 따먹기 하던 제품의 '탈(脫)중국'과 중국과 경쟁이 심화되어 경쟁력이 약화된 제품의 중국 비중 줄이는 '감(減)중국', 신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빨리 뛰어들어야 하는 '진(進)중국'을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
세계는 미중의 양대그룹으로, 한국은 선택이냐 양 다리냐?
하늘에 태양이 두개일 수 없고 정글에 호랑이가 두 마리 일수 없다. 이미 2021년에 미국 GDP의 77%에 도달한 중국을 미국은 절대 좌시할 수 없고, 중국은 이런 추세로 10년만 가면 미국을 넘어서는 데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미중의 패권 전쟁 중 한국은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끝났고 '탈(脫)중국'해야 한다는 얘기가 넘쳐난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공산주의 국가와 안보를 같이한 적이 없고 미국은 영원한 안보동맹이다. 경제에서 한국의 대중관계는 서로가 철저한 이해관계다. 중국은 한국의 기술과 상품이 필요하고 한국도 중국이 시장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이용하는 것이고 필요없으면 버리는 것이다
세계 1,2위의 나라 중 한 나라만 선택하는 것은 말은 쉽지만 경제적 현실은 불편하다. 연간으로 80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보고 있고 세계최대의 외환보유고를 가진 나라가 옆집 중국이다. 세계최대의 무역대국인 나라를 옆에 두고 성장이 끝났네 망하네 하면서 이를 굳이 외면할 이유가 있을까?
2023년 미국은 1% 성장하고 한국은 1.6%성장한다는데 중국은 못해도 4~5%성장하는 나라다. 이런 중국을 무시하고 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중국의 4~5% 성장에 올라타는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미국의 대중전략은 무역으로 시비 걸고, 기술로 목을 조르고, 금융에서 돈 털어가 중국을 거지 만들어 다시 머슴으로 부리는 것이다. 미중의 전쟁은 무역에서 기술로, 기술에서 금융전쟁으로 필연적으로 가게 돼있다. 지금 미,중이 5G 통신전쟁, 반도체전쟁을 하는 것도 큰 그림에서 보면 과도기의 전쟁이다.
돈은 기술따라 움직인다. 세계의 역사는 돈이 기술과 결혼했다 이혼한 역사다. 신기술이 등장하면 돈이 몰려 신산업을 만들고 호경기를 만들지만 버블이 심해져 돈이 기술과 이혼하면서 버블 붕괴로 대불황이 온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4차산업혁명의 기술패권이 미중의 운명을 좌우한다. 기술우위는 경제우위를 가져오고, 경제우위는 결국 금융패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중의 기술전쟁은 '망(网)'과 '심장(电池)'과 '쌀(半导体)'에서 결판난다. 4차산업혁명은 데이터(Data)에서 IP를 뽑고 이것으로 인공지능(AI)를 만들어 로보트(Robot)의 머리에 심는 것이다. 그런데 데이터를 만들려면 5~6G 초고속 통신망(网)이 있어야 하고 핸드폰, 자율주행전기차, AR/VR의 기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보를 처리하는, '산업의 쌀'인 반도체 (半导体)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심장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듯이 정보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심장'(电池)인 배터리가 있어야 한다.
강대국을 앞에 둔 작은 나라들의 줄타기는 숙명이고 피할 수가 없다. 세계 10위하는 나라가 세계 1, 2위 어느 한쪽에 치우친 전략을 가져가는 것은 넌센스다. 미중 기술전쟁으로 결국 세상은 세계화(Globalization)에서 미국화(Americanization)와 중국화(Chinaization)의 일구양제(一球两制)로 갈 전망이다.
한국은 5G통신, 배터리, 반도체산업 모두에서 세계 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 가장 핫 한 이슈인 반도체에서 미국은 기술이 있지만 공장이 없고 중국은 공장이 있지만 기술이 없다. 하지만 한국은 기술과 공장이 모두 있다.
지금 같은 미중의 전략경쟁의 미래를 상상해 보면 4차산업혁명은 미국표준(A/S: America Standard)과 중국표준 (C/S China Standard) 양대 그룹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반도체, 배터리와 5~6G에서 미국과 중국은 모두 결핍이 있다.
미중의 전략기술전쟁은 한국은 어느 한 쪽 선택이 아니라 양다리 전략으로 실익을 챙길 기회다. 그전에 한국은 먼저 미국으로부터 동맹에서 제외되는 두려움, 중국으로부터 보복 당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대가 세계 1위든, 2위든 간에 상대가 절절히 원하지만 결핍하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미국은 반도체는 있지만 배터리와 5G가 없다. 중국은 배터리와 5G는 있지만 반도체가 없기 때문이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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