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할인 두둑이 하더니…‘배째라’ 나선 아우디 딜러사

2023 아우디 A6 [사진=아우디코리아]

지난달 20% 넘는 할인율을 앞세워 고객을 긁어모은 아우디의 한 공식 딜러사가 최근 구매 고객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조건 변경을 통보했다. 잔금일에 차량을 인도받기 위해 기존 소유 차량을 중고차로 판매한 고객은 졸지에 뚜벅이 신세가 됐다.

9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태안모터스의 모 전시장은 현금 일시불 조건으로 ‘A6 45 TFSI’ 2023년식 모델의 판매 가격을 7044만원에서 5283만원으로 총 25% 깎아주는 계약을 고객들과 맺었다. 특히 한 달 이내에 출고하는 조건도 제시했지만 이 전시장은 최근 차량 출고를 취소하겠다고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권장 판매가격의 4%에 해당하는 특별 할인 혜택을 포기하고, 이달 축소된 할인 조건으로 다시 계약하면 우선권을 부여한다고 알렸다.

이곳에서 차량 매매계약을 맺은 A씨는 “지난달 계약할 때까지만 해도 딜러는 3주 내로 차량을 인도하겠다고 했다”며 “차량 인도일을 이달까지 3번 미루더니 이제는 차가 없다고 말이 바뀌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출고 명령까지 떨어졌는데도 딜러사 본사인 태안모터스에서 차를 회수해 갔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고객에게는 ‘아우디코리아에서 올해(2022년) 판매 목표를 다 채워서 내년(2023년)에 물량을 풀기로 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처럼 계약 잔금일이 임박해서 ‘차량 출고가 어렵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구매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구매자는 차량을 인도받기로 한 날에 맞춰서 기존 소유 차량을 중고차로 팔아 계약 대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잔금을 마련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기예금을 해지해 목돈을 마련한 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동일 차량을 구매하려면 애초 기대했던 할인은 받을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새로운 계약이기 때문에 차량 인도 순번은 애초 약속했던 날보다 훨씬 뒤로 밀리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차량 판매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연말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가 예상보다 계약자 숫자가 많고, 연초 판매 흐름이 나쁘지 않아 일방적으로 출고 취소 통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통상 완성차 업체들은 연식 변경 모델에 대해 이전 모델과 옵션을 다르게 설정해 판매 가격을 높인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을 2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딜러사 입장에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계약 차량의 출고가 일방적으로 취소된 게 부당한 일이지만, 딜러사 측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딜러사 입장에선 계약서에 명시된 정당한 사유에 따른 조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씨와 전시장 간 맺은 매매계약서 ‘기타사항’에는 ‘계약 시 프로모션은 계약 당월 차량등록 시 적용 기준이며, 차량 등록이 재고 부족 및 기타 사유로 이월 시 프로모션이 확대 또는 축소될 수 있다’라는 단서 조항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태안모터스 측은 “공식적으로 할 답변은 없다”라고 말했다.

아우디 공식 딜러 ‘태안모터스’ 로고. [사진=태안모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