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진보단체 발동시켜 반보수투쟁, 주체사상 선전하라” 지령

김유진 기자 2023. 1. 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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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캄보디아에서 국내 진보정당 간부와 접선하고, 이후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설립된 조직 'ㅎㄱㅎ'에 다섯 차례의 지령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과 선거 개입 등을 시도해 온 것으로 9일 파악됐다.

북한이 내려보낸 지령문에는 진보·촛불 세력의 연대로 중도층을 규합해 반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과 특정 인물을 포섭한 뒤 정치·군중 집회를 공작해 윤석열 정부를 타격하라는 지시 등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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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요원이 지난 12월 19일 북한의 지령을 받고 반정부 활동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는 진보정당 간부 B(49) 씨의 제주시 자택 압수수색 상황을 외부에서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 수사서 드러난 간첩단 활동

진보정당 간부, 해외서 북한 접선

‘ㅎㄱㅎ’ 설립·암호 교육받아

북 “특정인 포섭해 집회 공작

한미연합훈련 중단 촉구하라”

김정은 선전 등 5차례 지령문

북한은 캄보디아에서 국내 진보정당 간부와 접선하고, 이후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설립된 조직 ‘ㅎㄱㅎ’에 다섯 차례의 지령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과 선거 개입 등을 시도해 온 것으로 9일 파악됐다. 북한이 내려보낸 지령문에는 진보·촛불 세력의 연대로 중도층을 규합해 반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과 특정 인물을 포섭한 뒤 정치·군중 집회를 공작해 윤석열 정부를 타격하라는 지시 등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더해 북한 주체사상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선전사업을 추진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 당국은 ‘ㅎㄱㅎ’을 중심으로 한 북한 연계 조직이 제주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지역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보고 전국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비밀 접선=이날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진보 정당의 간부 A 씨는 2017년 7월 29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북한 간첩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옛 225국) 소속 대남공작원 김모 씨를 접선했다. A 씨는 같은 달 31일까지 캄보디아 시엠레아프 소재의 한 레지던스에 머무르면서 김모 씨로부터 지하 조직 ‘ㅎㄱㅎ’의 설립과 운영 방안, 암호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간첩 통신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당시 북한과의 회합에서 ‘조국통일 위업의 승리를 위해 굴함 없이 투쟁하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8월 1일 캄보디아에서 귀국한 이후 북한과 수차례 교신 등을 갖고 제주 노동계 간부 B 씨, 농민 운동을 해 온 C 씨 등과 함께 지난해 9월 24일 ‘ㅎㄱㅎ’을 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다섯 차례 지령문 시행=‘ㅎㄱㅎ’의 조직원들은 2017년 캄보디아 접선 이후 조직이 설립된 지난해까지 5년 3개월간 북한으로부터 다섯 차례의 지령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령문에는 진보·촛불세력 연대를 통한 반정부 투쟁과 북한 주체사상 및 김 위원장 선전, 특정인물 포섭·정치 집회 공작을 통한 윤 정부 타격 등과 같은 목표가 제시돼 있다. 2021년 10월 19일 첫 지령문에는 ‘진보당 ㅈㅈ(제주)도당과 민주노총 ㅈㅈ본부 4·3 통일위원회 등을 발동해 합동 군사 연습 중단, 한·미·일 군사 동맹 해체, 미국산 첨단 무기 도입 반대 등 구호를 들고 반미 투쟁과 대중 투쟁을 연속 전개해 압박의 도수를 높여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2022년 3월 29일에는 ‘진보당 후보 지지 선언 운동’ 지령이 내려왔다. 한 달 뒤인 4월 19일에는 ‘보수집권 세력의 사대매국적이며 반통일정책을 반대하는 다양한 실천투쟁’이, 두 달 뒤인 6월 9일에는 ‘B 씨가 지도 중인 민주노총 ㅈㅈ본부 4·3 통일위원회 중심의 반미자주화를 위한 대중 투쟁’ 등이 지시됐다. ‘ㅎㄱㅎ’은 첫 압수수색 9일 전인 지난해 10월 31일에도 북한으로부터 ‘진보운동 단체들을 내세운 지역 내 반보수투쟁 단체 재정비·확대 개편’ 지시를 받았다.

◇전국지역으로 수사 확대=방첩 당국은 압수수색 5일 전인 지난해 11월 4일까지도 이들이 북한 문화교류국에서 요구한 전송 방법에 따라 수차례 대북통신 문건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ㅎㄱㅎ’이 제주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결성된 증거를 입수하고 지난해 경남 창원과 전북 전주 지역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이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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