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이 나치를 닮아간 이유

이완 기자 2023. 1. 9. 13: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판]한국인을 ‘유대인’에 빗대는 이들이여, 보라 <유대인, 발명된 신화>

201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스라엘로 출장을 가는 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스라엘 항공사인 엘알항공을 예약했는데, 이 비행기를 타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수색당하고 심문받으며 ‘테러리스트’가 아님을 증명해야 했다. 백인이거나 유대인인 대부분의 탑승객은 이런 고초를 겪지 않았지만, 동양인인 취재진은 잠재적 테러 용의자 취급을 받았다. 어릴 적 교회 성경학교를 다니며 쌓았던 이스라엘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산산이 부서져내렸다. ‘인종혐오’로 제2차 세계대전 중 홀로코스트(대학살)까지 겪었던 이들은 왜 다른 사람들마저 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만들까.

<유대인, 발명된 신화>(정의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는 “차별과 배제, 박해를 당한 유대인이 자신들의 고난과는 아무 상관이 없던 다른 집단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찾았다는 게 현대 세계에서 유대인과 이스라엘 문제의 본질이자 모순”이라고 설명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내고 이스라엘을 세우면서 건국의 정당성을 찾으려다가, 자신들을 박해한 나치 독일의 인종주의와 민족주의를 닮아갔다는 것이다.

<한겨레> 국제부 선임기자로 오랫동안 국제 분야를 취재한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과 미국·러시아·팔레스타인을 넘나들며 유대인 문제를 분석했다. 먼저 유대인의 배타적 자결권의 근거가 되는 추방과 유배, 이산, 귀환 등으로 요약되는 ‘유대인 신화’가 사실은 존재가 의심스러운 역사임을 탐구한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발굴한 결과 다윗과 솔로몬은 이스라엘 통일왕조의 대왕이 아니라, 기껏해야 내륙 산악지대에 있는 작은 부족국가의 군장 정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서 추방됐다는 신화도 당시 로마가 이들을 대량 추방할 이유도 없고 역사적 근거도 없다.

문제는 서구 기독교 문명세계의 유대인 문제가 빚어낸 이스라엘의 건국과 유대인의 민족화, 인종화가 가져온 결과라고 책은 지적한다. 기독교 세계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타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유대인 문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렇게 차별받고 박해받던 유대인들이 신화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을 건국해 팔레스타인 땅에서 차별받고, 분리되고, 유배되는 또다른 집단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차별과 배제는 ‘우리’와 ‘저들’을 가르는 수단이었다. 저자는 “기독교도는 유대인을 창조했고,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인을 창조했다. 한국 사회에는 지금 ‘우리’와 ‘저들’의 구분이 없는가?”라고 묻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21이 찜한 새 책

말하는 눈

노순택 지음, 한밤의빛 펴냄, 2만1천원

분단국가의 모순과 국가권력의 오작동 풍경을 오랫동안 포착해온 사진가 노순택이 사진과 사람, 사회에 관한 생각을 담았다. 망각에 맞서 투쟁으로 기억을 지켜온 이들에 관해 말하는 ‘기억 투쟁’ 등 네 장으로 구성했다. 노순택은 사진가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

이수정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1만3천원

헌법, 어린이 노동법, 최저임금법, 감정노동자보호법, 중대재해처벌법, 가사노동자법 등 서로 존중하며 일하는 세상을 위해 필요한 노동법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쉽게 알려준다. 어린이 유튜버를 위한 법이 있는지, 일하다가 위험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꼭 알아야 할 노동법 36가지의 질문과 답변을 담았다.

음표 위 경제사

이두걸 지음, 루아크 펴냄, 2만2천원

대중음악과 자본주의경제의 오랜 동행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상업혁명과 산업혁명, 세계대전과 대공황, 냉전, 석유파동, 신자유주의 등장까지 세계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세계경제는 어떤 변곡점을 맞이했는지, 그 과정에서 대중은 어떤 음악을 향유했는지 혹은 향유할 수밖에 없었는지 들려준다.

검찰국가의 탄생

이춘재 지음, 서해문집 펴냄, 1만7천원

역대 어느 정권보다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숙원으로 삼은 문재인 정권의 시도는 왜 끝내 좌초했을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검찰정권’이라는 국가적 반격을 불러왔을까? 이 책은 지난 5년간의 검찰개혁 막전막후를 빠짐없이 지켜본 <한겨레> 전 법조팀장이 회한으로 써내려간 실패의 기록이다.

Copyright © 한겨레2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