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박항서 vs 신태용, ‘악수’할까

김세훈 기자 2023. 1. 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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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왼쪽 사진 가운데)와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22 아세아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 준결승 1차전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승부보다 재미난 것은 악수? 박항서 감독(64)과 신태용 감독(53)이 손을 잡을까.

9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베트남-인도네시아 간 2022 아세아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 준결승 2차전에서 흥미로운 포인트다. 두 팀은 지난 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장소를 베트남으로 옮겨 이어지는 2차전에서 이기는 팀이 결승에 간다.

경기 전날 양 감독은 예민한 신경전을 벌였다.

박 감독은 “신 감독은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며 “내가 지면 인정하겠지만 내가 이긴다면 신 감독은 그런 말을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수준이 비슷하다는 최근 신 감독 발언을 겨냥한 반응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내 감독 계약이 이번 대회까지”라며 “이번에 이겨 결승까지 지휘하겠다”고 덧붙였다.

평소에도 직선적으로 말하는 신 감독도 지지 않았다. 신 감독은 “베트남은 조직력이 뛰어나고 수비가 강하다”면서도 “그런데 1차전에서 우리가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1차전 인도네시아 슈팅은 8개, 베트남은 4개다. 1차전 후 신 감독은 “베트남이 더 강하다면 왜 무승부에 그쳤나”라며 박 감독을 자극했다. 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2차전에 무척 집중한다”며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감독 관계는 상당히 불편한 것 같다. 준결승 1차전에서 두 감독이 악수하지 않은 게 화제가 될 정도였다. 또 1차전 직후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유니폼을 입은 한국인 영상팀이 인터뷰 룸에서 다소 소음을 내자 박 감독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10분 만에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신 감독은 2019년 12월 인도네시아 사령탑에 부임했다. 이후 베트남과 세 번 맞붙어 한 번도 못 이겼다. 2021년 6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0-4로 패했고 그해 12월 스즈키컵에서는 0-0으로 비겼다. 두팀 간 상대 전적에서는 인도네시아가 8승11무7패로 약간 앞서지만 최근 5차례 대결에서는 3무2패로 한 번도 못 이겼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화려하게 보낸 베트남 감독 생활을 마무리한다. 이번 준결승 2차전에서 승리하면, 태국-말레이시아전 승자와 홈앤드어웨이로 두차례 결승전을 더 지휘한다. 박 감독이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이번 대회 첫 우승을 노린다. 인도네시아는 앞선 대회에서 준우승만 6번 했다.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 감독으로 거둔 최고 성적은 2020년 AFF 대회 준우승이다. 올해는 신 감독 계약기간 4년 중 마지막 해다. 동남아 최강 베트남을 꺾고 결승에 올라 우승한다면, 신 감독 최고 업적이 된다.

오늘 준결승 2차전이 끝나면 두 감독 희비는 극명하게 갈린다. 악수하는 장면은 오늘도 그렇고 앞으로도 보지 못할 것 같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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