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연동 폐지’-野 ‘권역별 비례 도입’

2023. 1. 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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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앞두고 계산 분주
여야 “중대선거구 현실적 어려움”
2월 중순까지 당론 마련할 듯

여야가 내년 총선에 도입할 선거제도를 놓고 복잡한 셈법을 이어가고 있다.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연동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문제의식에 여야가 공감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서는 모두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이에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법 개정 논의가 비례대표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각각 내부적으로 선거제도 개편 방식별로 내년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야 의원 49명이 참여한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소속 한 의원은 “여야 모두 현재 선거제도 개편에 따른 내년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작업을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국회의장이 제안한 선거제도 개편 관련 법 개정 일정에 맞춰서 여야가 당의 입장을 정리 중인데, 여야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내부적으로 내년 총선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승자독식으로 사표 문제가 심각한 소선구제에 문제의식은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중대선거구제 역시 양당체제 고착화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많다.

최근 출범한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소선구제는 악, 중대선거구제는 선이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거대 양당의 복수 공천 등으로 다당제, 정치신인 진출 등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들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인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현실론에도 무게가 실린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는 민주당의 약진이 점쳐지고, 민주당의 다수를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선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국민의힘은 영남지방에서 많은 손해를 본다. 한 30~40%의 의석을 내놓아야 한다”며 “영남 의원들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야의 실질적인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비례대표제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현역 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한 지역구 선거구제 개편보다는 비례대표제 개선을 통해 비례성,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11일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법안 심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국민의힘은 현행 준연동형비례대표를 폐지하고 과거와 같이 병립식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는 법안을 대거 발의한 상태다. 병립식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분리해 선출하는 방식이다.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연동하면서 발생했던 위성정당 문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도 담겨있다. 현재 정개특위 소위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총 5개 계류 중이다. 모두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전주혜·장제원·권성동·곽상도·김은혜)이 대표발의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역별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히 검토되고 있다. 시 도 권역으로 나눠 각각 비례대표를 선출하면 사표 발생을 줄여 비례성을 높이고 지역 대표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개특위 위원으로 활동한 한 민주당 의원은 “당내에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선거제도 개편 방향이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지역구 이해관계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사표를 방지하고 다당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제를 손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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