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의지’ 구현모, KT 조직개편 만지작···여권 대체인물 하마평까지

구교형 기자 2023. 1. 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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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 출신 김성태·KT 임원 지낸 홍원표 거론
재계, 민영화 공기업 상대 정부 개입 노골화 우려
구현모 KT 대표. KT제공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반대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여권 내 노골적인 반대 기류에도 연임 의사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 찬반을 놓고 표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구 대표는 늦춰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연초에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권은 국민연금이 “KT 최고경영자(CEO) 결정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포문을 연 뒤 동조하며 압박 수위를 점점 높이는 중이다.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구 대표를 대체할 인물 하마평까지 나온다.

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구 대표는 이르면 이번주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상적으로 KT는 매년 12월에 임원인사를 하는데 차기 대표 인선이 해를 넘기며 관련 절차가 미뤄진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연임 반대 의사 표명에도 구 대표가 조직개편을 준비한다는 것은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구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3월 주총에서 국민연금과 표 대결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KT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9.99%)과 현대자동차그룹(7.79%), 신한은행(5.58%)이다. 나머지 지분은 국내 기관과 개인, 외국인 등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구 대표는 지분율 50%에 육박하는 외국인 주주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재임 기간 주가를 2배 가까이 부양한 성과를 토대로 이들의 의결권 행사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만일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이 ‘정부 입김’에 휘둘리더라도 표 대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권은 구 대표의 ‘마이 웨이’ 선언에 당혹해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KT 차기 대표 선정 과정을 ‘밀실 담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KT는 지난 3년간, 공공의 유산을 물려받은 국민 통신기업임에도, 본업인 통신을 도외시해 국가 미래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통신 서비스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며 “탈통신 정책으로 국가적 손실을 야기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필 공정위가 KT를 향해 칼을 빼든 시점도 오묘하다. 지난날부터 KT텔레캅이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조사 중인 공정위는 이 과정에 모회사인 KT 입김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업체 운영에 전직 고위임원이 개입했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일설에는 검찰과 경찰도 그간 캐비닛에 묵혀둔 KT 사건을 들춰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구 대표 대체 인물 이름까지 거명되는 상황이다. 하마평이 도는 후보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20대 국회의원으로 과기정통위에서 활동한 김성태 전 의원과 KT 전무 출신으로 삼성SDS 대표를 지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홍원표씨 등이다. 김 전 의원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ICT코리아 추진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재계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이후 금기시된 KT나 포스코 같은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이 노골화될까 봐 우려한다.

공교롭게도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는 구 대표뿐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강철 KT 사외이사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구 대표 연임에 맞춰진 여권 내 시선은 여전히 달갑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KT를 다방면으로 압박해 주총 전 구 대표를 대체할 인물을 차기 대표로 세우는 게 목표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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