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내게 큰 동기부여”···스펠맨은 SK를 ‘라이벌’이라 한다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외국인선수 오마리 스펠맨(26)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의 가장 큰 변수로 꼽혔다. 무릎 부상으로 시즌 막판에 이탈했다가 복귀하는 시점이 플레이오프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출전 여부에 따라 팀의 경기력을 달리 만들 수 있는 외국인 에이스 스펠맨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코트로 돌아왔다.
전같지가 않았다. 부상으로 쉬는 사이 체중이 크게 늘어 움직임이 둔해졌다. 완전히 컨디션을 찾지 못한 채 뛰었다. 정규시즌에서 평균 31분22초를 뛰며 20.2득점이었던 스펠맨의 득점력은 5차전까지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25분12초를 뛰는 동안 13.4득점에 그쳤다. 스펠맨이 가장 많은 21득점을 뽑은 3차전에서 KGC는 유일한 승리를 거뒀다. 1승3패로 우승을 내주기 직전에 몰린 5차전에서 4쿼터 스펠맨은 벤치로 물러나 수건을 얼굴에 뒤집어 쓰고 울었다.
스펠맨은 재계약 했다. KGC는 지금 1위를 달리고 있다. 스펠맨이 ‘라이벌’이라 부르는 팀이 있다. 바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상대였던 서울 SK다.
지난 8일 열린 KGC와 SK의 경기는 시즌 중반을 막 넘어선 정규리그 선두 싸움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경기였다. 시즌 초반 독주하던 KGC를, 1라운드 최하위로 처지며 부진하게 출발한 SK가 어느새 다 따라와서 3경기 차까지 좁힌 채 1·2위 맞대결을 펼쳤기 때문이다. 졌으면 2경기 차로 턱밑까지 쫓길 위기였던 KGC는 대접전을 마지막 집중력으로 가져가 4경기 차로 달아났다.
29득점에 17리바운드를 잡아낸 스펠맨은 경기 뒤 “중요한 경기에서 라이벌 SK를 이겨 만족한다”고 말했다. ‘개막할 때부터 줄곧 SK를 라이벌로 여겨왔느냐’는 질문에 “초반에도 SK는 강팀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시즌 MVP 최준용이 빠져서 그렇지 그가 돌아오면 회복될 강팀이라 생각했다”며 “강한 팀이 많이 있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우리를 챔피언결정전에서 이겼던 팀이기 때문에 강팀 리스트 중 SK가 맨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GC는 비시즌 사이 강력한 슈터 전성현이 이적하는 상당한 전력 누수가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새 큰 무대를 치르며 정상급으로 성장한 변준형과 베테랑 오세근을 중심으로 올시즌 개막 이후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다. 스펠맨의 활약은 가장 큰 동력이다. 지난 시즌 마지막의 경험을 토대로 마음을 다잡은 스펠맨은 올시즌 평균 19.1득점 9.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여전히 자밀 워니(SK)와 최고 외국인 선수 경쟁을 하고 있다.
스펠맨은 “워니와는 친구다. 하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패배가 내게는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최선으로 부딪히며 경쟁적으로 경기할 수 있는 것 같다. 오늘도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즌 절반이 남아 있다. 경쟁은 계속 된다. 제대로 뛰지 못해 더욱 쓰라렸던 패배의 기억이 올시즌, 스펠맨의 승부욕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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