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회사 밖의 나'가 중요한 시대, 나를 브랜딩하는 법 -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

심영구 기자 2023. 1. 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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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재가 만난 아홉 번째 '지식인싸'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지식인싸'를 만나는 <인싸이팅>, 아홉 번째 손님은 브랜드 컨설턴트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야.
앞으로 펼쳐질 3년, 5년 후의 세상이 궁금하다? 국내 최고 브랜드 기획자라 할 수 있는 이력을 쌓아온 박준영 대표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고~

Z세대의 진심, 모르면 비즈니스도 없다

애플코리아 국내시장 론칭부터 헤지스, SK텔레콤, 한화그룹 등 다양한 브랜드를 컨설팅해오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표창에 대한민국 건설문화대상 마케팅 부문을 수상한 박 대표. 그의 행보에 뜨거운 시선이 모아졌어. 그가 'Z세대' 앱 지도라는 걸 세상에 내놓았거든.
"개인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내밀한 일상과 개인적인 공간을 들여다봐야 되잖아요. Z세대들이 스마트폰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 300명의 Z세대를 직접 만나서 인터뷰해서 앱 지도를 만들었어요. 마케팅 또는 사업기획 하시는 분들, Z세대 유저 페르소나를 그려야 되는 분들 이런 분들이 많이 봐주고 계세요."

상대적으로 소비 구매력(*소비자가 갖는 경제력) 지수가 높은 세대는 3040세대 아닐까. 박준영 대표는 왜 Z세대, 1020세대의 관심사에 주목했고 기업은 왜 이런 데이터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

"총소비 규모는 3040이 훨씬 높은 건 맞고요, 그런데 저희가 봐야 되는 게 Z세대가 미래 소비의 주역이라는 것, 그래서 이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기업의 미래가 없다고 저는 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스푼 라디오>는 Z세대 친구들이 라디오 DJ로 활동하고 있는 앱이고 <채티>는 채팅형 소설을 읽는 방식의 앱이에요. 여기에서 가장 인기 많은 작가들이 Z세대 일반 유저들이에요. 그들이 그렇게 콘텐츠를 잘 창작하고 그 안에서 놀고 있거든요."

Z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앱이 무엇인지 파악하다 보니 자연스레 시장을 주도하는 Z세대의 파워가 보이게 됐다고 해.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디지털 생태계에서의 생존력과 경쟁력이 가장 앞서 있는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본인이 놀 판을 스스로 정해요. 기업이 내놓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탈바꿈시키죠. 리뷰와 추천 방식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주도적으로 서비스와 시장을 이끌어 나가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Z세대가 시장의 열쇠다, 시장을 움직인다고 하는 이유죠. 그래서 팬덤 마케팅이 요즘 많이 얘기되고 있잖아요. 새로운 소비 권력을 '찐 팬'으로 만드는 커뮤니티를 알아야 해요."

마케팅 신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개념과 트렌드 생겨. '팬덤 마케팅'은 고객과 브랜드 사이에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게 해 충성 고객을 확보해내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지.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히 찾아줄 고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 실제로 주요 글로벌 브랜드는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고 브랜드가 팬덤을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략이라고 해.

"애플이 팬덤 문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국내 론칭을 했었어요."

'애플' 브랜드의 국내 첫 상륙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경험, 그것이 시작이었어.

"애플도 사실 대기업이잖아요? 그런데 당시 썼던 전략이 뭐였냐면 'IBM'이라는 빅브라더에 대항하는 2인자, 도전자 콘셉트를 잡은 거예요. 그렇게 함으로써 보다 영(YOUNG)한 이미지를 가져가면서, 저에게 한국에서 음악 하는 사람, 디자인하는 사람, 미술하는 사람들을 컨택해주고 그들이 사용하는 브랜드로서 포지셔닝하게 해 달라는 게 애플코리아의 첫 번째 주문이었어요. 그때 제가 뽑았던 키워드가 서브컬처. 지금은 애플이 쓰고 있지 않지만 그때부터 저는 이게 앞으로의 시장 흐름에 중요한 맥락이라고 생각했어요."

브랜딩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 다윗(=애플)이 골리앗(=IBM)에 대항해 이기는 구도를 브랜드에 입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든 애플은 벌써 그때부터 '팬덤 마케팅'이라는 걸 하고 있었구나, 국내에서 아직 '팬덤 마케팅'이 대중적 키워드가 되기 전부터 박 대표는 자신이 발견한 이 '팬덤 마케팅'을 착안해 이후 성공적인 브랜딩 컨설팅을 해왔다고 해.

"앱 생태계 속 구글이 앱스토어에서 30퍼센트 수수료 받는다고 난리가 났었거든요. 그런데 애플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받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애플은 욕하지 않아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인사이트예요. 더 나아가 내가 어떤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나의 아이덴티티라는, 표현하는 관점에서 브랜드 커뮤니티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유저 페르소나'를 만들었고 그 브랜드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콘셉트로 접근을 했었죠."

지금은 업종을 막론하고 너도나도 마케팅의 기조로 삼는 키워드 '팬덤'과 '커뮤니티'. 박 대표가 이 거대한 흐름의 선두에 있었다 할 수 있겠어.

우리는 모두 직업인

"궁금했죠. 재기발랄하게 자기만의 판을 만들고 개인의 시대를 주도하는 Z세대들이 왜 회사에서만은 속을 알 수 없는 방어적인 직장인이 되는 걸까. 기업을 다니면 이해가 안 된다고 해요, 리더들이. 저들은 뭐지? 왜 사원들이 '회사 밖의 나'를 추구하느냐 물어요."

박 대표는 2006년 국내 최초로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전문 회사를 설립했고, 브랜드 컨설팅은 물론 강연, 해외투자 애널리스트 등 다양한 직업을 소화하고 있어. 다양한 분야의 임원들을 만나면서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을 흘려듣지 않는다고 해.

"개인이 가진 가치 발견이 중요한 시대예요. 국민템도 없고 마이크로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Z세대를 보면서 이제 나를 브랜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할지 생각하게 돼요. 국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연봉이 제일 높은 모 변호사 법률사무소를 예로 들면, 오래 근무해 파트너까지 될 수 있을 것 같은 젊은 변호사들이 나간다는 거예요. 어디 갈 건데? 그러면 이름도 못 들어본 스타트업을 간다는 거예요. 이름도 못 들어본. 이제는 직장이 곧 나의 정체성으로 표현되는 걸 원하지 않는 시대예요. 개인이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이 되어가는 흐름 속에 있기 때문에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해지는 거죠."

대체 '퍼스널 브랜딩'이 뭐길래. 그걸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나의 업의 의미를 세우는 것, 워크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게 핵심인 것 같아요. 그러려면 세상에 '드러낼 나'를 잘 알아야겠죠? MBTI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MBTI는 내가 보는 나, 그러니까 남이 보는 객관적인 나는 없어요. 내가 보는 나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한테는 이게 맞는 거죠. 아마 결과를 보면 공감되실 걸요? 왜냐하면 내 안에 있는 나니까. '내가 생각하는 나'만 있어선 안 되고 '다른 사람이 객관적으로 보는 나'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나' 이 세 가지가 가깝게 만나지게 접점을 넓히는 것, 이것이 퍼스널 브랜딩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를 계속 낯선 환경과 낯선 자극에 자꾸 노출시켜서 이 과정 중에서 내가 모르는, 미처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해봤으면 좋겠어요.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고 이런 것들이 계속 쌓이게 될 텐데 그러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고유한 영역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나만의 퍼스널브랜딩을 세우는 작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쯤에서 묻지 않을 수 없었지. 박 대표는 어떤 식으로 자신의 '퍼스널 브랜딩'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결국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모든 것이 출발해요. 마케팅이든 브랜딩이든 본질이 뭐냐 하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 경험인 거예요. 제가 호기심이 많아요. 예를 들어 NFT가 자주 회자되는 것 같다? 그러면 그 현장에 들어가요. 네다섯 개의 커뮤니티에 가입해요. 관찰하는 거죠. 호기심이 나를 행동하게 하고 의도적으로 계속 그런 상황에 던져놓아요. 안테나를 열고 계속 감지하는 거예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피곤한 일이 되지만 저는 따라가지 않아요, 이미 현재에 와 있는 미래를 잘 감지하는 거예요. 왜 이런 시그널이 올라왔을까. 그 원인을 생각하고 그게 사람의 어떤 본성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봐요. 그걸 보면 이게 계속 가는 흐름이 되겠구나, 그러면 그런 것들을 가지고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고 확장해 나가며 작업을 그리고 데이터로 확인을 하는 거죠. 그게 저의 일하는 방식이에요."

이제까지 만나온 모든 '지식인싸'들이 하나같이 언급했던 '일에 대한 열정', 이것만큼은 이분도 다르지 않았어.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얘기를 그동안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스마트폰이라는 도구가 일과 여가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게 해요. 이제는 놀 때 일하듯이 놀고, 놀 듯이 일하고 있거든요. 이게 워라블. 워크 앤 라이프 블랜딩, 저는 이렇게 삽니다."

나만의 별★은 반드시 빛난다

그래도 말이야.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칠 때가 있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 항상 눈과 귀를 열어두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 같아.

"저도 일과 좀 떨어져 있을 때가 있어요. 크리에이티브가 튀어나오려면 적당한 텐션과 내적 여유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해요. 그게 내공인 것 같아요. 살다 보면 누구나 오르락내리락하잖아요. 스스로 지치지 않게 내적 공간을 만드는 힘이 곧 자기를 지키는 힘이 되거든요.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라고 하고 싶네요."

직장인이라면 개인이 주도적으로 일과 여가를 두고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저는 어떤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내 관점에서 이건 이래서 재밌다 흥미롭다 재정의를 내려요. 그럼 그 일은 주어진 일이 아니라 내가 주도하는 일이 되는 거예요. 오너십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주어진 스케줄 안에서도 자기만의 리듬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성공 가도를 밟아온 브랜드 컨설턴트인 만큼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탁월할 거 같았어. 국내 유수의 프로젝트를 따낸 비법이 따로 있는지 궁금했는데 딱 한 가지만 생각한다는 거야.

"내가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이 끝나면 그 사람들에게 뭘 남길지 질문해요. 뭐가 남을까. 그걸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지? 그 생각을 가지고 준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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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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