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차지했지만 윤심과 멀어진 나경원…전대 출마 딜레마
수도권 중진 출신 경쟁력…윤심 멀어지면 지지율 예측 어려워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국민의힘 당 대표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의원회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겨우 정리되나 싶었던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논란이 나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와 묶여 증폭되고 있다.
전국적 인지도를 배경으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나 부위원장은 전대 출마 주요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일단 출마만 하면 1강(强)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하지만 나 부위원장은 출마에 대해 당내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시각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이 제안한 저출산 정책에 대해 두 차례나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나 부위원장의 둘러싼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안했지만 우회적으로 나 부위원장에 대한 탐탁하지 않은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나 부위원장이 지난 5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대출 탕감' 방안에 대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나 부위원장이 지난 8일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오해를 일으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에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해촉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부위원장의 입장에서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퇴로가 사라진 상황이다. 대통령실이 공개적 비판과 해촉 가능성까지 거론한 마당에 전대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다시 야인으로, 그렇다고 전대 출마를 선언할 경우 윤심과 결별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셈이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6일 대통령의 첫 비판이 있은 직후 KBC광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게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마음을 조금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는 등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나 부위원장은 수도권 중진 여성 의원 출신으로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을 두루 거친 만큼 당을 이끌 능력 면에서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 당대표 수도권 차출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당 안팎에서는 출마 요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청년당원 100인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민의힘 당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후보를 인위적으로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고, 선택지를 당에서 조정해 당원에게 투표를 하게 한다면 이게 과연 공정한 전당대회, 진정한 의미의 당원의견 100% 전당대회라고 할 수 있겠냐"며 나 부위원장의 출마를 촉구했다.
최종 결단은 나 부위원장의 결심에 달렸다. 출마할 경우 윤심과 결별, 당내 거의 없다시피 한 비윤계와 당원들의 지지에만 기대야 한다. 이 경우 나 부위원장이 과연 어디까지 지지를 얻을지가 관건이다.
자칫 나 부위원장이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비윤계를 상징하는 인물로 묶일 수 있다. 또 수도권 연대를 주장하는 안철수, 윤상현 의원 등과의 연대 가능성도 언급되지만 윤심과 멀어질 경우 아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 부위원장은 그동안 핵심까지는 아니더라도 범친윤계로 분류됐다.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 1위를 기록한 것 역시 이와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윤심과 선을 긋고 독자 행보에 나설 경우 지지율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나 부위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대통령실과 충돌하기 이전이다.
또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선이 된다면 몰라도 낙선할 경우 윤심에서 완전 배제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까지는 한 달여 남아 있는 만큼 나 부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전대 구도는 요동칠 전망이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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