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낙하산
권력을 등에 업은 낙하산 윤 정부에서도 투하중
최소한의 전문성도 없는 논공행상 인사
문 정부 캠코더 인사와 다른게 무엇인가?
"국정을 대통령 개인의 채무변제에 사용"
여의도 정가에서는 정권이 한번 교체되면 새로운 일자리 1만 개가 창출된다고 말한다.
엄밀히 얘기하면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의 주인이 바뀌는 것이다.
권력이 교체되면 총리부터 시작해 장차관들의 교체가 당연하지만 그래도 일자리 1만 개는 믿고싶지 않을 만큼 과하다.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직접 지명하거나 추천을 받아 임명하는 자리는 대략 500여 개라고 한다. 대략 1년에 100여 명 임명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나머지 9천여 개의 자리는 어떻게 채워질까? 바로 낙하산이다.
권력의 힘으로 내리꽂는 낙하산 인사는 고대시대부터 있었고 동서양, 선진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권을 바꿔가질 때마다 주요 관직에 '자기사람' 심기, 즉 낙하산 인사가 버젓이 벌어진다.
그러니, 지연과 학연을 유난히 중시하는 한국정치에만 낙하산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은 '캠코더'라는 유난한 별명이 붙었다.
대선캠프와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촛불혁명으로 이룬 정부와 산하기관에 우후죽순처럼 밀려들었다. 자리에 맞는 전문성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공공기관 정보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350개 공공기관 기관장과 임원 3080명 중에 문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가 2655명이다. 여기에는 기관장 298명이 포함돼 있다.
금융공공기관에만 친정부,친여당 낙하산으로 내려온 기관장과 감사, 상임이사, 비상임이사가 63명이다.
이들의 연봉은 수억원대에 이르고 차량과 기사가 지원되고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업무추진비도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공기관과 산하 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전 정권들을 통해 충분히 학습한 국민들은 이 약속을 믿지 않았지만 캠코더 인사가 정권말기까지 알박기로 진행되는 것을 보고 역시 '낙하산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를 캠코더 인사라고 규정하고 적폐진보로 비난했던 윤석열 정부는 어떨까?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때 "집권하면 사장을 지명하고 캠프 인사를 시키고 그런거 안합니다"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 말도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허풍으로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기업 사장 4명 중에 3명이 낙하산이다.
정용기 한국난방공사 사장은 에너지 분야와 관계없는 재선 의원 출신이다. 국회의원 출신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한국철도공사 사장에 이어 이번에는 에너지 기업 사장을 맡았다.
이들을 포함해 최근 임명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모두 윤석열 대선캠프 출신들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눈을 피해 야음을 틈 타 지금 수많은 낙하산들이 공공기관과 산하기관에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개편 이후 대통령실을 떠난 많은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최근 산하기관에 감사나 이사로 잇따라 임명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윤핵관 등 실력자 정치인과 이들을 등에 업은 인사들도 저마다 낙하산을 타면서 '일자리 1만개 창출'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일부 기관에는 정권의 철학과 국정기조에 맞는 인사가 가는게 당연시되지만 최소한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공감을 얻는다.
공기업을 선거승리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고 권력의 엔진을 달아 낙하산을 마구 뿌려대는 것은 권력의 사유화이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350개 공기업의 1년 예산은 761조원이다. 2023년 정부예산 638조원보다 100조원 넘게 많다.
2021년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말 알박기 낙하산 인사를 겨냥해 "국정을 대통령 개인의 채무변제에 사용한다"고 맹비난했다.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속담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 인사와 무엇이 다른지 국민들은 도무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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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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