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수’ 이정후의 국제무대 데뷔? ML용 야심작, 강철매직은 응답할까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강철 감독은 이정후를 어디에 세울까.
키움 간판타자 이정후는 2017년 데뷔 후 줄곧 코너 내야수를 봤다. 중견수를 간혹 소화하기는 했으나 주 포지션은 아니었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2021년 부임하자마자 이정후를 중견수로 돌렸다. 그렇게 이정후는 지난 2년 내내 풀타임 중견수로 뛰었다.
홍 감독의 이 디시전은 키움의 사정도 감안했지만, 사실상 이정후의 미래가치를 위한 통 큰 배려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너 외야수로 커리어를 쌓는 것보다 중견수로 성장해야 메이저리그 진출 시 높은 가치를 책정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공수밸런스, 공격생산력이라면 코너 외야수보다 중견수가 좀 더 높은 가격을 받는다. 중견수는 코너 외야수보다 수비 범위가 넓어야 하고, 운동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리드오프 혹은 테이블세터용 타자의 전유물에서 한 방을 갖춘 중거리타자의 자리로 진화하는 추세다.
이정후는 엄청난 타격 능력에 가렸을 뿐, 중견수 수비력도 리그 최상위급이라는 게 야구관계자들, 지도자들의 시선이다. 간혹 엄청난 어깨와 정확한 송구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발도 아주 빠른 건 아니지만 기민한 대응은 가능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2022시즌 WAA 1.207로 외야수 3위, 타구처리율 48.9%로 외야수 4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1155.1이닝으로 최다이닝 5위였다.
이제 궁금한 건 이정후가 과연 국제대회서 붙박이 중견수로 나설 수 있느냐는 점이다. 2021 도쿄올림픽에선 박해민(LG)이 붙박이 주전 중견수였고, 이정후는 주로 우익수를 보다 좌익수까지 소화했다. 당시 이정후가 키움에서 중견수로 뛰고 있었지만, 김경문 전 감독은 수비력이 더 좋은 박해민에게 중견수를 맡기면서 이정후에겐 상대적으로 타격에 집중하게 했다.
이번 WBC 대표팀 외야진은 도쿄올림픽 외야진(이정후, LG 김현수, NC 박건우, 박해민)에서 나성범(KIA)이 추가됐다. 이정후가 주전으로 뛰는 건 확실하지만, 박해민을 제치고 중견수로 뛴다는 보장은 없다. 아무래도 국제대회는 단기전이고, 수비가 중요하다. 이정후가 수비로 박해민을 넘어서는 건 쉽지 않다.
다만, 공격 중심의 라인업을 짠다면, 박건우 혹은 나성범의 비중을 높이면서 박해민이 벤치에 대기하고 이정후가 중견수를 보는 시나리오도 그려진다. 이강철 감독의 구상을 현 시점에서 예상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이정후가 국제대회서 중견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1년 뒤 메이저리그 진출 과정에서 도움이 되면 됐지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정후는 이날 개인훈련을 위해 미국 LA로 떠난다. 트레이너와 개인코치를 고용한 상태다. LA에서 2월 시작할 키움의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 곧바로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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