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다원 PD "韓 최초 '킬리만자로' 예능, 정상서 수도꼭지처럼 울었죠"[인터뷰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뉴질랜드의 등산가이자 탐험가로, 1953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을 최초로 오른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는 '우리가 정복하는 것은 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처럼 tvN 예능 프로그램 '인생에 한 번쯤, 킬리만자로(이하 킬리만자로)는 열정만큼은 프로산악러지만 초보 산꾼인 윤은혜, 손호준, 유이, 오마이걸 효정 등이 킬리만자로 등정에 도전, 자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이 한계를 정복하는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킬리만자로 정상으로 향하는 여정을 함께한 것은 35명. 이 중에서 단 12명이 킬리만자로 정상을 밟고 귀환했다. 그러나 정상 등반만큼 중요한 것은 모두가 자기 자신의 마음 안에 품고 있는 정상을 확인하고, 각자의 정상에 올라 진정한 성취의 기쁨을 맛본 것이었다.
'킬리만자로'는 이러한 의미있는 메시지를 진득하고 따뜻하게 보여준 뜻깊고 귀한 예능이기도 했다.
윤은혜, 손호준, 유이, 효정과 여정을 함께하고 돌아온 황다원 PD 역시 그야말로 살이 쏙 빠져 있었다. '킬리만자로'에 출연한 스타들은 물론, 스태프들까지도 평균 4~5kg씩 체중이 쑥쑥 빠진 혹독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지만 이들은 신년회를 등산으로 계획할만큼 산에 더없는 진심이 됐다.
황 PD는 '술꾼도시여자들' 에이핑크 정은지, 한선화, 이선빈의 스핀오프 예능 '산꾼도시여자들'로 등산을 접하게 됐고, 답사를 다니며 산의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생각이 많은 편인데 그런 생각과 고민이 사라지더라. 산을 안 좋아하는 내가 이 정도로 좋아질 정도면 산의 매력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라며 "산을 같이 타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산에서 받는 감동도 크다"라고 했다.
특히 '킬리만자로'는 서로를 배려하는 착한 출연자들의 '순한 맛' 힐링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윤은혜, 손호준, 유이, 효정 등 무해한 출연진 조합은 '킬리만자로' 인기의 일등공신이었다.
황다원 PD는 "처음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위주로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킬리만자로를 아무나 갈 수는 없었다.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서 각자 분야를 고려해 캐스팅을 했던 건데 저희도 놀랐다. 사실 서로 한번도 못 만난 분들도 계셨는데 첫날부터 서서히 친해져 가는 게 촬영에서 그대로 보이더라"라고 했다.
멤버들 뿐만 아니라 스태프까지도 실제 산악회처럼 끈끈했다는 것이 황 PD의 설명이다.
황 PD는 "스태프 분들이 더 힘든 부분이 있었다. 처음 촬영팀을 세팅하면서 많은 분들한테 거절을 당했다. 다큐멘터리 팀도 아니고, 예능을 하던 스태프들이 고산을 경험해 본 사람도 없고, 아무도 도전해 보지 않은 영역이다 보니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꾸려진 팀은 정말 킬리만자로에 가고 싶은 분들이라 현장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했다. 사실 고산에서는 예민해지고 다른 촬영보다 분위기가 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좋았다. 뒤풀이 때도 스태프 분들이 '내 인생에 이렇게 힘들지만 끈끈한 팀도 없었다'고 하시더라"라고 웃었다.
특히 '킬리만자로'는 한국 방송 역사 중에서도 킬리만자로에서 촬영한 최초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굵직한 역사를 썼다. 참고할 자료도, 노하우를 물어볼 이들도 없었기에 황다원 PD를 비롯한 스태프들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했고, 마침내 '킬리만자로'의 진한 감동을 만들어냈다.
황다원 PD는 "'산꾼도시여자들'을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산 촬영을 해보니까 카메라 감독님들이 여러 명이 가셔도 길이 좁은 데서는 카메라 한 대로 소화하셔야 했다. 또 배낭에 있는 거치캠으로 찍어야 하고 킬리만자로는 고산병이 복병인데 고산병을 연습할 수는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체력적 한계를 많이 느꼈고 퇴근 후에 등산도 많이 하고 PD들끼리도 등산을 많이 다녔다. 저 같은 경우는 10km 정도 거리를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뭐라도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CJ ENM 카메라 감독님이 드론 감독님으로 오셨는데 산을 같이 타면서 계속 카메라 테스트를 해봤다. 주변에 다큐멘터리 하셨던 감독님들, 히말라야 촬영을 해본 '정글의 법칙' 팀들한테도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 '절반 이상은 내려갈 거야'라고 하셔서 '저희의 최선을 무엇일까요'라고 절박하게 물어보고, 시간 날때마다 산을 탔다"라고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탄자니아는 방송을 위해 미리 촬영 허가를 받는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미리 준비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황다원 PD는 "촬영 허가 받는 게 정말 어려웠다. 정말 촬영을 할 수 있을까 없을까, 드론을 날릴 수 있을까 없을까 미지수가 많았고, 탄자니아 대사관도 정말 여러번 찾아가서 기적적으로 허가를 받았다. 특히 옹고 롱고로는 저희가 최초로 촬영을 했다. 이후에도 허가를 받았지만 제지당하는 부분도 있었다"라고 했다.
힘든 여정 끝에 만난 킬리만자로의 정상은 '눈물 그 자체'였다. '킬리만자로'에서도 복합적으로 몰려드는 감정 속에서 눈물을 참지 못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찡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오열에 가까운 눈물을 쏟은 것은 비단 멤버들뿐만은 아니었다. 황다원 PD는 "정말 많이 울었다.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인데 이번 촬영 현장에서는 수도꼭지처럼 울었다. (윤)은혜 언니랑 얘기할 때도 그렇고 출연자 모습에서도 그렇고 각자 최선을 다하는 걸 보여준 게 더욱 감동이었고 마음에 와닿았다"라고 웃었다.
'인생에 한 번쯤'이라는 프로그램 타이틀처럼 인생에 한 번쯤은 꼭 이루고 싶었던, 꿈이라고만 생각했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낸 경험은 연출자인 황다원 PD에게도 새로운 에너지와 동력을 선사했다.
황 PD는 "PD가 되기 전에는 PD 시스템도 잘 모르고, 방송 생태계도 잘 모르니 허황된 기획안도 많이 냈다. 그러다 PD 생활을 하면서 현실 가능한 기획안만 많이 내게 되더라. '킬리만자로'를 통해 현실적인 생각만 하는 걸 좀 벗어나야겠다,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지더라"라고 돌아봤다.
이어 "언젠가부터 안전제일주의로 갔던 것 같은데 '킬리만자로'가 제게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할 수 있는 것만 한다면 후회를 할 것 같더라"라며 "허황될 수도 있지만 큰 꿈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현실의 고단함에 무뎌진 꿈도, 안정이라는 말 속에 빛바래 가던 도전과 용기도 킬리만자로에서 새 빛을 찾았다. 스와힐리어로 '산(Kilima)+빛나는(njaro)'라는 의미를 가진 킬리만자로는 황다원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출연진, 또 화면으로 이들의 도전을 함께한 시청자들에게도 여러 의미로 '빛나는 곳'으로 남게 됐다.
황다원 PD는 "나이가 들수록 꿈이 하나둘씩 사라지지 않나. 예전엔 아무 것도 없는데 스스로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었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죽을 때까지 언제 다 하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부터 그런 빛이 사라졌고, 꿈이라는 게 너무 멀게 느껴졌다"라며 "이제 꿈을 하나 둘씩 떠올려봐야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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