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고]성장과 개혁, 두 마리 토끼 잡는 원년 되어야

여론독자부 2023. 1.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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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위기 극복하고 한단계 도약하려면
투자 유치 등 민간경제 활성화하고
노동시장·연금 등 구조 개혁 시급
국민들에게 필요성 설명·설득해야
[서울경제]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통상 긍정적인 메시지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희망을 말하기에는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물가도 심상치 않고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상으로 세계경제가 침체의 문턱에 서 있다. 미중 무역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겪으며 국제 교역 질서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내부 여건도 마찬가지다.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은 점점 떨어지고, 과도한 규제로 기업 환경이 나빠진 탓에 국내 투자는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늘어난 부채는 금리 인상 국면에서 또 다른 위기의 뇌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해답은 민간경제 활성화에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각국은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1조 2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법안을 시작으로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투자 유치를 위한 산업지원책을 쏟아냈다. 프랑스는 이미 2018년부터 ‘프랑스 선택(Choose France)’이라는 콘퍼런스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전 세계 150여 개 글로벌 기업의 최고위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출범 초기부터 자유시장경제와 민간 중심 성장을 강조해 왔다. 대한민국의 선진국 도약을 위해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민간투자 등 자유로운 경제활동 촉진을 위해 추진된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인하 폭이 크게 축소됐고, 반도체특별법 역시 연말까지 국회에서 표류하다 국가첨단산업시설에 대한 세액공제 규모가 여당 안(20%)은커녕 야당이 주장했던 10%에도 채 못 미치는 8%로 대폭 하향됐다. 성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주춤하는 사이 기업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2022년 4분기 SK하이닉스의 실적이 10년 만에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상황에 우리만 한가롭게 뒷짐 지고 있을 수는 없다. 한국 경제가 위기 극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여야를 가리지 않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구조 개혁 역시 시급한 과제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한국은 여전히 후진적 노동운동 관행과 극심한 노사분규로 매년 4조 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 없이는 해외 기업 유치도 한국 경제의 미래도 없다. 연금은 또 어떤가. 100세 시대에 안정적인 노후를 지켜줄 국민연금이 2057년 고갈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모두가 애써 모른 체하기 급급하다. 보험료율을 높이고 지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다. 개혁의 과정에서 뒤따를 국민들의 반발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정치인들이 문제를 외면하는 사이에 우리의 노후는 점점 불안해지기만 했다.

다행인 것은 지금에라도 정부가 노동·연금 개혁을 포함한 대한민국 구조 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물론 개혁의 과정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한국의 노동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기득권 노조와의 험난한 싸움은 물론 국민들에게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밝혔듯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다. 이미 독일에서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개혁을 추진해 ‘유럽의 병자’였던 독일의 부흥을 이끌어낸 바 있다. 대한민국의 구조 개혁 방향을 설정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정교한 전략과 어떠한 어려움에도 꺾이지 않는 굳은 마음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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