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부부 ‘풍자’ 전시회…국회사무처 “비방이다” 모두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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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미술작품 전시회를 기습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무처 쪽은 해당 작품들이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취소할 수 있다'는 내규를 들어 주최 쪽에 작품 철거를 요청했다지만, 규정이 모호해 해석이 자의적인 데다 기준 없이 모든 작품을 철거한 상황이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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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미술작품 전시회를 기습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무처 쪽은 해당 작품들이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취소할 수 있다’는 내규를 들어 주최 쪽에 작품 철거를 요청했다지만, 규정이 모호해 해석이 자의적인 데다 기준 없이 모든 작품을 철거한 상황이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형배(무소속)·최강욱(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무처가 오늘(9일) 새벽, 기습적으로 국회의원회관 제2로비에 설치된 전시작품 80여점을 무단 철거했다”며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고 규탄했다. 민 의원실의 설명을 들어보면, 애초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2023 굿바이전 인 서울’(굿바이전)은 국회사무처의 허가를 받아 이날부터 닷새간의 일정으로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가 전시회를 코앞에 둔 이날 새벽 작품을 전면 철거하면서 전시회는 취소됐다.
사무처 쪽은 철거에 앞서 전시를 주관한 민 의원실에 지난 8일 저녁부터 세차례에 걸쳐 ‘작품을 자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해당 공문에서 사무처 쪽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나,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내규’ 제6조 및 제7조에 의거해 전시작품들을 8일 밤 11시까지 자진 철거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국회의원회관 사용내규를 보면, 국회 사무총장은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국회 안전관리 규정’에 따른 재난의 예방·대응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국회청사의 질서유지를 저해하거나 국회의 품위를 현저히 손상시킬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공간 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 굿바이전은 이 가운데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된다는 게 사무처의 설명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사무처 쪽에서 여야 간에 다툼이 있으면 안되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전시작들은 특히 윤 대통령 부부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민 의원 등은 기자회견에서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권력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었다”며 “이번 전시는 곧 부당한 권력에 더는 시민들이 압사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사무처는 이 같은 다짐을 무단철거라는 야만적 행위로 짓밟았다.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전시회의 정상적 진행을 약속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2017년 20대 국회에서도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전시를 주관해 ‘당직 정지 6개월’이라는 당내 징계를 받은 적이 있긴 하나, 사무처가 직접 철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기준을 놓고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 쪽은 “정확히 어떤 작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설명도 없었다. 구체적인 문제점 확인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조차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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