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발 압박 속 고민 깊어지는 나경원…출마 결심 굳히나

설명절 즈음해 출마선언 관측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이슬기 안채원 김철선 기자 =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당권 도전을 고심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에게 사실상 '불출마'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가운데 나경원 전 의원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 논란과 맞물려 나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촉 카드'까지 꺼내들고 있는 상황 속에 당내 이목도 온통 나 전 의원에게 쏠리고 있다.

9일 나 전 의원 주변에서는 설 연휴를 즈음해 이달말께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 전 의원 측은 이날 통화에서 "주변에 조언을 구하며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지지율과 당원들의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고, 왜곡된 당심의 총의로 전당대회가 치러지도록 두는 것은 당에도 좋지 않다는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말 설 연휴가 지나고 곧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늦지 않은 시기에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 본인도 최근 출마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마음을 굳혀 가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고 있다.

전날 저출산 대책 논란을 해명하면서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나 전 의원 측은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면 그가 가진 지지율이 한층 탄력을 받으며 판도가 적잖이 출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장 대통령실이나 당내 친윤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할지언정 일단 링 위에 오르면 '당심'에서 그 누구도 존재감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원내 인사는 "월말까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출마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이미 친윤계와 충돌하는 모양새에서 이대로 주저앉으면 정치 생명은 흐지부지되는 것이지만, 당선이라도 된다면 대권주자로 직행 아니겠나"라고도 했다.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 사이 불협화음이 계속되며 당 안팎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각종 외부 여론조사에서 당원 지지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결행할 경우 판도에 미칠 영향을 저마다 가늠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한 친윤계 인사는 "대통령실에서 이토록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강행한다고 한들, 최소한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은 아무도 공개 지지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을 심적으로 극복하고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이 출마하지 않을 경우 '비윤계 대표주자' 격인 유승민 전 의원에게 반사이익을 안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제기한다.

한 친윤계 의원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만큼, 나 전 의원이 나오지 않는다면 유 전 의원은 반드시 출마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경쟁주자들은 저마다 셈법에 따라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김기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나 전 의원이 당대표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겸직할 수도 있다는 해석에 대해 "국민 정서에 바람직 한 것이냐 비판이 들어올 것"이라며 "과도한 본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공개 비판을 두고 "결국 어떤 정치적 복선이 있을 것"이라고 평했고, 안철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출마자가 많을 수록 좋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는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는 청년당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당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후보를 인위적으로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고 선택지를 당에서 조정해 당원에게 투표를 하게 한다면, 과연 공정한 전대, 진정한 의미의 당원의견 100%' 전대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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