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편 임기 끝나도···한인 2·3세 길잡이 될 것"
싱글맘·장애인 등 사회약자 지원
드라마·팝 외에도 공유할 것 많아
유튜브서 한식 전도사 역할 자처
예의 범절 등 일상 문화도 전파
“숨 가쁘게 살아온 인생 후회는 없어요. 고생길도 많았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죠. 세 딸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항상 앞을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라고 합니다. 적을 만들지 말고 어우러져서 사랑으로 감싸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을 하고는 합니다.”
‘한국인 최초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사진) 여사는 8일 서울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엔데믹이 왔지만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가 기다리고 있는 올해에도 한국인을 비롯해 모든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굳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으면 한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호건 여사는 미술 공부를 위해 어린 나이에 용감하게 미국행을 택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딸 셋의 싱글맘’이라는 ‘타이틀’만으로 그의 삶에 얼마나 많은 고난과 편견이 있었을지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그에게서는 늘 미소와 여유, 그리고 즐거운 유머가 떠나지 않았다. 모두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인 ‘이해’와 ‘포용’ ‘사랑’이 세상을 사는 지혜라는 소박한 그의 메시지가 묵직하고 경건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이유다.
호건 여사는 부동산 사업가인 남편 래리 호건을 만나 남편이 메릴랜드 주지사로 선출돼 퍼스트레이디가 된 것을 ‘인생의 명장면’으로 꼽았다. 그는 호건 주지사를 그저 착하고 유머러스하고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사람,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좋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8년간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삶과 관련해 “나는 코리안아메리칸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한인 퍼스트레이디, 메릴랜드주 역사상 첫 아시안 퍼스트레이디”라며 “아시안은 약한 민족으로 여겨지지만 제가 한인 퍼스트레이디, 아시안 퍼스트레이디로서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퍼스트레이디로서 감격스러웠고 자랑스러웠다”며 “장애인·싱글맘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남은 기간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0년 4월 메릴랜드주가 미 50개 주 가운데 처음 한국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공수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냈다. 그는 이를 떠올리며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이겨낸 것도 감사하다”며 “특히 유미케어스는 퍼스트레이디 임기가 끝나도 계속 이어가 소아 환자들과 가족들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엄마로서 나를 우선시하지 않았고 아플 틈도 없이 일했고, 내 딸들이 잘되는 것을 오로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 모든 삶을 바쳤다”면서 “풍족하게 잘해주지 못했는데 잘 자라준 딸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 MZ세대 여성들에게 그의 인생 스토리는 강렬한 영감을 주고 있다. 그는 MZ세대 여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을 사랑하고 포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여성이더라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뭐든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은 여성이라는 것이 문화적으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여성 자신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으로 사는 것 역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며 "여성들의 삶은 바쁘고 여성들의 역할은 많다. 어머니로서의 역할도 많다. 여성의 삶이 약자의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은 강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은 102명의 한국인이 미국에 처음 도착한 지 12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다. 한국이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지 못했던 1980~90년대 미국 이민자로서 달라진 모국 한국의 위상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다”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BTS와 기생충·오징어게임 등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의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그는 드라마나 K팝 외에도 알려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K푸드 인기가 대단한데 나도 ‘Yumi Cooks’ 비디오 시리즈를 유튜브에 올려 한식을 알린다”며 “관저 셰프들에게도 요리를 가르쳐 주고 비디오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따라서 한식 요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지역들을 널리 알려 관광을 더욱 활성화하고 한국의 좋은 예의범절 등 일상의 문화도 알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남편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2024 대선 예비경선에 나갈 유력 주자로 꼽히는 가운데 그의 삶은 또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나는 심플하게 생각한다. 나는 어머니고, 할머니고, 아티스트이다. 화가로서 작품 활동을 할 것”이라며 “가정으로 돌아가서 어머니의 역할, 할머니의 역할을 더 하면서 가족 위주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2세·3세 한인 차세대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탈한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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