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김관진 强軍論과 文정부 9·19 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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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늦은 봄으로 기억한다.
당시 필자는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이었기에 가끔 청와대나 국방부에 보고하러 갈 일이 있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현역 시절에도 북한 측 상대 지휘관 사진을 자신의 집무실에 걸어두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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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2012년 늦은 봄으로 기억한다. 당시 필자는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이었기에 가끔 청와대나 국방부에 보고하러 갈 일이 있었다. 한 번은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러 갔는데 낯익은 북측 인사의 사진이 사무실에 걸려 있었다. 김정은과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의 사진이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현역 시절에도 북한 측 상대 지휘관 사진을 자신의 집무실에 걸어두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뻔히 알면서도 물어봤다. 대답은 간단했다. 이 시간에 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였다. 그래야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관진은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에 장관에 임명됐다. 북한 도발 직후라는 점에서 그의 지휘철학이 기대됐다. 3가지가 핵심이었다. △군인은 오로지 창을 베고 적을 기다린다는 침과대적(枕戈待敵)의 자세로 복무해야 한다 △만일 북한이 도발한다면 도발 원점과 지원 세력, 그리고 지휘 세력까지 즉각 응징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런 태세를 유지하려면 창끝 전투력을 강화해 전투형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을 간소화하고 교육훈련에 전념하는 강군(强軍) 육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가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북한은 그의 사진을 타깃으로 만들어 군인들이 10m 앞에서 조준사격을 하도록 했다. 총탄 구멍으로 도배된 그의 얼굴이 노동신문에 실렸다. 그만큼 그는 북한군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무인기 도발의 정치적 목적을 일정 부분 달성한 셈이다. 잘잘못을 따져 일벌백계할 건 해야 한다. 그러나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한 번쯤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8년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그리고 9·19 군사합의가 이뤄지면서 국군의 훈련에 족쇄가 채워졌다. 한·미 연합훈련은 뿌리째 흔들렸고 훈련의 명칭마저 사라졌다.
9·19 합의로 휴전선과 북방한계선(NLL) 근방에서의 훈련도 제약을 받았다. 육군 각급 부대가 가지고 있는 전술용 드론도 제대로 가동할 수 없었다. 게다가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군은 훈련보다는 군내 코로나 확산 방지에 전력을 기울였다.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해야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러나 군은 ‘한반도의 봄’과 코로나를 핑계로 훈련보다는 관리를 택했다. 그러다 보니 강군 육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군 고위직들을 문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바라는 바다. 그리고 북한은 지난해보다 올해 영토를 직접 침범하는 도발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그때 판단해도 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군 고위직들은 강군 육성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강한 훈련을 통해 강군을 만들겠다며 국방혁신 4.0에 시동을 걸었다. 북한 도발 시 도발 원점과 지원 세력을 응징하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7월에 취임한 김승겸 합참의장도 침과대적의 자세로 복무할 것과 적 도발 시 가차 없이 응징하겠다고 했다. 행정화한 군대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김관진 장관의 키즈(kids)다. 취임한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았다. 책임 소재를 따져 책임을 묻되 고위직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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