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이원석 검찰총장의 진실론

김충남 기자 2023. 1. 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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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은 '진실'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는 한 사석에서 2017년 국정농단 사건 특검 경험을 얘기했다.

진실이 발견되면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 탓이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으로 대통령과 검찰은 '한 몸'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선 동일하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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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사회부 부장

이원석 검찰총장은 ‘진실’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는 한 사석에서 2017년 국정농단 사건 특검 경험을 얘기했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민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 사항으로 깨알같이 적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이 집 압수수색 때 발견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진실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어진다”고 했다. 이 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진실은 스스로 드러나는 힘이 있고 그 힘은 지극히 강해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반드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돼 있다”며 “원칙을 지키고 절차를 거쳐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팩트를 찾고 진실을 밝혀 그 결과를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16일 취임한 이 총장은 한비자의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음)’를 화두로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정권 당시 각종 비리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10일 소환된다. 검찰은 두산건설 등 기업들의 민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182억 원의 후원금을 받은 제3자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대표는 ‘정적’ 제거를 위한 정치 보복이자 야당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총장은 전 정권에서 시작된 수사를 증거와 법리에 따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축한다. 이 대표를 확실한 증거로 기소해 유죄 판결을 끌어내지 못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공정성에 심각한 훼손을 입힐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문 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 사건도 휘발성이 매우 크다. 이 총장의 ‘성역 불가론’은 명백한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전직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진실이 발견되면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 탓이다.

주요 수사가 마무리되면 이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으로 대통령과 검찰은 ‘한 몸’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선 동일하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기 때문이다. 전 정권에서부터 수사가 이뤄진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처리가 가장 큰 시험대가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에서 “조국 장관 내정자 수사가 개시된 이후 몇 년이 넘도록 제 처와 처가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뭐라도 잡아내기 위해 무슨 지휘권 배제라고 하는 망신까지 줘가면서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최근 재판에서는 김 여사와 관련된 새로운 진술과 물증이 제시되고 있다. 야당과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총장은 김 여사에 대해 기소든 무혐의 처분이든 결론을 내야 한다. 그 기준은 그가 강조하는 팩트와 진실이다.

이 총장을 만나보면 검사로서의 소명의식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배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선비 같은 풍모와 강단 있는 삶의 자세가 조응한다. 주말이면 한강 변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게 취미라는 이 총장이 찬바람을 맞으며 어떤 사색에 잠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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