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하겠다” 맘 돌린 둔촌 당첨자들…잠실선 매물 감소·호가 상승

2023. 1. 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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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에 접수기한 연장 요구
계약 기대…분양시장 향방 가늠
기존 주택 집주인들도 호가 올려
집값 반등 가능성 아직 낮아
‘1·3 부동산대책’ 이후 신규 분양시장의 계약률 증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 또한 매도자들의 정책효과 기대감 속에 호가가 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반등 가능성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단지. [연합]

정부가 지난 3일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신규 분양 현장과 매매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특히 신규 분양시장은 이른바 ‘1·3 대책’으로 불리는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으로 꼽혀 미분양 우려 사업지의 계약률 상승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1·3 대책 최대 수혜 신규 분양시장…둔촌주공 계약 포기 당첨자 서류 접수기한 연장 요구까지=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정당계약이 시작된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당첨자 중 계약을 포기하려던 당첨자 일부가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애초 계약을 하지 않으려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으나 바뀐 규제에 뒤늦게 서류를 제출할 수 있냐는 요청을 해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둔촌주공은 정해진 기한까지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청약 당첨자도 지난 6일까지 서류를 제출할 수 있게 조치했다. 본래 청약 당첨자들이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시기는 지난해 12월 17~31일이었다. 이를 연장해 당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어도 둔촌주공 분양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둔촌주공 분양 현장 관계자는 “서류 제출기한은 지난달 31일까지가 맞지만 서류 미비자나 부적격 소명 대상자에 한해서 6일까지 받았다”면서도 “다만 당시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당첨자들도 이날까지 서류를 제출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둔촌주공이 서류 제출기간을 변경하면서까지 추가로 계약자를 받은 데에는 당첨자 사이에 지난 3일 발표된 부동산 규제완화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둔촌주공 분양 현장은 1·3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계약 관련 문의전화가 급증했다.

이번 정부 대책으로 강동구에 있는 둔촌주공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및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에서 해제됐다.

이에 따라 한층 낮은 각종 세제, 대출 규제 수위를 적용받게 된다. 우선 기존 50%에 불과했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상향되고, 다주택자에게 중과되던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는 사실상 폐지된다. 2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경우 취득세 완화는 물론 주택담보대출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형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졌다. 둔촌주공 84㎡형은 분양가가 12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 불가 대상이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내규를 올 1분기 내로 개정해 이후 실행하는 대출부터 중도금 12억원 상한 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둔촌주공은 중도금 첫 실행일이 올 6월로 공지된 만큼 84㎡형 계약자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확률이 매우 크다.

또 전매 제한기간은 8년에서 1년으로 대폭 단축되며, 실거주 의무 역시 사라진다. 특히 실거주 요건 폐지는 입주와 동시에 세입자를 받을 수 있어 자금이 부족한 청약 당첨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역대 최대 재건축단지인 둔촌주공의 계약률이 올해 분양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전문가들은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둔촌주공과 비슷한 시기에 청약이 진행된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 레디언트’ 역시 둔촌주공처럼 기존에 공지한 제출기한을 넘겨서도 서류 접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진 분위기에 매도자들 속속 호가 올려…매수세 유입이 관건=신규 분양시장과 더불어 기존 주택시장에서도 매도자 사이에 정책효과 기대감이 커지며 급급매를 내놓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는 흐름이 감지된다.

지난해 말 19억원대까지 거래됐던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5㎡는 호가가 최근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여러 건 거래가 됐던 20억대 매물이 전부 사라지고 22억원대로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한두 달 사이 급매가 10건 가까이 거래됐다”며 “거래가 좀 이뤄지니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려 내놓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잠실은 아직 규제지역은 그대로지만 전반적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의 훈풍이 불어오며 재건축도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1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1로, 지난주(63.1)보다 1.0포인트 올랐다. 지난주까지 5주 연속 역대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던 지수가 소폭 회복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전주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해 5월 첫째 주(91.1) 이후 35주 만이다. 이번 규제 해제에서 빠진 강남권역도 지난주(65.1)보다 0.8포인트 올라 65.9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 조치로 집값이 이제 반등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출 완화정책 등을 내놔도 치솟은 금리와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아직은 매수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여전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소폭 올리니 사겠다는 사람이 다시 사라졌다”며 “아직은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매수자들이 많다”고 했다. 박자연·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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