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발생시킨 탄소 상쇄, 전기화·리사이클 가속”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친환경 전환 최우선 분야는 정유
폐플라스틱 재활용·CCS 등 추진

“에너지·석유화학 부문에서 메가트렌드는 일렉트리피케이션(전기화)과 리사이클이다. 에너지·화학이란 틀 안에서 완전히 환경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SK그룹의 에너지·석유화학 부문을 이끄는 김준(사진)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로 카본(Zero Carbon)을 기반으로 우리가 해왔던 사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임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산업이 그동안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건 사실”이라며 “그만큼 극복하는 부분을 보여줘야 하고, 지난 60년간 우리가 발생시킨 탄소를 상쇄하는 방식으로 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으로 사업의 틀을 바꾸기 위해 전기화와 리사이클 두 가지를 중심으로 변화를 꾀한다. 특히 전환이 가장 먼저 일어나야 할 분야로 정유를 꼽았다.

김 부회장은 “우리가 보는 미래에는 가솔린, 디젤 등 수송용 연료는 다 없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가 가진 설비는 완전히 쓸모없게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설비가 좌초자산이 안 되게끔 해야 한다”며 “정유 설비를 저탄소나 무탄소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SK엔무브가 폐유를 수거해 다시 윤활유를 만들고, SK지오센트릭이 폐플라스틱을 화학적 재활용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 부회장은 개나리주유소 등을 통해 사업성을 확인하고 있는 소규모 분산형 발전방식도 친환경 전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분산형 발전이란 소규모 연료전지나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해 가까운 지역에 에너지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다.

김 부회장은 “주유소를 허브로 해 분산발전소로 갈 것”이라며 “에너지 공급과 사용 방식이 다 바뀌어야 하고, 거기에 맞춰 기존 사업도 다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발전의 친환경 대안으로 부상한 소형모듈원자료(SMR)도 SK이노베이션이 주목하는 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와 함께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는 “워런 버핏이 세운 석탄발전소에 지금 테라파워의 SMR이 들어가는 걸로 안다”며 “하지만 우라늄을 공급받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면서 상용화는 2030년이 넘어야 할 걸로 본다”고 전망했다.

SK어스온이 중점 추진 중인 CCS(탄소 포집·저장) 기술의 경우에도 상업적으로 돈이 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 게 김 부회장의 생각이다.

김 부회장은 “CCS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제로카본으로 가기 어렵다”며 “땅속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뽑아낸 기술력으로 그걸 다시 되돌려 놓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60년간 땅속에서 석유를 캐내는 역량을 쌓아온 것을 역으로 이용해 땅속으로 이산화탄소를 돌려보내겠다는 의미다. 아직 관련 규제가 많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규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한편 김 부회장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기간 새해 첫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라스베이거스=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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