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급락한 게임사 주가, 올해는 과연?
지난해 게임산업은 고전, 그 자체였다. 산업의 특성인 역동성과 성장성을 거의 보여주지 못하고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국내외 게임사들의 주가 역시 이렇다할 반전을 꾀하지 못하며 우하향 그래프를 그렸다. 지난 2021년 최고의 화두였던 블록체인, NFT(대체 불가능 토큰), P2E 등을 발판으로 '로켓 상승'했던 주가를 고대로 반납한 경우도 허다했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으로 인한 실적 감소와 인플레이션 우려에 의한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 우크라이나 전쟁, 가상자산 산업에서의 잇달은 사태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 이유도 있지만, 결국 게임사 본연의 가치인 신작 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영향도 상당히 컸다. 그나마 신작을 성공시키거나 혹은 기대작을 선보인 회사들의 주가만이 보합 혹은 상승을 보여준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동안 준비해왔던 기대작 라인업을 올해는 반드시 선보이며 다시 반전하겠다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요 게임사들의 1년간 주가 변동을 통해 올해 전망을 살펴본다.
▶트렌드, 오히려 발목을 잡다
글로벌 거래소 FTX 파산, 이에 앞서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의 폭락 등 가상자산 산업의 불안한 현재를 보여준 여러 악재는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주도했던 게임사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트렌드를 이끌거나 혹은 발빠르게 대처하며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며 다시 '원점회귀'를 한 셈이다.
2021년에 연간 주가 상승률이 최소 487%에서 최대 832%로 기록적인 수치를 보여줬던 위메이드, 컴투스홀딩스, 네오위즈홀딩스가 2022년에 이어 2023년 첫 주가 지났음에도 나란히 하락률 1~3위를 찍은 것은 이를 보여준다.
위메이드는 2022년 1월 3일 종가가 18만3900원이었지만 자체 발행코인 위믹스의 유통량 불확실이란 이유로 연말에 국내 가상자산 4대 거래소에서 퇴출까지 되면서 6일 기준 종가가 3만3400원, 81.84%이나 하락했다. 6조원에 근접했던 시가총액도 1조원을 갓 넘는 수준으로 추락한데다, 최대 3조 5000억원에 이르렀던 위믹스의 시가총액이 대부분 사라진 것은 더 뼈아팠다.
메인넷 XPLA(엑스플라)와 코인 C2X 등을 적극 내세웠던 컴투스홀딩스도 -81.54%, 블록체인 오픈플랫폼 네오핀의 생태계를 확장시키려는 네오위즈홀딩스는 -72.1%로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오딘'의 꾸준한 매출, 그리고 '오딘'의 개발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상장 연기로 인해 -52.63%의 반토막 하락률로 그나마 '선전'을 한 셈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유효한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두고 중도에 포기할 상황은 아니다. 아직 누구도 확실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비롯해 탈중앙화라는 가치에 다시 집중하고 있며 '옥석가리기'가 진행중인 가상자산 시장, P2E 게임과 NFT 등을 다시 주도하기 위해 올해는 청사진 제시만이 아닌 실질적인 결과물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으로 신작 게임을 앞세우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신작과 중국 시장 리오프닝
주요 게임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주가 상승을 기록한 회사는 넥슨이다.
신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했고,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전후해 역대 최고치 기록을 쓴 'FIFA 온라인 4' 등 서비스 중인 게임의 꾸준한 성과를 바탕으로 넥슨은 1년간 29.14%의 주가 상승률을 보여줬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이 예상되고 있는 것도 주가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힘이 되고 있다.
네오위즈는 유럽 최대 게임전시회 '게임스컴 2022'에서 3개 부문 상을 휩쓴 'P의 거짓'이라는 신작 PC-콘솔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급락장에서도 주가를 유지시킨 버팀목이 됐다. 올해 출시를 한 후 기대만큼의 인기가 동반된다면 상당한 주가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해 30만원대까지 추락했던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다시 40만원대를 회복, 연중으로는 -35.83%로 역시 그나마 선방했다. '리니지M' 시리즈를 위시로 한 매출이 유지되고 영업이익 상승이 예상된데다, 올 상반기 글로벌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 'TL'(쓰론 앤 리버티)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에 대해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결과다.
연말에 국내의 7종 게임이 중국에서 판호(게임 퍼블리싱 권한)를 받으면서, 북미와 더불어 세계 최대의 중국 시장을 다시 공략할 수 있게 된 것은 상당한 호재이다. 넷마블(카밤 포함), 넥슨, 스마일게이트, 엔픽셀 등 일단 4개사가 혜택을 보겠지만 지난 2017년 이후 다수의 게임이 판호를 받은 첫 사례이기에, 다른 게임사들도 희망을 가지게 됐다.
다만 중국산 게임들의 퀄리티, 그리고 현지 유저들의 기대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것은 부담스런 대목이다. 펄어비스가 판호를 받은 '검은사막 모바일'을 지난해 중국에 선보이며 기대감을 증폭시켰지만, 이미 출시된지 4년 가까운 게임이다보니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며 참패를 면치 못했다. 예전과 같으면 한국산 웰메이드 게임이라면 무조건 통하던 중국 시장이 이젠 아니란 점을 감안했을 때, 더욱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넷마블이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 등을 비롯해 3개 게임의 판호를 받은 지난달 29일, 하루에 17.74%의 주가가 뛰었지만 연중 전체적으로는 -59.45%로 주가가 반토막 이상 떨어졌다. 10년만의 영업이익 적자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이날 올랐던 주가가 새해 들어 5일간의 거래일동안 모두 반납한 것은 중국 진출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못할 것이란 냉정한 현실이 담겨 있다. 결국 '지스타 2022'에서 선보였던 '나 혼자만 레벨업:ARISE', '아스달 연대기'를 비롯해 출시가 연기된 '모두의마블:메타월드' 등 신작들이 올해 반등을 가져올 핵심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신작 출시가 쉽지 않은 크래프톤(-64.02%)과 펄어비스(-68.25%)의 경우 기존 라이브 게임의 퀄리티 강화가 우선적인 목표다. 여기에 크래프톤은 '프로젝트 블랙 버짓'을 포함해 대략 20여종, 그리고 펄어비스는 올해 완료를 목표중인 '붉은사막'을 비롯해 '도깨비', '플랜8' 등 현재 개발작들에 대한 기대감이 향후 주가 반등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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