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크라 당국자 3인 “모든 영토 회복·러 배상해야 전쟁 끝”

노지원 2023. 1. 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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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우크라이나 전쟁 어디까지 가나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 3인에게 묻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방위위원회 서기(맨 왼쪽), 한나 말랴르 국방부 차관(가운데),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맨 오른쪽). 키이우/노지원 특파원, 미하일로 포돌랴크 보좌관 제공

탈냉전 이후 지속된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애초 예상을 깨고 결국 해를 넘겼다. 이미 장기화된 이번 전쟁을 통해 인류가 확인한 것은 자신의 조국을 지키겠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강한 항전 의지였다. 우크라이나는 핵보유국인 러시아를 상대로 ‘최종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한겨레>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이번 전쟁의 전황과 향후 전망을 파악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가 올렉시 다닐로우 국가안보방위위원회 서기,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 한나 말랴르 국방부 차관 등 핵심 당국자 3명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올해도 러시아가 가혹한 공습을 이어갈 것이라 전망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포함한 전체 영토를 되찾고, 러시아가 전쟁 범죄에 대해 ‘배상’을 해야 이번 전쟁이 끝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들의 소망이 현실화되려면 △서구의 지속적인 무기 지원 △러시아의 핵 불사용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나 많았다.

세 핵심 당국자는 현재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등의 전황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러시아군도 현재 교착을 뚫어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사상자 비율도 러시아군이 높다고 밝혔다. 다닐로우 서기는 “사상자 비율은 현재 1 대 7로, 러시아군 7명이 사망할 때 우크라이나군은 1명 목숨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고, 말랴르 차관 역시 “러시아는 이 지역에 대량의 무기·장갑차·병력을 집중했지만 엄청난 손실을 봤고 점령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바흐무트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으며 크레민나에서는 반격을 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전황도 공개했다.

세 당국자는 나아가 자신들의 목표가 ‘침공’이 이뤄진 지난해 2월24일로 상황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 러시아가 2014년 3월 병합한 크림반도를 포함해 1991년 12월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했던 시절의 모든 영토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 전쟁에 임하는 우크라이나의 최종 목표가 당장 큰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국가 존립에 큰 위협이 되는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화근’을 뿌리 뽑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세 당국자는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선 복잡한 ‘전제 조건’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핵심 변수는 서구의 ‘지속적인 무기 지원’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가들은 지난달 2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방공 미사일인 ‘패트리엇’과 경전차를 지원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전력망 등 민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거듭해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를 꺾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다. 이후 미국(브래들리 장갑차)·프랑스(경전차)·독일(마르더 장갑차) 등은 경전차 지원 계획을 앞다퉈 쏟아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2월24일 경계선, 나아가 2014년 3월 현상 변경이 이뤄진 크림반도에까지 이어져도 서구의 군사 지원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실제 미국 등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육군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사거리 300㎞)이나 에이브럼스(미국), 레오파르트(독일) 등 중무장 전차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1일 이뤄진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기자가 ‘에이태큼스를 지원해 전쟁을 빨리 끝내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나토와 유럽연합이 분열(break up)할 수 있다”는 점과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와의 전쟁, 즉 “3차 세계대전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이런 우려를 떨치려는 듯 포돌랴크 보좌관은 서구 지원이 이어질지에 대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지원을 받는다는 데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고 말했고, 다닐로우 서기는 타협하자는 이들은 “부끄러워질 것이다.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변수는 ‘러시아의 대응’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탈환 등에 나서는 등 러시아의 패배가 확실해지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말 전술핵을 쓸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우려대로 3차 세계대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러시아가 지난해 9월 동원한 뒤 아직 전선에 투입하지 않은 15만명을 쏟아부어 2월께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맞서려면 우크라이나도 충분한 병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겨레>가 현지를 둘러본 결과 50대 남성도 소집 영장을 받는 등 병력 소진 상황이 심상치 않는 듯 보였다. 말랴르 차관은 이를 우려하듯 “러시아는 장기전(즉 소모전)에 기대를 걸고 있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전쟁을 빨리 끝내려면 상당한 수준의 군사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결국 국토가 장기 분단되는 ‘한국’처럼 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단호했다. 다닐로우 서기는 “우리는 그 어떤 ‘38선’도 긋지 않을 것”이라며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을 “실수”라고 잘라 말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2023년 여름” 자신들이 승리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70년 전 한국전쟁의 정전을 결정한 것은 서울과 평양이 아닌 워싱턴과 베이징·모스크바였다. 이 엄혹한 국제질서의 구조는 70년이 지난 뒤에도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듯 보인다.

키이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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