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시장, 진짜 1조원 맞습니까?

2023. 1. 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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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223억원에서 7563억원으로 조정
약 1700억 차이...올해 ‘1조 돌파’도 의구심
키아프 2022 전경. [헤럴드DB]

최근 정부는 2022년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가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전년인 전년과 비교하면 37.2%나 늘어난 수준이다. 아트페어와 화랑의 매출 증가가 ‘미술 1조원 시장’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술계에선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연초 추정치와 연말 확정치 간 간극이 어마어마한 탓이다. 약 1년 전인 2021년 12월 발표된 2021년 미술시장 규모 추산액은 9223억원이었다. (상대적으로 정확한) 미술시장 실태조사 결과인 7563억원과 약 1700억원의 차이가 난다. 이런 식이라면 2022년 미술시장 규모는 1조원이 아닌 8000억원을 웃도는 수준 밖에 안될 수 있다.

어쩌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됐을까. 아트페어 매출액을 기준으로 화랑 매출액을 추산한 것이 가장 큰 오류다. 아트페어에 국내 모든 화랑이 다 참가하는 것도 아닌데, 아트페어 성장률을 화랑에 그대로 대입했다. 그래서 올해 아트페어 매출액 증가율(59.8%)과 화랑 매출 증가율(59.8%)이 같다.

아트페어 성장률은 각 아트페어에서 자체적으로 발표한 매출액을 합산해서 계산했다. 실제로 팔리지 않은 작품을 팔린 것으로 발표했다가 금액을 수정해 재발표하는 아트페어의 만행을 고려하면 이들이 발표하는 매출액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매출액을 제공하지 않는 화랑의 매출은 팔린 작품들 가격을 임의로 계산해 뽑아내는데 이 역시 시장 관계자들은 “솔직히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 경매시장은 30% 가량 역성장을 했는데, 유독 1차 시장만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9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제외하고는 하반기 아트페어엔 손님들이 많다고 할 수 없었다.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을, 미술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체감할 정도다.

아트페어 판매액과 화랑 매출을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없는 것도 중복 집계 값이 커지는 요인이다. 아트페어에 내놓았는데 페어가 끝나고 팔렸다면 이 건은 아트페어 매출일까, 아니면 화랑 매출일까. 정부에선 아트페어와 화랑, 경매를 각각 다른 유통 경로로 봤지만 실제 아트페어와 화랑은 교집합이 너무 크다. 미술계에서 공신력 있다고 평가되는 아트바젤-UBS의 ‘아트마켓 리포트’에는 그래서 아트페어 섹터가 없다. 딜러, 옥션, 컬렉터 사이드로 시장을 분석한다.

그렇다고 약 1년의 시간이 걸리는 미술시장 실태조사가 정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조사에는 국내 진출 해외화랑의 매출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국내 법인으로서 국내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들은 한국 미술시장에서 열외로 취급된다. 페로탕이 2016년 삼청동에 오픈한 이후 리만 머핀, 페이스, 타데우스로팍, 쾨닉, 글래드스톤, 페레즈프로젝트가 갤러리를 열었다. 사무소 형태로 운영되는 곳까지 합하면 약 15곳이 있는데, 시장에서는 이들 매출이 연간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미술 작품, 아트 굿즈, 조각 투자도 모두 통계에서 빠져있다. 정부는 “처음 미술시장 실태조사를 시작했을 때에 비해 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다”며 “이를 모두 포함하는 방식으로 조사 방법을 바꿀 계획”이라고 했다. 관련 연구 용역이 올해 시작해 내년부터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시장 조사를 하게 된다.

정책은 가끔 체에 비유된다. 너무 성기거나 촘촘하면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없는 게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체의 강도를 조절하기 위해선 기초 조사가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돼야 한다. 현상을 100% 반영할 수 없어도 싱크로율을 높여야 정책의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추정치와 확정치가 20% 이상 차이 나는 통계로 어떻게 변화무쌍한 미술시장을 평가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할 수 있겠나.

정말 한국 미술시장은 1조원일까. 글쎄, 며느리도 모른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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