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넘어가면 판정 번복이 가능해요?"...코트를 지배 한 '판정 논란',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판독을 번복하는 게 없다고 했잖아요. 정정할 수 있어요? (지난달) 27일 KB손해보험 경기에서 없다고 했잖아요. 새해가 넘어가서 할 수 있는 거예요?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제대로 화났다. 챔피언결정전을 방불케하는 1.2위 팀들 간의 명승부를 지배한 건 선수들이 아닌 심판들의 판정이었다. 최근 계속해서 일어나는 판정 논란에 배구팬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경기는 "역전 우승을 하고 싶다"라고 말한 최태웅 감독의 말대로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승리 욕구가 대단했다. 올 시즌 3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현대캐피탈은 이번 경기만큼은 꼭 승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판정 논란이 뜨거웠던 분위기를 식혔다. 2세트 23-23 박빙의 상황에서 한선수의 토스를 링컨이 백어택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박지훈이 리시브할 때 함께 수비하던 정지석의 손에 스쳤다며 대한항공의 포히트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결과 대한항공의 포히트가 선언됐고 현대캐피탈은 두 손을 들고 포효했다.
그러자 대한항공 정지석이 "안 맞았다고요"라며 큰 소리로 불만을 표출했고 틸리카이넨 감독도 "잘못된 것"이라며 강하게 소리쳤다. 그때 느린 화면으로 코트 뒤에서 잡힌 그림에 정지석의 손에 맞지 않는 장면이 나왔다. 뒤늦게 화면을 확인한 정의탁 경기위원, 김영철 심판위원, 전영아 부심은 다시 판정을 진행했고 이번엔 포히트가 아닌 것으로 정정했다.
문제는 그때 일어났다. 최태웅 감독은 양팔로 엑스자를 그리며 본부석을 향해 달려가며 "판독을 번복하는 게 없다고 했잖아요. 정정할 수 있어요? (지난달) 27일 KB손해보험 경기에서 없다고 했잖아요. 새해가 넘어가서 할 수 있는 거예요?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심판들은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지난 판정 논란 때 자신들의 했던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는 비디오 판독을 번복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지만 지난달 27일 경기에서는 번복할 수 없다고 말하며 문제를 일으켰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입장에서는 충분히 항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마다 상황이 달라지고 판정이 달라지니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태웅 감독과 코치들의 항의가 거칠어지자 전영아 부심은 "확인을 못한 게 우리 책임이니까. 처음에는 그렇게 봤는데 미안해요. 확실하게 보고 나서 했어야 했는데 늦어서 미안해요"라며 사과했지만 감독과 선수들은 심판들의 일괄성 없는 판정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규정을 지키면 더 바보가 되는 것 같다"라고 말한 최태웅 감독의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연이은 판정 논란에 배구계의 신뢰는 금이 가고 있다.
[비디오 판독 번복에 강하게 항의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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