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뮤비→아이브 립싱크 논란, 4세대 대표 걸그룹에 씌워진 잔혹한 프레임[SC초점]

백지은 2023. 1. 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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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 사진 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게 이렇게까지 욕 먹을 만한 일인가.

4세대 대표 걸그룹으로 사랑받고 있는 아이브와 뉴진스가 난데 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뉴진스는 2일 공개한 첫 싱글 앨범 타이틀곡 'OMG' 뮤직비디오가 논란에 휘말렸다. 뮤직비디오 쿠키 영상에서는 '뮤비 소재 나만 불편함? 아이돌 뮤비 그냥 얼굴이랑 안무랑 보여줘도 평타는 치는…'이라는 글을 쓰는 사람이 등장하고, 멤버 민지가 그를 향해 "가자"라고 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쿠키' 가사를 두고 선정성 논란이 일었던 것을 불편하게 생각했던 어도어, 혹은 민희진 대표가 '제작자의 의도와 다른 의견은 악플'이며 '악플러는 정신병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결국 혜인이 3일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촬영 전 감독님께 상징적인 의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각자 해석해서 이해하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뮤직비디오 내용은 비밀로 남기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지만, 논란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그런데 다시 한번 뮤직비디오를 천천히 되짚어보자.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스스로를 아이폰, 의사, 동화 속 주인공, 아이돌 뉴진스, 고양이라 주장하는 환자들로 분한다. 이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대중의 평가를 받는 아이돌로서의 자아와 진짜 본인의 자아의 충돌로 혼란을 겪고 있는 멤버들의 속내일 것이다. 의사는 그런 혼돈의 카오스에 빠져있는 멤버들을 불러모아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한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던 의사의 시각에도 변화가 생긴다. 의사가 바라보는 창에 해린이 그린 낙서들이 펼쳐진 것.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진실인지를 가늠할 수 없는 이 뮤직비디오 스토리를 종합해 봤을 때 이번 뮤직비디오를 통해 뉴진스, 혹은 민희진 대표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아마도 '자신과 다르다는 것에 반감을 갖지 말고 다양한 관점과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시선에서 봤을 때 문제가 된 "가자"라는 대사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민지가 멤버들을 챙겨야 하는 리더 역할을 하고 있고, 실제 뮤직비디오상에서도 의사 가운을 입고 멤버들을 보듬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자신과 함께 어떠한 의견도 개진할 수 있는 뉴진스의 열린 공간으로 가자는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의 장면은 제작자의 입맛대로 판을 짜려는 아집이 아니라 다른 의견도 포용할 수 있는 뉴진스라는 걸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뮤직비디오의 핵심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이 해석이 아니더라도 "가자"라는 말에는 목적어가 생략돼 있다. 일부의 주장대로 정신병원에 가자는 말인지, 진실의 방으로 가자는 말인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것을 입맛대로 '정신병원'이라 규정짓고, '악플러는 정신병원에 가란다' '제작자 의견과 다른 의견은 모두 악플이냐'며 발끈한 것은 바로 일부 '불편러'들이 아니었나.

아이브의 경우는 더 난감하다. 아이브는 지난해 12월 31일 MBC '가요대제전'에서 장원영과 이서가 아이유 '스트로베리 문'을 립싱크했다는 이유로 맹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라이브 보다 립싱크가 성의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당시 사정이 어땠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티스트 컨디션 때문에 라이브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서는 2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으니 말이다. 무대 장치 등 시설적인 문제로 립싱크를 해야 했을 수도 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 부득이하게 립싱크를 결정하게 된 것을 두고 무성의하다며 몰아붙이는 것은 가혹하다. 아이브가 라이브를 하지 않는 가수도 아니고, 립싱크를 한 가수가 아이브만 있던 것도 아니며, 립싱크가 죽을 죄도 아닌데 말이다.

이처럼 뉴진스와 아이브를 바라보는 현재의 시선은 지나치게 차갑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고 하기에는 거의 대역죄인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아무리 이들이 '4세대 대표'라고는 하지만,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일 뿐이다. 조금은 부족할 수도, 조금은 과할 수도 있겠지만 '오만'이라는 프레임으로 신인의 패기를 냉정하게 꺾어버리는 것보다는 좀더 넓은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봐줘도 되지 않을까.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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