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친인척 배정 몰아줘" VS "감독관 수준 미달"…'아수라판' 축구협회

2023. 1. 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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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가 '아수라판'이 됐다. 아마추어 리그 '경기 감독관 배정'에 관한 논란 때문이다.

경기 감독관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기 운영에 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 출전 선수·심판진·유니폼·잔디 확인 등을 비롯해 안전 문제까지 경기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진다.

아마추어 리그 경기 감독관 배정은 축구협회 대회위원회 배정위원이 한다. 유독 2022년 한 해 동안 경기 감독관 배정에 관련해 숱한 논란이 일어났다.

한쪽에서는 배정위원의 직권남용을 제기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기 감독관의 수준 미달을 지적했다. 이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럴수록 아마추어 리그에 뛰는 선수들과 관계자, 그리고 경기장이 더욱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배정위원의 직권남용에 대한 주장은 이렇다. 2022년부터 아마추어 리그 배정 권한을 가진 A가 권력을 남용해 자신에게 가장 많이 배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A가 '친인척'인 B에게도 배정을 몰아줬고, 주소지를 속였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실제로 2022년 K3리그·K4리그·WK리그·U리그 등 4개 대회 경기 감독관 배정 현황 자료를 보면 A는 40경기로 전체 1위를, B는 38경기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100명에 가까운 경기 감독관 전체로 봤을 때 1인당 평균 배정 횟수는 18.7회로 나타났다.

더욱 큰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B의 주소지다. B의 축구협회 등록 주소지는 수도권의 한 도시다. 하지만 B의 38경기 중 무려 34경기가 경상도 배정으로 이뤄졌다. 나머지 4경기도 충청도와 전라도였고, 경기도는 1경기도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로 B는 경상도의 한 지역에 주로 거주했다. 자신이 실질적으로 거주하는 지역 주변으로 배정을 받았다. 이에 출장 수당 부정 수급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규정상 주소지에서 150km 이상 떨어지면 1박으로 인정돼 숙박 요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교통비 역시 추가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제기한 이는 "A 본인이 가장 많은 배정을 받았고, 친인척인 B가 두 번째다. B가 주소지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도 바꾸지 않았고, 출장비를 부정으로 수급했을 가능성이 있다. A는 다른 감독관에게 근거리 배정을 지향하면서 정작 본인은 장거리 출장을 많이 갔다. 때문에 많은 감독관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배정 비리를 가만히 놔두고 볼 수 없었다. 이런 배정 행태는 직권남용 및 이해충돌법에 반하는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A는 2022년 6월 배정 권한이 정지됐다. 배정 권한이 있었던 6월 이전에 A는 27경기, B는 25경기를, 배정 권한이 없어진 6월 이후 A와 B는 각각 13경기씩 배정을 받았다. 현재는 4명의 배정위원들이 있다.

A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는 "2022년부터 내가 배정을 다했다. 6월에 배정 권한이 정지됐는데 왜 그렇게 됐는지 아직도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윗선에 물어봤는데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감독관 시험 점수와 경력 등을 토대로 A부터 D까지 등급을 나눴다. 등급에 따라 적절한 경기에 배정을 했고, 감독관들의 전화를 일체 받지 않았으며, 식사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해받을 수 있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B의 주소지 논란에 대해서는 "B의 주소지가 수도권으로 돼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집안에 일이 있어 경상도에서 주로 생활을 했다. 때문에 담당자에게 경상도에 현재 거주를 하니 경상도 위주로 배정을 해달라고 양해를 구했고, 담당자 역시 허락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수당 부정 수급도 없었다고 확신했다. A는 "경상도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수도권 기준으로 수당을 받으면 안 될 일이다. 문제의 소지가 분명 있다. 그래서 경상도로 옮긴 후 경상도 기준으로 수당을 받았다. 2022년부터는 수도권 기준으로 출장비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B씨의 배정이 많은 것에 관해서는 "B는 등급이 낮아 전국대회에 잘 배정받지 못한다. 전국대회와 리그가 동시에 열리면 전국대회에 가지 못하는 감독관을 리그에 많이 배정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B의 배정이 많아진 것이다. 전국대회까지 포함하면 B가 많은 경기를 배정받은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본인이 많은 경기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나는 축구협회에 확실히 말을 했다.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출근을 해야 하고, 축구협회에서 해야 할 일도 많았다. 나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내가 조금 더 배정을 받겠다고 말을 했다. 전국대회에 나가면 리그 배정을 할 수 없어 나는 전국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FA컵도 한 번을 못 가봤다. 그래서 리그 배정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에 관한 의혹을 해명한 A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배정위원과 일부 경기 감독관들의 수준 문제다.

A는 "무슨 기준으로 뽑은 건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1번 선수가 경고를 받았는데 2번 선수로 입력해 수정해야 할 일도 부지기수였다"고 털어놨다.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A는 "가장 큰 사건이 있었다. U리그에서 한 팀 선수가 10명이었다. U리그는 모바일 앱으로 출전 선수 명단을 내야 승인이 된다. 10명이라 제출이 안 되니 임의로 1명을 올렸고, 경기 감독관에게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몇 주 후 경기에 뛰지도 않은 학생이 90분 뛰었다고 해당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고 폭로했다.

이어 "경기 감독관은 그라운드에 10명이 뛰고 있으면 이상하게 느껴야 한다. 근데 당시 감독관은 담당자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면서 떳떳하게 행동했다. 어떻게 경기장에서 10명이 뛰는 걸 파악하지 못하는 이가 감독관일 수 있는가. 이게 말이 되나"며 분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혁신을 언급했다. A는 "이제 축구협회 경기 감독관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경기 감독관 혁신을 하지 않는 이상 힘들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적은 처음"이라고 탄식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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