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테슬라 미워도 다시 한번…반토막에도 올들어 1900억 또 샀다 [투자360]

2023. 1. 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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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식 순매수액 압도적 1위…2·3위보다 5.6~7.1배 더 많아
추가 매수 이유는 ‘낙폭 과대주’…‘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주당 1500달러 간다”
기존 완성차 업체 전기차 진출 본격화…경기 침체로 재고 문제 심화
中 시장서 또 가격 인하 ‘치킨 게임’…머스크發 ‘오너 리스크’ 계속도 문제
[로이터,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직장인 전수영(37·가명) 씨는 지난해 10월 말 테슬라 주식 50주를 매수했다. 당시는 하락세를 잠시 멈추고 220달러 내외에서 등락할 때로, ‘서학개미(해외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돌던 ‘테슬라 바닥론’에 기대감을 걸었던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 주가는 잠시 반등하는가 싶었지만, 이내 급락을 거듭하며 연말께 사실상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억울한 마음에 손절하지 못하고 주식을 들고 있다는 전 씨는 연초 또 테슬라 50주를 추가 매수했다. 그는 “아내에게 투자금을 잃고 난 뒤 추가로 주식을 매수했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설마 100달러 선까지 무너지겠냐는 마음으로 지금이 최저점이란 분석을 믿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서도 테슬라 주식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무한한 사랑이 계속되고 있다. 해외 주식 종목 중 독보적인 순매수액 1위 자리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테슬라 주가가 서학개미들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폭락을 거듭하던 ‘배신’의 사슬을 끊어내고 올해엔 반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올해 1~8일 ‘해외주식 종목별 주식 순매수(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액수) 결제액 상위 50개(TOP50)’ 목록에서 테슬라는 약 1억4981만달러(약 1888억원)로 1위를 차지했다. 2·3위인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상장지수펀드(ETF·약 2681만달러)’와 ‘애플(약 2103만달러)’의 약 5.6~7.1배에 이르는 액수다.

서학개미들은 새해 첫 주에만 약 3억5963만달러(약 4531억원) 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사들이고, 2억982만달러(약 2644억원) 규모의 주식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주가는 6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주당 113.06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연고점(4월 4일·381.82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테슬라 주식에 지금 투자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가장 앞세우는 논리는 바로 ‘낙폭 과대주’라는 점이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12MF P/B)’은 이전 고점 32배(2021년 10월)에서 현재 10배 정도로 하락한 반면,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12MF ROE)’은 22%에서 30%로 상승했다”며 “12MF P/B를 ROE로 나눈 가치비율(P/E)도 19배로 시장 평균 17배와 비슷한 수준으로 과거 대비 주가 프리미엄도 사라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유명 투자자들이 그동안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미래 가치를 강조하며 테슬라 주식을 추가 매수하는 것도 흔들리는 서학개미들의 마음을 다잡게 하는 주요 요소다.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테슬라 주가가 향후 5년 내 주당 15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여전히 기술·제조·재료 관점에서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을 주도한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낮은 가격의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하면 고객들도 테슬라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드 CEO는 실제 작년 말과 올해 초 테슬라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앞날에 수많은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과거와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란 점이다. 현대자동차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추격 중이기 때문이다.

예정된 경기 침체에 따른 막대한 재고 문제도 테슬라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테슬라는 인도량보다 8.5%나 많은 44만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미 월스트리트에서 대표적인 ‘테슬라 낙관론자’로 통하는 모건스탠리조차도 “테슬라의 재고가 1년 새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재고 급증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 중”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의 부진은 테슬라에겐 더 뼈아프다. 테슬라는 지난 6일 중국에서 차량 가격을 또 한차례 인하했다. 미국에서 같은 차량을 구매하는 것보다 43%나 가격이 저렴해진 상황을 두고 시장에선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BYD나 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회사와 출혈 경쟁까지도 감수했다는 것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올해부터 종료된다는 점에서 전기차 판매 부진이 불가피하다”며 테슬라에겐 또다시 악재라고 평했다.

여기에 끝나지 않은 ‘오너 리스크’도 테슬라엔 악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 인수로 리스크 수위를 정점을 치솟게 만들더니, 잇따른 정치 개입으로 구설수에 계속 오르는 모양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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