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지기 전 대장암 뿌리째 뽑는다" 근치적 절제술은 무엇?

정심교 기자 2023. 1. 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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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진(왼쪽)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대장암 환자의 근치적 절제술 과정을 시연하며 설명하고 있다. / 사진=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우리 몸의 마지막 관문이 대장이다. 대장은 소화기관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약 1.5미터 길이의 관 모양을 지닌 장기로, 결장과 직장으로 구성돼 있다. 소장에서 소화된 음식물로부터 수분을 흡수하고 세균 작용을 거친 후, 찌꺼기는 일정 시간 동안 보관해 대변 형태로 몸 밖으로 내보낸다.

대장에 특정 질환이 생겨 대장의 많은 부분을 잘라낸 환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거나 대변을 자신도 모르게 지리는 대변실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건강한 사람은 변 자제 능력이 있는데 그 기능이 떨어지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대장항문외과 박선진 교수는 "특히 항문에 가까운 대장을 잘라낸 경우 대변실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대장에는 여러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 최근 관심이 높아진 질환은 대장암이다. 대장암의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성도 있고 유전 등의 내력 없이 발생하는 산발성 대장암도 있다. 박 교수는 "암은 일반적으로 유전자 변이를 통해 발생하는데, 부모·형제·조부모 대에서 대장암 병력이 없어도 대장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장암 가운데 유전성 대장암은 25%, 산발성 대장암이 75%를 차지한다. 즉, 네 명 가운데 한 명만 유전성이고 나머지 세 명은 유전적 요인 없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대장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수술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다. 대장암이 아주 초기인 경우 내시경만으로도 치료가 끝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수술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대장암은 위치의 특성상 간과 폐로 전이가 잘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장과 소장을 지난 혈액이 무조건 간을 지나기 때문이다. 또 그다음 폐로 이동한다. 이처럼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를 '원격 전이'라고 한다. 원발부위보다 떨어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원격 전이가 없다면 대장암은 무조건 근치적 절제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폐로 전이 안 됐다면 근치적 절제술 우선 고려
'근치적 절제술'이란 대장암의 종양 덩어리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암 발병 부위 주위로 암세포가 퍼져나갔으리라 예상되는 부위까지 넓게 제거하는 수술을 말한다. 대장암의 뿌리를 뽑는다는 의미다. 종양이 커지면서 인접한 주위 조직을 침범하거나 암세포가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암 발생 부위만 절제하는 것이 아닌 정해진 주변 부위까지 넓게 제거해야 한다. 다만 다른 장기로까지 전이된 경우에는 근치적 절제술 여부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장암 수술 전, 의료진은 환자의 병기를 결정한다. 수술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수술 계획을 위한 병기에 불과하며, 이후 외과적 수술과 조직검사 결과를 통해 암 조직이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살펴본 후 구체적인 병기가 결정된다. 구체적인 병기는 대장암 수술 후 5~7일이 지나 퇴원할 때쯤 알 수 있다.

1~2기인 경우 항암요법은 추가로 필요하지 않지만, 대장암 2기 후반부터 3기까지는 항암치료를 추가로 진행한다. 보조 항암요법이다. 4기의 경우는 수술을 할 수도 있고 항암만 할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원격 전이가 있는 경우를 4기라고 하는데, 이때는 다학제적 진료를 통해 수술이나 치료 방향 등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대장암은 1기의 경우 완치율이 90~100%이며, 2기는 75~90%, 3기의 경우 50~75% 완치율을 보인다. '완치'의 기준은 5년 동안 재발하지 않은 경우다. 박 교수는 "대장암은 적극적 치료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대장암을 두려워해 숨지 말고, 병원으로 빨리 와서 늦지 않게 수술받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며 "대장암 환자와 그 가족은 절대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나 때문에'라는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장암은 살면서 다양한 위험인자가 쌓여 그냥 생긴 것"이라며 "치료는 의료진에 맡기고 몸에 좋은 것을 챙겨 먹으며 꾸준히 운동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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