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이사회, '장고' 들어간 이유

이경남 2023. 1. 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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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임추위 18일 진행…미룰만큼 미룬다
'외풍에 흔들린다' 평가·라임사태 소송 등 부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장고에 들어갔다. 지난해 예고한 대로 해가 바뀌자 마자 회의를 열고 최근 경영활동을 둘러싼 사안에 논의했지만 핵심 사안으로 꼽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오는 1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여는 것은 결정했다. 이날 임추위에서는 회장 후보군이 발표될 만큼 손 회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사외이사단은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현재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경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래픽=비즈니스 워치

우리금융 이사회, 결정 미룰만큼 미룬다

지난해 12월 16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정기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 등 회사의 굵직한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이날 손 회장을 차기 우리금융회장 후보군에 넣을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손태승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통보받은 것이 컸다. 중징계를 받을 경우 임기종료이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되는데, 손태승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날 종료된다. 

다만 손태승 회장이 징계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행정소송에 나간다면 연임은 가능하다. 이미 파생결합증권(DLF)와 관련 중징계와 관련해 행정소송에 나서 대법원 최종승소까지 경험한 손태승 회장이다.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한 목소리로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진행형으로 아직까지 금융권에서는 '관치금융'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박상용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손태승 회장의 거취는 올해 연말까지는 이사회 차원에서 논의할 계획이 전혀 없다"라며 해를 넘겨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해를 넘기고 열린 첫 사외이사들의 회동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18일 결정을 내기로 사외이사간 일정을 조율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정관상 차기 최고경영자는 정기 주주총회 소집공고 30일 이전에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대한 시간을 버는 모습이 연출되는 셈이다. 통상 정기 주주총회는 3월말께 열리며 소집공고는 2월말이나 3월초에는 이뤄진다. 

우리금융 이사회 왜 장고에 들어갔나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장고에 들어간 이유로는 '외풍에 쉽게 흔들린다'라는 우려가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21년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민간에 매각되면서 완전민영화를 이뤘다. 이제야 말로 민간 금융회사로 거듭났다는 이야기다. 

완전민영화를 이뤘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입김에 CEO를 교체하고, 특히 외부 출신 인사를 선임할 경우 '외풍에 약하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 많은 금융지주 특성상 외풍에 취약하다는 평가는 사실상 최악의 평가다.

게다가 최근 금융권에서 '관치'논란이 일자 일부 금융사가 예상을 깬 선택을 한 것도 우리금융지주에게는 부담이다.

수협은행의 경우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밀고 있던 후보 대신 수협중앙회 출신 강신숙 수협은행장을 선임했고, 조만간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 BNK금융지주의 경우 정치권에서 밀고 있다고 하마평이 무성하던 인사들을 최종 후보군에서 제외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장고에 들어간 또 하나의 이유는 라임사태와 관련해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소송을 진행중이란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이사회에 우리금융지주 뿐만 아니라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이 함께 모인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은 라임사태 직후 피해자에게 펀드 투자금을 전액 보상하기로 결정했지만 이후 신한금융투자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소송 규모는 약 647억원 규모다.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가운데 손태승 회장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아들이고 이사회 역시 이를 수용하면 라임펀드의 책임이 우리은행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연이은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라며 "여러모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같은 우리금융 이사회의 행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다시 엄포를 놓으며 압박하고있어 결국 금융당국의 뜻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게 관측도 나온다.

이와관련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은행 탄력점포 현장방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라임사태 등)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이야기없이 소송만 이야기 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슈의 핵심은 사고를 계기로 반성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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