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위험선’ 6만2000가구 이미 넘었나? 작년 11월 말 5만8027가구 달해
지난해 국내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거래절벽’과 미분양의 여파로 혼돈 그 자체였다. 주택 매수 수요가 급감하면서 전국 집값은 결국 '대세 하락'으로 진입했다. 정부는 새해부터 대규모 규제 완화 정책으로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금리 등의 여파로 올해도 거래 회복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9일 뉴시스와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주택 매매량은 48만187건으로 전년 동기(96만1397건) 대비 절반이 넘는 50.1%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19만587건)과 지방(28만9600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8.4%, 42.5% 줄었고, 서울(5만3163건)은 55.9%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아파트(28만359건)가 56.1% 감소했고, 아파트 외 주택(19만9828건)은 38.1% 줄었다.
주택 거래시장 뿐만 아니라 분양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02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4만7217가구에 비하면 한 달만에 22.9%(1만810가구) 급증한 것이다.
작년 1월 2만가구를 넘어선 미분양 주택은 7월 3만가구를 돌파했고 9월에는 4만가구를 넘어섰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7110가구로 전월보다 0.5%(33가구) 증가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한 포럼에서 "국토부는 미분양 아파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보는데, 매달 1만 가구씩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며 "당초 예상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각한 만큼 규제 완화 속도를 더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의 추세로 보면 12월 기준 미분양 물량은 6만2000가구를 바로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거래절벽과 미분양 사태로 인해 전국 아파트값은 역대 최장기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값은 0.76% 하락하면서 지난 5월 둘째 주 이후 34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에서 집계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사상 최장기간이다.
서울에서는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졌지만 강남 일대도 부동산 하락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 4단지) 전용면적 84㎡ 입주권이 최고 거래가(29억5000만원)보다 10억원 가까이 떨어진 20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3일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매제한 완화 ▲수도권 분상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중도금대출 보증 상한 12억원 폐지 ▲투기과열지구 9억원 등 특별공급 배정기준 폐지 ▲청약당첨 1주택자 기존주택 처분의무 폐지 등 미분양과 거래절벽 해소에 방점을 찍은 대책을 내놓았다. 또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곳의 규제지역을 해제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요자들의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에 당장 거래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급급매로 실거래가가 한 번 뜨고 나면 그 뒤로 오시는 손님들은 다 그 금액만 찾기 때문에 급매 아니면 거래가 힘들다"며 "금리인상의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에 규제지역이 해제되고 하더라도 당장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광명시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중개업을 20~30년하신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2012년 당시 크게 경제위기가 왔을 때도 이렇게 (거래절벽이) 길지는 않았는데 1년 넘게 이어지는 것은 진짜 처음이라고 한다"며 "부동산이며 인테리어, 이삿짐업체, 은행 대출직원 등 안 힘든 곳이 없다. 옆 동네 부동산은 대출받아서 버티기도 하고 설거지 알바를 하러 나가기도 한다. 한 번도 이렇게 걱정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진짜 상황이 안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주요 연구기관들 역시 올해 전국 부동산 시장은 집값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며 '대세 하락'에 일제히 한 표를 던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3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실거래가 기준)이 8.5%, 수도권 아파트값은 13.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산업연구원 역시 올해 전국 주택 가격 변동률을 2.5%로 전망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3~4%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불확실하다는 외부요인을 규제완화 같은 국내 정책으로 상쇄하기는 어렵다"며 "이 때문에 규제 완화 기대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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