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가려면 무슨 짓이든...갈수록 진화하는 병역비리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1.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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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받고 있는 국군장병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환자 행세로 병역 의무를 회피한 면탈범들이 사법기관의 수사망에 걸려들고 있다. 뇌전증을 앓고 있다고 속이거나 정신 질환 및 청각 장애를 사칭하는 등 병역 회피 행위도 고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병역을 면탈해 송치된 인원이 578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무청이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한 지난 2012년 이후 해마다 두 자릿수대 적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고의로 체중을 조절하거나 문신을 새기는 등 전통적인 방법은 물론이고, 우울증을 앓는 척하거나 일시적으로 청력을 마비시키고 학력을 위조하는 등 유형도 진화하고 있다. 브로커를 끼고 신경계 질환으로 위장하는 사례도 늘었다. 이에 병무청과 경찰청은 병·의원의 진료기록을 정밀 분석해 가짜 환자를 가려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A씨는 현역병으로 입대한 뒤 우울감·불안감 증상이 있다며 귀가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귀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정신 질환이 있다는 진단서를 제출해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치료를 중단하고 일상생활을 즐기다가 병역 면탈로 적발됐다.

B씨는 지난 2018년 본태성 고혈압 4급 판정을 받기 위해 평소 복용하던 혈압약을 먹지 않고 일부러 흡연하거나 잠을 자지 않는 꼼수를 썼다. 징병검사를 하는 날에는 점심시간 화장실에서 과격한 운동을 해 혈압을 상승시켰다. B씨는 병역을 면탈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C씨는 팔씨름하다 손목을 다쳤다며 손목과 손가락에 강직 현상이 있는 것처럼 행세해 지난 2020년 선천성 기형 판정을 받아 냈다. 법원은 C씨가 고의로 의사를 속여 6급 판정을 받아내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유죄를 선고했다.

D씨는 지난 2021년 피부를 손톱으로 긁고 약물 복용을 중단해 두드러기와 발진을 유도했다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D씨는 자연 상태의 발진 사진을 병무청에 제출했다고 반박했지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신체 손상의 객관적 입증이 되지 않아 무죄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E씨는 자전거 경적과 응원용 나팔 등 소음에 장기간 귀를 노출시켰다. E씨는 이 상태로 청성뇌간유발검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마지막 청력검사 결과 E씨가 신체등급 1·2급에 해당하는 점, E씨가 청력 손상을 시도했으나 귀만 아프고 청력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그만뒀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해 신체 손상으로 증명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병역 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속임수를 써 병역법 제86조를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의 판결문을 참고하면 병역 면탈을 위한 적극적 속임 행위와 목적성이 입증돼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실제로 과거 대법원은 “입영기피를 넘어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그 의무를 감경·면제받으려고 의무 이행을 면탈하고 병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 위험이 있는 적극적 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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