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패전으로 러시아 붕괴하나”… “폭력적 내전 가능성” 제기
美교수, FP에 기고…구조적 취약성으로 불안정 심화시 체첸 등 독립 추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전쟁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붕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알렉산더 모틸 미국 러트거스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8일 (현지시간)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지금이 러시아의 붕괴를 준비할 적기’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나폴레옹의 패전과 프랑스 제국의 붕괴 등의 사례를 열거하면서 “전쟁이나 혁명, 경제 위기 등의 사건이 발생한 뒤에 국가가 붕괴한 사례가 역사에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패배하는 것이 점점 분명해진 뒤에 러시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면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내놓은 뒤에 극우 국가주의자와 권위주의적인 보수주의자, 반(半) 민주운동 그룹간의 지독한 권력투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누가 이길지 모르지만 권력 투쟁은 러시아 체제를 약화할 것”이라면서 “약화한 체제와 오작동하는 경제는 불만 있는 러시아 사람들의 거리 시위로 이어질 것이며, 일부 시위대는 무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비(非)러시아 정치 단위도 더 큰 자치권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타타르스탄, 바시코르토스탄, 체첸, 다게스탄, 사하 등이 주요 후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러시아가 이런 내부 혼란에서도 생존한다면 중국에 종속된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만약 러시아가 생존하지 못한다면, 유라시아의 지도는 매우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모틸 교수는 구소련 붕괴 과정과 관련,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공산당 서기로 취임했던 1985년 당시 구소련 해체를 원했거나 상상했던 러시아인들은 극히 적었다”면서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구소련의 핵심인 전체주의와 중앙 계획 경제 해체를 통해 소련을 부활시키려고 하면서 (결과적으로) 소련 체제는 붕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도하지 않게 구소련을 죽인 것은 고르바초프의 핵심 정치·경제 정책인 페레스트로이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러시아가 이런 붕괴의 길을 따라간다면 그것은 러시아 엘리트의 의지나 서방의 정책과 관계가 없다”면서 “보다 구조적인 힘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체제의 구조적인 취약성과 관련,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적이고 경제적인 패배뿐 아니라 푸틴의 초(超)중앙집권적인 정치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취약성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러시아의 해체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정치, 경제, 사회적인 불안정이 증가하면서 결국 러시아를 구성하는 단위가 독립을 통해 안정을 추구하도록 강요하게 될 것이란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체제 붕괴는 트리거가 있으면 촉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서의 패전이 낡은 나무에 불을 붙이는 불꽃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붕괴는 복수의 내전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마를렌 라뤼엘 미국 조지워싱턴대 정치학자의 발언과 함께 “러시아가 해체되거나 전략 정책 능력이 파괴될 경우 11개 시간대를 아우르는 러시아 영토는 진공 상태가 되면서 러시아 그룹이 서로 폭력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부 장관의 발언도 인용했다.
특히 키신저 전 장관은 러시아 내의 핵무기로 인한 위험도 같이 경고했다. 그는 “라뤼엘과 키신저의 예언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 “제국의 역사를 보면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나 폭력적인 다툼 모두 가능하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트해부터 중앙아시아까지 러시아 국경을 따라 있는 국가들은 러시아 내에서 일어나는 불안정(확산)을 차단하고 러시아 연방에서 새롭게 독립한 국가들이 안정되고 온건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계속하는 것이 푸틴 제국이 끝날 경우 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장치가 될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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