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 이재욱 “화제의 장검 액션, 몸치지만 대역 없이 해냈죠” [인터뷰]
1년반 촬영끝 눈물 “작품 끝나고 처음 울어”
시즌3? “생각만 해도 힘들지만 더 잘할 것”
동남아 등 인기...차세대 한류 배우 자리매김
오는 작품 안 막아 “새해도 소처럼 일할 것”
‘환혼’은 역사에 없는 가상 세계 ‘대호국’에서 금지된 술법인 환혼술로 운명이 뒤틀린 이들의 사랑과 우정, 성장을 그린 판타지 무협 로맨스물이다. ‘쾌도 홍길동’ ‘최고의 사랑’ ‘호텔 델루나’ 등을 쓴 홍정은·홍미란 작가(홍자매)와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연출한 박준화 감독이 만들며 마니아층도 생겼다. 지난해 파트1은 넷플릭스에 동시 방영되면서 전 세계 23위(플릭스패트롤 기준), 12월에 시작한 파트2 역시 25개국 TV시리즈 톱10에 올랐다.
종영까지 2회차를 앞뒀던 지난 5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재욱은 “작품 끝나고 울어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 다 같이 만난 자리에서 감독님의 ‘수고했다’는 말에 눈물이 나더라”며 “이 작품과 캐릭터를 정말 좋아했구나 싶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재욱은 1998년생, 올해로 스물다섯이다. 2018년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강렬한 악역 조연으로 데뷔한 이후 8개 작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았다. 천재 해커, 30대 순정남, 나쁜 남자 등 배역 스펙트럼이 넓었다. 이번 작품에서 맡은 ‘장욱’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점은 자신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장욱(이재욱)은 출생의 비밀을 품고 술법을 배우지 못하다가 천하제일 살수 낙수(정소민·고윤정)를 스승으로 만나 최강자로 성장하고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 파트1에선 성장 서사가 주를 이뤘다면 파트2에선 정인을 잃은 고통, 카리스마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장난기 많은 파트1의 모습은 저랑 닮은 모습이 많았다. 제 색깔을 많이 꺼냈다”며 “반면 파트2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단호한 말투 등에 중심을 뒀다”고 설명했다.
극중 강한 혼의 기운으로 죽은 몸을 되살린다는 설정으로 상대 여배우가 정소민(파트1·무덕)에서 고윤정(파트2·진부연)으로 교체됐지만 “연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이재욱은 “캐릭터 이름이 다를 뿐 사실 영혼은 똑같기 때문에 하나의 인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고 연기했다”며 “보면서 두 배우의 목소리 등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현대무용가 대역을 쓸지, 팔에 와이어를 달지 현장에서도 의견이 많았어요. 일단 감독님께 제가 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던져서 하게 됐어요. 실제로 몸은 잘 못 씁니다. 몸치라 팬미팅에서 춤도 안 추기로 했어요.(웃음) 하지만 이번에 칼 액션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단 생각도 들어요.”
진한 키스신도 화제가 됐다. 다만 ‘멜로 장인’으로 꼽힐 만한 명장면을 만들어낸 공은 모두 감독에게 돌렸다. 정작 본인은 쑥스러워하며 두 손으로 입을 가린다. “대본엔 ‘입 맞추는 두 사람’이란 텍스트 외에 설명이 없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만들어야 했거든요. 감독님이 키스신을 잘 그려내시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벽에 상대 배우 밀치는 것 등을 다 생각해오셨어요. 정작 찍을 때의 제 기억은 거의 없어요. 너무 머리가 하얘졌고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스스로 꼽는 명장면은 파트1의 3회 끝 장면이다. 혼란을 불러올지 모를 운명을 타고났다는 이유로 자신을 가둬두려는 아버지 같은 박진(유준상)의 뜻을 거슬러 벌로 장 100대를 맞고 대립하는 장면이다.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삼키는 듯한 표정 연기가 돋보인다. 아직은 무력하지만 곧 각성해 성장할 장욱의 독기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보호대를 착용했지만 많이 맞기도 했고요. 매를 맞고 일어나는 연기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이 사람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저도 모르게 쓴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제 안에서 끓어오른 것 같아요. 장욱의 색깔을 잘 보여준 씬인 것 같고, 그래서 기억에 남습니다.”
인상 깊었던 시청자 반응으론 ‘시즌3 해달라는 말’을 꼽았다. “너무 감사한 말이지만 지금까지 긴 호흡으로 해와서 생각만 해도 힘들 것 같다”고. 만약 정말로 후속 기획이 추진돼 파트3에 다른 배우가 출연한다면 어떨 것 같냐니 “속이 쓰릴 것 같다. 너무 애정했던 캐릭터”라며 울상이다. “1년 넘게 찍은 입장에서 다른 배우가 한다고 하면 속상할 것 같아요. 저한테 제의가 온다면 소속사와 심도 있게 얘기하지 않을까요. 하고 싶은 마음에 기울 것 같아요.”
진지함과 코믹함을 넘나드는 넓은 연기 폭에 ‘연기 천재’란 수식어가 붙기도 하지만 본인은 “감사합니다”라며 수줍게 고개를 숙일 뿐이다. 스스로는 “항상 아쉽다”고 했다. “작품 끝나면 항상 하는 고민이에요. 캐릭터를 잘 설명했나, 다 보여드렸나 스스로 묻는다면 항상 ‘아니오’라고 답해요. 지금도 방송·대본 다시 보면 ‘이렇게 저렇게 할 걸’ 아쉬움도 많이 남고요. 한 번 더 장욱을 맡게 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장점으로는 매력적인 중저음 목소리, 또렷한 발성, 187cm의 큰 키 등 연기 도구를 꼽을 줄 알았는데 돌아온 말은 의외고 또 단호했다. “다른 면모를 계속해서 보여드리고 도전하는 게 장점 아닐까 싶어요. 잘하는 캐릭터를 하는 게 아니라 제가 못 해봤고 하고 싶어서 도전하거든요. ‘장욱’은 장난기가 많으면서도 소신 있는 캐릭터인데, 저도 매번 도전하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 소신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다양한 배역을 아우르는 게 버거울 법도 하지만 이재욱은 오히려 즐기는 듯했다. 그는 “일단 어덜트 페이스(노숙한 인상)로 낳아주신 어머니에게 감사드린다”는 너스레를 떨면서 “막힐 때도 있고 고충이 있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제 안에도 아주 많은 여러 가지의 ‘이재욱’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작품을 만나야 들여다볼 수 있는 모습이라, 그래서 더 도전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도전하는 자에게 갈 길은 멀다. 차기작은 검토 중이다. 언젠가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내는 배우가 되면 “액션이 많은 누아르 장르를 도전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아직도 한참 남은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냐는 질문엔 “소처럼 일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데뷔 초에 (빨리 입대하는 걸)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일단은 일이 바빠지는 데서 행복감을 느끼고 싶어요. 체력이 닿는 데까지 작품을 하고 군대는 현역으로 꼭 다녀올 생각입니다.”
이재욱은 이달 14일 서울에서 첫 팬미팅을 열고 아시아 투어를 돈다. 드라마 방영 전 330만 수준이었다는 SNS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종영 직후인 현재 504만을 넘어섰다. 인터뷰 당일 오후엔 492만이었는데, 숫자를 듣더니 “헉! 아침보다 1만이 올랐다”고 놀라워했다. “최근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로 선정돼 말레이시아에 잠깐 다녀왔는데 (팬들이) 공항에서부터 환대해주시더라고요. 많은 분이 ‘환혼’을 보고 계시는구나 생각했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연예인의 삶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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