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태어나 여의사가 되기까지"…이길여 회고록 : 길을 묻다

정심교 기자 2023. 1. 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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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을 포함해 의료·교육·문화·봉사·언론 분야의 국내 최대 공익재단인 '가천길재단'을 설립한 이길여 가천대 총장의 삶을 다룬 신간 '이길여 회고록 : 길을 묻다'가 출간됐다.

이길여 총장은 일제 강점기에 전북 군산의 시골에서 태어나 1945년 해방 후 이리여고에서 공부하고,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의 메리 이머큘리트 병원과 퀸스 종합 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일본 니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8년 '이길여 산부인과'를 개원했고 1978년 국내 여의사로는 처음으로 의료법인을 설립했다. 1998년 가천의과학대학교를 설립했으며, 경원대학교를 인수했다. 2012년에는 4개 대학을 통합해 학생 수 기준으로 수도권 사립 3위 규모인 '가천대학교'를 출범시켰다. 사재를 포함해 1600억여 원을 들여 뇌과학연구소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을 설립했으며 2009년 정부로부터 최고 등급의 과학기술훈장을 받았다.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UN 여성대회 정부 대표, 서울대 의대 동창회장, 의사협회 100주년 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가천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그가 일제 강점기, 집안의 둘째 딸로 태어나 6·25 전쟁 중 서울대 의과대학 입학하고 미국 유학 후 한국 최초 여의사 의료법인을 설립한 이야기부터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 사립 4위(학생 수 기준) 규모인 '가천대학교'와 '가천길재단'을 설립하는 등 한 세기에 걸쳐 이룬 이길여 명예 이사장의 업적이 담겨있다.

이 책은 한 세기에 걸친 한반도의 역사가 투영된 그의 삶을 가천대 김충식 교수(한일미래포럼 이사장)와의 2년간에 걸친 대담으로 구성됐다.

"일본어만 써야 했던 초등학생 시절, 이길여 총장은 무심코 우리말을 썼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뺨을 맞는다. 그것도 같은 조선인 교사로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을 무렵에는 일본군 '정신대' 징발로 온 동네에 난리가 난다. 이길여 총장의 나이가 서너 살만 많았다면 진작 시집을 갔을 것이고, 지금의 길병원 설립자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이길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책에는 해방 후 이리여중에 입학했을 때 좌익과 우익의 갈등이 극에 달했고, 서울대 의대와 병원이 부산 국제시장 부근에 있던 시절, 이길여 총장은 세 명이 비좁은 방에 누워 잘 수 없어 돌아가며 한 명은 앉아서 공부해야 했던 일화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길여 가천대 길병원 설립자 겸 가천대 총장.


또 이길여 총장이 6.25전쟁이 휴전으로 끝나자 인천 용동 우물가에서 '이길여 산부인과'를 열고, 선진 의료를 배우고 싶어 미국으로 갔지만, 조국과 환자를 위해 다시 귀국하게 된 일련의 과정과 소회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1978년 이길여 총장은 국내 여성 의사로서는 최초로 의료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길여 총장은 "의료 법인이 아니면 '병원'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었고 한 단계 낮은 '의원(醫院)'이라는 이름을 써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의사들이 의료 법인 설립을 기피했던 이유는 모든 재산을 사회에 내놓는다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p.260)

"1968년 이길여 총장은 미국에 남으라는 주변의 강권한 만류를 물리치고 귀국을 결단한다. 가난한 한국보다, 더 가난한 조국의 환자들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그의 이야기는 총 11장에 걸쳐 담겨있다. 이 책은 ▶1장, 미운 오리 새끼 ▶2장, 왈가닥 모범생 ▶3장, 전쟁과 가난, 그리고 의대생 ▶4장, 봉사 활동에 눈을 뜨다 ▶5장, 낯선 천국 미국으로 ▶6장, 이길여 산부인과 ▶7장, 종합 병원을 꿈꾸다 ▶8장, 길병원의 성장 가도 ▶9장, 성공시대 ▶10장, 어미새의 노래 ▶11장, 가천의 이름으로 등의 내용과 '책을 펴내며(김충식)', '추천사(김병종)' 등을 포함해 총 512쪽으로 구성돼 있다. 이길여 지음(김충식 대담)/샘터사/512쪽/2만7000원.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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