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팬 입장에선 나와준 것만으로 감사해"

문원빈 기자 2023. 1. 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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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니어 오토마타를 만났는데 퀄리티가 무엇이 중요하리

"내용은 뒷전, 그냥 보자마자 감동이 넘칠 정도로 좋다"

2023년 애니메이션 기대작 첫 주자가 방영됐다. 스퀘어에닉스의 액션 RPG '니어 오토마타'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니어 오토마타 Ver1.1a'다. 니어 오토마타는 기자의 인생 탑3 게임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해 방영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도입부는 9S를 안고 절규하는 2B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6년 만에 이렇게 다시 니어 오토마타를 만날 줄이야.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출시될 때도 정말 기뻤다. 하지만 기존과 다르지 않은 콘텐츠를 즐기는 거니까 감동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처음 마주하는 콘텐츠다. 도입부의 2B 목소리를 듣자마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감동은 오프닝 OST로 한층 증폭됐다. 1화 정도는 니어 오토마타 메인 OST인 'WEIGHT OF THE WORLD'로 기존 팬들의 추억을 돋우지 않을까 예상했다. 니어 오토마타 출시 당시 각종 시상식에서 OST 부분을 휩쓸었을 정도로 명곡이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니어 오토마타를 입문하는 사람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었을 것이다.

- 니어 오토마타 Ver 1.1a OST

예상과 달리 'ESCALATE'라는 새로운 OST로 구성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보이스가 귀를 쫑긋 세웠다. '에메(Aimer)'였다. 에메는 페이트 시리즈 OST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다. 일본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당연히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하다.

그녀는 호소력 짙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큰 인기를 얻었다. 기자도 에메와 LiSA의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베스트 싱어송라이터와 인생 탑3 게임이 만났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물론 곡 자체는 엄청 좋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에메가 불렀던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헤븐즈 필, 귀멸의 칼날 OST와 비교하면 끌어당기는 맛이 않는다. 혹시나 애니메이션 엔딩에선 에메가 부른 WEIGHT OF THE WORLD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행복 회로를 굴리고 있다.

애니메이션 1화는 니어 오토마타 튜토리얼 내용과 동일하다. 2B의 명령마다 리스크를 거론하며 거부하는 포드, 건방지면서 따뜻한 어린아이와 같은 9S, 귀여우면서도 소름 끼치는 기계 생명체를 보며 무척 반가웠다. 

참고로 많은 이의 관심사인 2B의 레오파드 치마 안쪽은 원작과 동일하다. 니어 오토마타에 관심이 없는 지인도 2B의 레오파드를 물어볼 정도였으니. 물론 노골적으로 치마 안쪽을 보여주진 않는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정도다.

안타까운 소식이라면 애니메이션은 15세 이용가다. 초대형 병기와의 싸움에서 2B가 다쳤는데도 레오파드는 손상되지 않았다. 찢어진 부위도 없다. 즉 기대했던 레오파드 부위 파괴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스토리는 초대형 병기 임무 내용을 1화 분량에 모두 담아낸 탓인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스킵 된 내용이 많다. 과거 요코 타로 니어 오토마타 디렉터는 "애니메이션 스토리는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을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적용한다면 재미가 없을 거라는 판단이다. 

애니메이션 1화와 게임의 차별성은 2B의 무기에서도 나타난다. 2B의 무기는 일본도 '백의 계약'과 대형 태도 '백의 언약'이다. 게임 튜토리얼에선 2가지 무기를 모두 사용한다. 그리고 튜토리얼이 끝난 이후 2B는 백의 계약만 사용한다. 이는 초대형 병기 파괴 임무 당시 2B가 분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선 1화부터 백의 계약만 사용한다.

오프닝 OST 영상에서도 백의 언약을 사용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도입부에선 대검을 착용한 2B의 모습을 잠깐 볼 수 있었는데 백의 언약이 애니메이션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백의 언약을 사용하는 2B의 전투 액션은 백의 계약과 다른 느낌을 제공한다. 묵직하고 강력한 타격이 매력적이다. 백의 언약 획득 방법이 요코 타로 디렉터의 설명대로 차별성을 위한 장치 중 하나라면 꽤 흥미로운 설정일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총평은 니어 오토마타 팬의 시선과 애니메이션 팬의 시선으로 나눌 수 있다. 애니메이션 팬으로 바라본 이 작품은 평범하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니어 오토마타 팬이 아니라면 평가가 이하로 내려갈 순 있다.

기자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때 작화에 민감하진 않다. 적당한 수준이면 만족하며며 감상하는 편이다. 최근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으로는 '귀멸의 칼날 환락의 거리 편', '블리치 천년혈전 편', '원피스 극장판 필름 레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떠오른다. 해당 작품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작화를 자랑하거나 원작의 감성을 제대로 표현했다. 

이러한 작품들과 비교하면 니어 오토마타 애니메이션 작화는 평범 그 자체다. 모든 장면을 깔끔하게 표현하기 위해 개발 과정에서 공을 많이 들인 것은 느껴진다. 세밀하게 몇 번이나 감상했지만 눈에 거슬리는 작화 붕괴는 많지 않았다. 2B가 땅에 떨어져 수없이 굴렀는데 옷과 얼굴이 온전한 상태 정도만 어색했다.

특징이나 매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깔끔한 작화에만 집중한 탓일까. 예술 갤러리에 정말 예쁜 작품인데 막상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들이 늘 존재한다. 해당 애니메이션 작화 느낌도 비슷하다. '무색무취'라는 단어가 적합하다. 

2D 작화가 무색무취였다면 3D 그래픽 장면은 최악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나 볼 법한 그래픽 처리 방식으로 2D 캐릭터, 배경 등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차라리 모든 장면을 2D로 만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니어 오토마타가 슈팅과 RPG 장르를 수시로 전환했듯이 애니메이션도 그 느낌을 2D와 3D 전환으로 살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실패다.

만약 제작사가 니어 오토마타는 "원래 그래픽이 뛰어나지 않은 게임이었다. 그 감성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고 말한다면 "왜 굳이 2023년 애니메이션에 당시 그래픽 감성을 담아야 하는가"고 반박하고 싶다.

니어 오토마타 팬 입장으로 바라보면 무조건적인 '감동'과 퀄리티가 조금 더 높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2B, 9S의 목소리를 듣고 마지막에 서로 '인류에 영광 있으라'라고 말할 때 눈물이 글썽거렸다. 니어 오토마타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나게 됐다는 감동이다. 아쉬움이라면 스토리 전개와 전투 액션이 원작의 세계관과 감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먼저 스토리 전개다. 앞서 언급했듯이 1화는 게임의 튜토리얼 분량이다. 니어 오토마타 튜토리얼은 꽤 길다. 하지만 20분도 안 되는 분량에 그 스토리를 모두 담은 탓에 스킵 된 장면이 너무 많다. 니어 오토마타를 즐기지 않은 시청자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스킵 된 장면이 많다는 것은 2B의 무기 위치를 보면 알 수 있다. 대기 상태에서 2B는 검을 뒤에 배치시킨다. 전투 상황에선 당연히 검을 손에 쥐고 있다. 원작자들이 이를 놓쳤을 리 없다.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면 2B가 아무 이유 없이 등에 배치된 검을 손에 쥐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2B가 목표 지점까지 이동하면서 어떤 상황을 겪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니메이션은 자연스럽게 2B의 모션으로 중간 내용을 함축시킨 것이다. 만약 앞으로도 이런 방식이라면 팬으로서는 반가운 애니메이션일 수 있으나 애니메이션으로 더 많은 사람과 니어 오토마타의 이야기를 나누는 미래는 꿈꾸지 못할 거로 예상된다.

전투 액션은 원작의 감성을 전부 담아내지 못해 아쉬웠다. 2B의 전투 모션은 정말 우아하다. 전체적인 모션이 발레처럼 부드럽지만 끝은 강하고 날카롭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선 평범하게 검을 휘두른다.

니어 오토마타의 꽃이라 불리는 저스트 회피 모션도 볼 수 없었다. 1화부터 이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너무 아쉽다. 중간마다 원작 전투를 떠오르게 만드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그마저도 카메라 시점을 너무 가깝게 설정해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웠다.

기자의 첫 평가가 야박할 수 있다. 너무 좋아하는 IP와 캐릭터라서 느끼는 아쉬움이다. 게다가 아직 1화뿐이지 않는가. 니어 오토마타 애니메이션은 이제 막 시작됐다. 회차가 쌓이면 평가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당연히 마음에 드는 것도 있었다. 9S 해킹 장면이 대표적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초대형 병기 해킹 과정을 보다 자세하게 표현했다. 이는 원작 초월로 기존 팬들에게 새로움을 제공하는 장치였다. 이러한 장면들을 앞으로 계속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조용히 외친다. "인류에 영광 있으라"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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