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후 멕시코 국경 도시 첫 방문…트럼프 ‘반이민’ 정책 답습 비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텍사스주 엘패소를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남부 국경 방문은 취임 후 처음이다. 2024년 재선 도전 선언이 임박한 바이든 대통령이 이민 위기 대처에 미온적이라는 인식을 불식하려는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엘패소에서 가장 분주한 아메리카교 검문소를 둘러보고 국경 순찰 대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또한 엘패소 이주민 센터를 방문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엘패소와 멕시코 후아레즈 사이에 건설된 5.4m 높이 장벽 주변의 흙길을 국경 순찰 대원들과 함께 걷기도 했다. 그는 국경을 본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그들(국경 순찰대)은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그것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패소는 미국행을 희망하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나 망명 신청자들이 거쳐가는 주요 관문이다. 지난달 미국 국경 순찰대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2500명의 이주민이 멕시코에서 엘패소로 건너오고 있다. 무단으로 국경을 넘는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엘패소 일대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미국 국경관세보호청(CBP)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3만3740명의 불법 입국자가 적발됐는데 이는 11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국경 방문을 두고 조만간 재선 도전을 공식화하기에 앞서 ‘중도’ 표심을 끌어안으려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법 집행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전했다.
9~10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3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이민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에게 불법 입국자 대응과 관련해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트럼프 행정부 시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불법 월경자를 즉시 추방하도록 허용한 ‘타이틀42’ 조치를 니카라과, 쿠바, 아이티 등 4개국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이들 4개국 국민의 합법적 이민을 장려하기 위해 미국 수용 인원을 매월 3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과 인권단체들은 트럼프의 대표적인 ‘반이민’ 정책을 답습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최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이민자들의 입국 물결이 바이든의 실책 때문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엘패소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해 4월부터 이민자들을 버스에 태워 뉴욕, 워싱턴 등 민주당 집권 지자체로 이송하는 ‘항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무단 입국자들을 미국에 수용할 지, 아니면 억류하거나 본국으로 돌려보낼 지의 문제가 미국 내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논쟁이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바이든 대통령 임기 동안 엘패소를 비롯한 국경 인근의 지역사회에서 이 문제가 악화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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