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은 무조건 ‘현재진행형’이야”…‘미씽’ 고수, 아동찾기 나섰다

김효실 2023. 1. 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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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2>
출연배우 고수·허준호·이정은
실종아동찾기 캠페인 참여 눈길
드라마 <미씽2>에 출연 중인 배우 고수가 실종아동찾기 캠페인 영상에 출연한 모습. tvN 제공

“소희가 생후 7개월 때 낯선 여자의 방문으로 아이가 유괴되었습니다. (아이가) 지금 35살인데… 살아 있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고. 다시 안아보고 싶어요.”

“전단지를 엄청 많이 뿌리고 다녔어요. 지금도 트라우마가 남아있어. (행인이) 저기로 탁 전단지를 던지면서 ‘자식을 어떻게 잃어버리느냐’고… 난 바로 가서 전단지 주웠어. 누가 우리 아들 얼굴을 밟을까봐….”

실종자 한소희, 박동기, 조수민, 이동가의 어머니 이자우, 김숙자, 정미령, 아무개 네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섰다. 아이를 잃은 사연과 심경, ‘제보’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전한다. 그런데 이 영상의 유튜브 썸네일은 배우 이정은이고, 영상이 게시된 유튜브 채널은 ‘티브이엔 드라마’(tvN drama). 영상에는 이정은을 물론 고수, 허준호, 안소희, 하준, 김동휘 등이 함께 등장한다. 얼핏 보면 그들이 출연한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2>(이하 <미씽2>) 홍보 영상 같지만, 반전이 있다. ‘실종아동찾기캠페인’이 진짜 주인공인 것.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드라마 채널에서 실종아동찾기캠페인에 나선 것도 낯선데, 조금 더 들여다보니 드라마 곳곳에 캠페인이 붙어있다. 드라마 소개 누리집에 ‘실종아동찾기 캠페인’ 꼭지를 만들어놨고, 매주 월화 밤에 본방송이 끝나자마자 실종아동 신고 번호(182)와 유전자 검사제도를 안내한다. 다음화 예고편 말미에는 실종아동 사진과 실종 일시·지역 등 정보를 담아 신고 및 제보를 부탁한다. 이러한 캠페인은 드라마 바깥 장면이지만, 드라마의 일부이기도 하다. 실종 문제를 다룬 드라마의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있어서다.

캠페인은 드라마 제작진과 홍보팀이 한마음으로 협업해 성사시켰다.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는 티브이엔 채널마케팅팀 김경현 과장은 <한겨레>에 “(드라마 방영 전인) 지난해 9월 시즌2 마케팅 준비하면서 드라마 주제와 연결된 실종자 찾기와 관련한 캠페인을 하면 어떨까 고민했는데, 마침 제작진이 본방송 마지막에 실제 실종아동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사진을 넣는 방안에 대해 (마케팅팀에) 문의를 해왔다”며 “제작진 문의를 계기로 저희가 아동권리보장원(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에 연락해서 기획을 했다”고 말했다.

티브이엔 채널마케팅팀이 만든 실종아동찾기 캠페인 영상의 모습. 실제 1989년 생후 7개월에 실종된 한소희 씨의 어머니 이자우 씨가 출연했다. tvN 유튜브 갈무리

<미씽2>은 시즌1부터 제목 그대로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많은 실종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물음이 드라마의 출발점이다. 해마다 경찰에 접수되는 실종신고는 성인 6만~7만여건, 청소년을 포함한 만 18살 미만 아동은 2만여건에 달한다(성인은 ‘가출인’ 신고). 이 가운데 다수는 행방을 찾아 신고가 해제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5년(2017~2021년) 실종자 가운데 생사를 알아내지 못해 실종신고를 해제하지 못한 미발견자는 아동·청소년, 성인을 모두 더해 2185명이었다(실종신고 미해제 기준 시점은 지난해 7월31일,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 참조).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 옥은지 대리는 <한겨레>에 “드라마에서 실종을 지나가는 소재로 쓰기는 해도, 주제로 다루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이 드라마(<미씽2>)는 실종을 주제로 하면서 캠페인을 하겠다고 먼저 연락을 해와서 협업을 할 수 있었다. 실종아동가족들에게는 미디어 노출 기회가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미씽2>는 드라마 소개 누리집에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을 고정 꼭지로 만들었다. tvN 누리집 갈무리
<미씽2>는 다음화 예고편 말미에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을 붙이고 있다. tvN 유튜브 갈무리

실종수사전담반 형사가 주요 인물로 등장해 얼핏 보통의 범죄물 같지만, <미씽2>에는 독특한 세계관이 더해진다. 실종된 채 죽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존재하고, 그 마을과 망자들을 볼 수 있는 생존자들이 있다는 설정이다. 실종된 망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은 ‘두온마을’(시즌1의 주요 배경), ‘3공단’(시즌2) 등으로 다양하다.

드라마 속 실종수사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공조가 중요하다. 산 자들의 세계에서는 죽은 자를 ‘목격자’로 받아들일 수 없기에, 증거를 찾아야만 한다. 죽은 사람의 몸, 즉 시신도 사건의 주요 증거 가운데 하나다. <미씽2> 속 망자들이 마을에 머무르는 이유는 시신조차 발견되지 못해서다. 실종 상태인 망자의 시신이 산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순간, 그 망자는 마을을 떠나 온전히 죽은 자들의 세계로 이동한다. 실종 망자의 활약 덕분에 실종자가 살아서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숱한 범죄 드라마에서 피해자는 그저 시체로 등장할 뿐이다. 죽은 자는 대사 없는 소품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씽2>에서는 “누군가 자신을 기억하기를, 찾아주기를, 끝내 잊지 않기를” 바라는 실종 망자들이 주인공이다. 누구보다 그들을 그리워하고 찾고자 하는 가족들의 고통과 희망도 주요하게 그려진다.

<미씽2>에 출연 중인 배우들의 모습. tvN 제공

드라마는 시청 전에 휴지를 준비해야 할 만큼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래도 산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먹고 놀고 자는 실종자들의 일상 속 ‘저세상 개그’는 웃음 포인트다. 드라마 속 망자들의 마을은 슈퍼마켓·학교·카페 등 없는 게 없고, 이웃 간 오지랖과 정이 넘치는 시골 촌락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따뜻한 위안이 되는 상상이다.

대본을 쓴 반기리·정소영 작가는 시즌1 종영 뒤 <뉴스1> 인터뷰에서 “그곳이 공포스럽거나 음산하지 않기를 원했다”(반기리), “그들이 어딘가에서 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정소영)고 말했다. 실종자와 가족들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일부러 밝고 평화로운 설정을 했다는 의미다.

드라마 <미씽2>에 출연 중인 배우들이 실종아동찾기 캠페인 영상에 출연한 모습. tvN 제공

“실종사건은 무조건 ‘현재진행형’이야. 찾는 걸 포기하는 순간 끝나. 그래서 뭐라도 해야 돼. 우린 늘 그 심정으로 다녀. 범인 찾는 게 아니라 사람 찾는 팀이니까.”

실종전담반 형사 백일두(지대한)의 대사는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실종사건은 가족, 수사기관은 물론 사회구성원들도 함께 나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김경현 티브이엔 채널마케팅팀 과장은 “(캠페인 영상 촬영을 위해) 실종아동 가족을 섭외하면서 그분들로서는 마음 아픈 기억을 꺼내야 하니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가족들에게는 시민들의 제보가 소중하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매체라도 연락이 오면 고맙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실종자 찾기에 발 벗고 나서는 드라마 속 김욱(고수), 장판석(허준호), 이종아(안소희)의 ‘선한 오지랖’이 현실에서도 절실하다는 의미다.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 옥은지 대리도 <한겨레>에 “최근에 발생한 실종은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대부분 금방 찾지만 과거에 실종된 분들은 찾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그래서 유전자검사제도 같은 것들을 미디어가 널리 전파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자검사제도는 실종 당사자나 실종아동 가족이 경찰서에서 유전자 검체를 채취하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협력하여 가족을 찾는 제도다. 2004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를 통해 18년여 동안 장기실종자 691명이 가족을 찾는 데 성공했다(지난해 12월 기준).

드라마 포스터. tvN 제공

드라마의 메시지를 드라마 밖 현실로 확장한 캠페인에 많은 시청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 캠페인 영상 댓글에는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내용은 물론, “드라마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캠페인) 영상에 나온 것처럼 실제로 이러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현실에) 많다는 것”, “사회적 메시지를 주고 울림을 주는 방송의 순기능을 말해주는 좋은 드라마” 등등 드라마의 주제 의식을 칭찬하는 내용도 줄을 이었다.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 옥은지 대리는 “실종아동 문제는 지금도 계속해서 발생하는 일”이라며 실종에 대한 미디어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실종사건이 우리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인식하고, 실종아동을 목격하신다면 유의깊게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스스로 실종된 사람인 걸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주변에서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유전자 등록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제도(유전자 검사제)가 있다는 것도 꼭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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