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트럼프' 보우소나루 지지자, 의회·대통령궁 습격…국제사회 비판(종합)
美 "민주주의 훼손하려는 시도…바이든, 상황 면밀히 주시"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들이 8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의회, 대통령궁 등을 습격했다. 2021년 1월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것과 매우 유사한 폭동이 발생한 것.
이날 로이터·APF통신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의 지지자 수천 명은 브라질리아에 있는 정부 건물과 의회, 대통령궁 등을 습격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이용해 이들을 저지하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위대는 브라질 국기 색깔인 녹색과 노란색이 섞인 옷을 입고 의회 등으로 향했으며,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뚫었다. 경찰은 헬리콥터에서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지만 시위대를 해산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소셜미디어에는 시위대가 의회 건물에 진입하기 위해 문과 창문을 부수거나 시위대가 경찰관을 말에서 끌어내어 바닥에 내팽개치는 모습이 담겼다. 시위대는 의회 건물 옥상으로 올라와 군부 개입을 호소하는 현수막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AFP 기자를 포함해 최소 5명의 기자가 공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지난해 10월 말 치러진 대선을 '부정 선거'로 보고 시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말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1.8%포인트(p) 차이로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결선 투표에서 사용된 일부 전자 투표기가 노후화됐다며 일부 투표를 무효로 해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룰라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경찰청에 난입하고 공항 주변에 폭탄 테러 등을 시도했지만, 모두 사전에 검거됐다.
시위대의 일원인 사라 리마는 AFP에 "'사기 선거'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며 "부정한 선거 이후 질서를 재정립해야 한다. 나는 역사를 위해, 내 딸을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AFP는 "이 충격적인 장면은 2021년 1월6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동맹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을 점거한 것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대통령은 현재 홍수 피해를 입은 상파울루주(州) 아라라콰라를 방문 중이다. 그는 브라질리아에 대한 연방 정부의 개입을 선언하는 법령에 서명했으며, 법과 질서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권한을 부여했다. 브라질리아에 대한 연방 정부의 개입은 오는 31일까지 지속될 방침이다.
룰라 대통령은 "이 파시스트 광신자들은 이 나라의 역사상 한 번도 본 적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격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건물 침입자들이 누구인지 밝혀낼 것이며 그들은 법의 힘으로 제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법무장관실은 성명을 통해 이번 시위에 연루된 모든 사람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장관실은 "아우구스토 아라스 법무장관은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공공건물에 대한 기물 파손 행위를 우려하며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며 "아라스 장관은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범죄 수사 절차를 즉시 개시하도록 연방 검찰청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대법원장도 성명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보안군은 시위대가 한때 점검했던 대통령궁, 의회, 대법원 등을 모두 다시 장악한 상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현재 브라질이 아닌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비행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는 지난달 30일 늦게 올랜도에 공식 브라질 비행기가 착륙했다고 전했다. 당시 룰라 대통령이 취임할 경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통령 면책특권을 상실하기 때문에 공금횡령 등 각종 부패 혐의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피신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국제사회도 규탄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를 비난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상황을 면밀히 쫓고 있다"고 적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미국은 시위대가 공공기관을 습격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시위대들은 즉각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이사회 상임의장도 "시위대를 규탄한다"고 밝혔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룰라 대통령에 대한 프랑스의 변함없는 지지를 공언했다.
중남미 국가 정상들도 비판을 더했다. 가브리엘 보릭 칠레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비겁하고 비열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파시즘이 공격을 가하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과두정치 지도자들과 대변인, 광신자들이 선동한 브라질 보수주의자들의 쿠데타 시도는 비난받을 만하고 비민주적"이라며 "룰라 대통령은 혼자가 아니다. 그는 조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아메리카 대륙, 전 세계 진보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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